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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르떼 갤러리는 2016년 새해 첫 전시로 언어의 한계에 도전하는 한국개념미술가 이태량 작가를 초청하여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이번 <존재와 사고-내부로부터의 경계> 전시는 2016년 1월 23일부터 2월 19일까지 이태량 작가의 신작 12점과 구작8점을 선보이게 된다. <존재와 사고>는 이태량 작가의 모든 개인전에 사용되고 있는 주제목이다. 이태량은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선 침묵해야 한다"는 이론을 그의 작업의 인문학적 배경으로 했으나 꼭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구속 받지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특유의 방식으로 회화의 의미와 언어의 한계에 대해 재해석하고 있다. 즉 이태량은 언어와 사고에서 비롯한 인식론의 탐구와 회화의 무궁한 확장을 대비하는 실험을 지속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이태량 작가의 평론을 쓴 고충환 평론가의 글을 빌리자면 그의 작품은 "형식의 실험장, 의미의 실험실"이라 할 수 있다. <내부로부터의 경계>는 이번 이태량 작가의 개인전에서 사용되는 부제목으로, 이번 전시는 회화에 기반을 두고 영상, 설치 및 공공 미술에까지 예술적 실험을 끊이지 않고 하고 있는 이태량 작가의 또 다른 실험이자 결과를 얻는 과정이다. 이태량 작가는 이번 전시의 포인트로 "나의 그림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림 밖의 모든 것에 있다"라고 말하였다. 즉 캠퍼스 위에 보이는 존재 밖의 모든 것에 더 큰 중요성이 있을 수 있다는 작가의 인식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다. 결국 작가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고, 침묵함으로써 오히려 중요한 것이 경계지워진다” 는것을 말하고 있다. 즉, 작가의 이러한 입장은 관객에게 강요하는 그의 작품과 세계에 대한 인식 방법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스스로가 먼저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의 작품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특유의 기호와 숫자, 영문 텍스트 그리고 독특한 구도 등이 비록 보는 이를 난해하게 하지만, 그 보이는 것을 통한 의식과 무의식의 대면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회화에서 출발한 회화의 완성이 아닌, 회화의 확장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머니투데이] 생활뉴스 | 2016.02.06
"나의 작업에서 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꽃의 숨은 의미나 상징은 매력적인 것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나에게 끊임없는 경이의 원천은 바로 ‘실재하는 것들’이다.” 프랑스 조각가 장 미셸 오토니엘(52) 개인전이 2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지난 2011년 이후 국내에서 5년만에 열리는 전시다. 그의 대표적인 유리조각 설치작품에서 회화에 이르는 신작 10점이 전시됐다. '검은 연꽃'을 타이틀로 '유리 구슬'을 꿰 거대한 꽃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대표작인 '검은 연꽃'(Black Lotus)은 프랑스의 낭만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랭보의 ‘보이지 않는 찬란함’에서 영감을 받아 모순된 단어의 조합에 양가적인 가치를 표현한 작품이다. 유리 구슬이지만 산화처리된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육중한 느낌을 전한다. 검은색, 보라색 등 어두운 색으로 채색되어 정화, 깨달음, 깨끗함과 같은 연꽃의 가치들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뉴시스] 박현주 | 2016.02.03
"연꽃의 '변신' 과정에 반했습니다. 하루에도 아침에 꽉 닫긴 봉오리가 햇볕을 받으면 활짝 폈다가 저녁에 다시 오므리는 과정이 큰 영감을 줬습니다." 공공미술 유리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52)은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는 2016년 첫 전시 작가로 프랑스 조각가 오토니엘을 선택했다. 그의 개인전 '검은 연꽃'은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 3관에서 개막해 3월27일까지 열린다. 2011년 국내에서 첫 개인전 '마이 웨이'(My Way)을 개최한 바 있는 오토니엘은 유리를 활용한 조각작품을 유명하며 공공미술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축구장 면적의 연못에 자신의 작품 '아름다운 춤'을 영구적으로 설치했으며, 2000년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루브르 박물관 역 입구에 '야행자들의 키오스크'를 설치하기도 했다. 개인전 '검은 연꽃'에서는 유리조각 설치작품에서 회화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폭넓은 예술세계를 반영하는 신작 10점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연꽃이 주는 '순수함'과 검정이 주는 '어두움'을 결합해 시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며 "연꽃을 조형적으로 분석해 수채화로 그리면서 유리의 색상 등을 결정하고 조각작품이 되도록 공학적인 부분을 차례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개인전과 동명의 대표 작품인 '검은 연꽃'(Black Lotus)은 프랑스의 낭만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랭보의 '보이지 않는 찬란함'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시에선 이 외에도 유리로 주조된 대형 설치작품들과 금박을 입힌 캔버스 위에 석판화 잉크로 겹겹이 채색한 평면작품들을 선보인다.무료. 문의 (02)735-8449. 다음은 오토니엘이 이번 개인전 작품의 제작과정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조각작품 '아름다운 춤'을 설명하는 동영상이다.
[뉴스1] 박정환 | 2016.02.03
독특한 이력의 아티스트다. 중앙대 미술대학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특수분장을 전공했다. 삼성 애버랜드에서 캐릭터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다니엘 경(38)은 이제 조각가로서 활동을 넓히고 있다. 2006년부터 학고재갤러리와 문신미술관 등에서 10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수십 차례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미술계에 폴리머클레이(polymer clay)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다니엘경의 개인전이 성북동 문화공간 공간17717에서 2일부터 열린다.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서'를 타이틀로 ‘가짜’ 신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전시를 기획한 류병학 독립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10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다니엘 경의 방대한 ‘판타지 어드벤처 전시회'"라며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한 판타지 세계를 만나게 된다"고 소개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16.02.02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80)이 "아직 위작품 자체를 직접 본적이 없다"면서 "위작범과 우작 유통인에 대해 이미 경찰에서 수사중인 시점에서 고소는 의미없는 행위"라고 2일 밝혔다. "현재 가짜라고 논란이 되고 있는 작품들은 작가의 손을 떠난지 30~40년전의 것들이고 그 이후 그 작품들이 어떤 경로로 어디에 있었는지 작가로서는 알수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감정은 맡지 않았다'는 박명자 현대화랑 사장의 말과는 달리 이우환 화백은 "박명자 현대화랑 사장과 신옥진 공간화랑 사장에게 대신 감정을 감정을 하도록 위임장을 써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화랑이 설립한 K옥션은 지난 1월 8일 이우환 화백 작품의 '감정서 위조'사건이 터지자 "2년전 이우환화백이 박명자사장에게 요청이 왔지만 이해상충문제가 커 감정서 발행은 커녕, 감정조차 맡지 않았다"고 밝힌바 있다. "미술품감정협회와 갈등 끝에 작가가 직접 감정을 했다는 소문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감정협회와 갈등설을 일축했다. 이 화백은 "오히려 감정협회에서 몇 년전부터 이우환 작품의 감정에 있어 애매하고 자기들이 보기 어려운 것이 몇 점 있다고 해 감정협회를 도와주기 위해 몇 번 봐 준 일이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 화백은 위작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경찰에서 공식적인 협조 요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화백의 '위작 논란'은 지난해 10월 경찰이 인사동 모 화랑을 압수수색하면서 드러났고, 지난 1월 8일 '감정서 위조'사건으로 작품도 위작인지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이 화백의 입장은 미술기자단이 공동 인터뷰를 요청한후 이 화백의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지난 28일 이 화백은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빈티지' 라벨 원화를 공개한 자리에 참석했지만 미술기자들과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서면 인터뷰가 추진됐다. ◇다음은 이화백과 일문 일답 ▲이우환 위작사건에 대해 한국의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간 몇 번 기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사실이 있는데, 인터뷰 내용이 작가의 뜻이나 말과 달리 보도되어 곤혹스러운 상황을 당하기도 하였다. 작품 활동에 전념해야 할 작가의 입장에서 수 많은 매체들에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며, 국내외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는 관계로 국내 기자들의 수 많은 질문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변호인을 통하여 창구를 일원화하게 된 것이다. ▲진위 판정과 관련해 기본자료에 해당하는 카달로그 레조네(전작 도록)를 준비하고 있나.
독일 태생의 미술가, 막스 프리징거(Max Frisinger)의 아시아 첫번째 개인전 <Goddess of Industry>가 열리고 있다.
[아트1] 이서연 | 2016.02.02
상처의 '결', 그 위를 덮는 '색'. 인생의 시련으로 생긴 '마음의 결'에 따뜻한 '색'으로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 아트1 초대작가 지젤박은 색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붓을 쥔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결국 색이라고 생각해요. 색은 사람의 감정을 담아내고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죠." '현대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나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색채를 그리고 싶다는 화가. '색을 잘 쓰는 화가'로 불리고 싶다는 지젤박을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다. ◆ 무한한 색의 매력 시작은 모더니즘 회화에 대한 동경이었다. "색이 번지고 흐르고 얼룩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설레요. 점·선·면과 색채, 양감과 질감 등의 형식요소들이 회화의 본질이고 그 조합과 구성만으로 충분히 '회화적'이라고 생각해요." 지젤박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번도 '색면회화' 외의 작품을 그려본 적이 없다.
[머니위크] 진현진 | 2016.02.02
이 그림, 무엇을 그린 것인지 형상을 찾아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애초부터 작가는 그의 무의식속에서 일어나는 심상의 변화를 즉흥적으로 화면에 담아냈다. 수수께끼 같은 도상과 현란한 색채, 감정의 날 것 그대로가 투영된 빠른 붓터치가 방점이다. 대중음악계에서 '천재'로 통한다는 백현진(44)의 작품이다. 백현진의 8회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가수로 더 알려진 그의 전시가 '고급진 갤러리'로 알려진 PKM에서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PKM갤러리는 아무나 개인전을 열어주지 않는 상업화랑이다. 국내에서 스위스 아트바젤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안목있는 화랑으로 꼽힌다. 물론, 이미 백현진도 유명 전시장을 거쳐왔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아트선재센터, 성곡 미술관, 상해 민생 현대미술관, 쾰른 미하엘 호어바흐 재단, 두산 갤러리 등 주요미술기관에서 전시를 가졌다. 음악가로서의 유명세가 아니라 화가로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뉴시스] 박현주 | 2016.02.01
조각가 심문섭(73)은 '반(反)조각의 조각'으로 유명하다. 그는 조각의 통념을 반대해 나무·철·돌 등 자연 소재를 최소한으로 가공한 추상 작품으로 조각의 지평을 넓혀 왔다.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이 개막했다. 지난 29일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개막한 개인전 '레프리젠트(Represent): 심문섭의 조각 회화 사진-항해일지'에는 조각가 김세중(1928~1986)의 아내 김남조(89) 시인을 비롯해 미술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남조 시인은 개막식에서 "심문섭의 작품은 내가 자연을 대할 때마다 받는 감동을 오롯이 전달해준다"며 "그의 작품과 비교하면 내 서정시를 읽을 때마다 자괴감에 빠져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작품 속에 자연을 잘 살려낸 심문섭은 영원한 청년"이라고도 했다. 4월26일까지 열릴 예정인 심문섭 회고전에는 그의 작품세계를 시기 별로 보여주는 대표 조각 40여 점과 함께 회화, 사진 작품도 출품됐다. 나무·흙·물·돌·철판 등 재료의 물성이 나타난 1975년작 '현전'(Opening up), '목신'(木神·Wood Deity), '토상'(土想·Thoughts on Clays) 시리즈 등 기존작품뿐 아니라 광섬유로 만든 커다란 초롱 안에서 실제 살아있는 새를 볼 수 있는 '제시'(Presentation) 등 최신작도 볼 수 있다.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난 심문섭은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전통 조각 개념에서 벗어나 혁신을 추구해왔다. 1971년 파리 청년 비엔날레 출품을 시작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95년과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그는 "회고전 열어서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전시는1970년대부터 최신작에 이르는 작업을 단계별로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케에라커넥 아트센터는 오는 3월 6일부터 6월 5일까지 심문섭 초대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은 2017년에 그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무료. 문의 (041)551-5100. 다음은 심문섭 회고전 '재현'의 주요 작품 이미지다.
[뉴스1] 박정환 | 2016.02.01
백남준 예술세계에 영향을 끼친 존 케이지와 요셉 보이스. "존 케이지(1912~1992)가 완전히 성공하기 전에, 요셉 보이스(1921~1986)가 거의 무명일 때 나는 이들을 만나 놓았다. 동지로서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기에 동등하게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은 내 인생에서 커다란 행운이었다." 백남준은 생전에 20살 터울인 존 케이지와 11살 차이가 나는 요셉 보이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정을 쌓는데 나이는 상관없었다. 존 케이지는 1952년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터를 통해 아무 건반도 누르지 않은 채 앉아 있기만 하는 희대의 연주 '4분33초'를 발표, 서양음악사에 충격을 준 현대음악가다. 요셉 보이스는 '플럭서스 운동'을 이끈 독일의 현대 미술가다. 천재가 천재를 알아본 셈이다. 이들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가 된 백남준에게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 지난 29일 타계 10주기를 기념해 존 케이지와 요셉 보이스와의 활동을 중심으로 백남준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살펴봤다. 백남준은 1932년 7월 2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서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수송 국민학교와 경기 보통중학교를 다니면서 피아니스트 신재덕에게 피아노 연주를, 작곡가 이건우에게 작곡을 각각 배웠다. 그의 가족은 한국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일본으로 이주했다. 1952년 도쿄대에 입학한 백남준은 미술사학 및 음악사학을 전공해 졸업 논문으로 '아르놀트 쇤베르크 연구'을 썼다. 존 케이지의 스승이기도 한 쇤베르크(1874~1951)는 20세기 전반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자이자 음악 이론가였다. 195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백남준은 우연히 존 케이지와 요셉 보이스를 만난다. 이들의 예술관은 백남준이 행위 예술가로 성장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고 이후 비디오 아트의 저변을 형성했다. 존 케이지는 당시 독일 정부의 초청을 받아 현대음악의 실험이 활발하던 다름슈타트에서 강연 중이었다. 청중의 한 명에 불과했던 백남준은 존 케이지의 음악세계를 접하고 번개를 맞은 듯 쇼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백남준은 이후 고전적 작곡에서 탈피해 당시 새로운 음악인 행위음악에 들어섰다. 백남준이 데뷔한 1959년 11월 13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제목만 봐도 존 케이지에 대한 존경심을 잘 알 수 있다. 이 공연의 제목은 '존 케이지에게 경의를 보내며'였다. 이후 백남준은 '아시아에서 온 문화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며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명성을 떨쳤다. 그가 서양음악의 상징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퍼포먼스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에서 백남준은 공연 도중에 무대에서 내려와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잘라버렸다.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 행동은 일반적 상식에선 무례한 짓이지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물의 용도를 다양하게 확장시키려는 시도였다. 존 케이지는 백남준의 의도를 이심전심으로 알았기에 기쁘게 받아들였다. 백남준은 "피아노는 연주할 수도 있지만 부술 수도 있다. 마찬가지다. 넥타이는 맬 수도 있지만 자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