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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그리스 아테네 가면 빗살무늬 토기가 있는 거 아세요?"

2015.01.19

[머니투데이]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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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화 문화재청장. /사진=김창현 기자

나선화 문화재청장…30여년간 발굴 지역을 누빈 현장 전문가

"서양의 옷 디자인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돼요? 고유한 한복의 소매 끝자락을 다른 색깔로 장식하는 거나 앞트임이 있는 투피스, 바지 등 서양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의복의 특징이 우리 양식에도 이미 있었다는 걸 잘 모르죠."

나선화(66) 8대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청 문화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덕수궁에서 패션쇼를 허가해달라는 샤넬 측의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 나 청장은 당시 한복은 물론 과거 고려, 신라시대 의복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우리 복식에도 서양과 공통된 점이 많다는 점을 설명했다.

문화사대주의를 극복하는 일은 고유한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고유한 문화는 어려운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 깃들여있다는 게 나 청장의 생각이다.

2013년 12월 취임한 나 청장은 30여 년간 전국 곳곳의 발굴 지역을 누빈 '현장 전문가'로 통한다.

서울 출신으로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8년부터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학예실장 등으로 35년간 재직했다.

이대 박물관에서 일할 당시 경북 영주시 순흥면 신라벽화고분, 경북 경주시 인왕동 신라 적석목곽분, 경기 광주시 등지 조선시대 백자가마터 등 전국의 문화재 발굴 현장을 누볐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고고학 발굴에도 관심을 가져 1992년부터 한·러 공동 발해문화유적 조사단 책임연구원을 지내기도 했다.

나 청장이 다시 묻는다. "아테네 박물관에 있는 토기가 신라시대 빗살무늬 토기랑 같게 생긴 걸 아세요?"

사학 중에서도 한국미술사를 전공으로 택한 청장은 가마 발굴을 경험하면서 토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외 출장에서 동서양의 문물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이 교류됐고, 우리 문화가 서양문물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도 매번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고려청자와 이조백자를 높게 칭송하지만, 실은 집집마다 있었던 장독이야말로 청자와 백자의 근본이라고 생각해요. 나무에 비유하자면 토기, 옹기야 말로 나무 전체고, 청자와 백자는 한 계절(시대)에 피는 잎이나 꽃 같은 존재인거죠."

나 청장은 학사 학력이다. 그 흔한 교수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없지만 문화재청장으로 발탁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문화재에 대한 이런 생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현장 경력이다.

선임 당시 "문화재 현장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췄으며 문화재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고 있는 적임자"라는 평을 받은 이유다.

전국 곳곳의 발굴 현장을 발로 뛰던 당시, 야외에서 따가운 햇볕과 매서운 찬바람을 맞으며 일하던 그는 "얼굴이 새카맣게 타고 입술이 하얗게 부르터도 그저 즐겁게 일했다"고 말했다. 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문화재는 그에게 업무의 대상이자 재밌는 놀이, 책임지고 지켜야할 보물, 세계에 알리고 싶은 자랑거리였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나 청장은 지난 1년간 숭례문 부실복구와 직원비리로 얼룩진 문화재청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일에 특히 주력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소반(대원사)’ ‘옹기의 원류를 찾아서(이화여대 출판부)’ ‘한국 옹기의 특성(일본 고려미술관)’ ‘한국도자기의 흐름(세계도자엑스포)’ ‘한국의 전통 공예도기(이화여대 출판부)’ 등이 있다.

◇약력
△서울·49년생 △상명여고 △이화여대 사학과 △이화여대 박물관 학예실 실장 △한러 공동 발해문화유적 조사단 책임연구원 △한국 큐레이터 포럼 초대회장 △한국박물관학회 이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인천광역시 문화재위원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길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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