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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서도식 작가가 찾은 빛…망치질로 추앙한 '금속 항아리'

2022.04.30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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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작가...갤러리밈에서 5월4일 개막
서울대 미대교수 정년퇴임 병마 딛고 새 작업
은과 황동 소재의 판재를 망치로 단조한
백자대호 항아리 연작+부조기법 항아리 첫선

[서울=뉴시스]금속공예작가 서도식 개인전. 은과 황동으로 제작한 항아리

보는 순간 망치질로 새겨진 금속 주름을 추앙하게 된다.

공기반 소리반 그 적당한 텐션을 간직한 항아리의 오묘함이 빛난다.

금속 공예작가 서도식(66) 개인전(Find your light)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린다. 5월4일부터 항아리 연작과 첫 선을 보이는 부조기법을 가미한 평면 작품을 전시한다.

40여 년간 금속의 표면을 쉼없이 두드리며 희로애락을 담아온 작가다. 서울대학교 미대 교수로 정년 퇴임 하고 4년전 병 났던 몸도 치료 됐다.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자 소박한 근원으로 돌아갔다. 백자대호 항아리 연작을 시작했다. "항아리의 모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미감이 작업으로 이끌었지요."

항암치료로 근육은 무너졌지만 몸은 알았다. 망치를 들자 절로 움직였다. 두드림은 점점 달항아리를 만들어냈고, 부조 형태의 항아리도 새롭게 탄생했다.

[서울=뉴시스]금속공예작가 서도식 개인전 ‘Find your light’. 망치로 단조한 백자대호 형태의 항아리.

“성형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망치 터치의 흔적이 지난 시간의 기억들과 인연들로 표면에 새겨집니다. 겹겹이 차곡차곡 새겨진 터치들로 인해 항아리는 곧 기억과 상념의 집합체가 되지요.”

수행과도 같은 반복적인 두드림은 그의 무기다. 2021년부터 은과 황동 소재의 판재를 망치로 단조한 백자대호 형태의 항아리 작업을 펼쳐왔다. 차갑고 견고한 물성의 금속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볼륨을 구축해 가는 과정을 작가는 "삶과 자연의 기억들을 겹겹의 사유로 담아내는 작업"이라고 했다.

순백의 넉넉함과 소박함, 비정형의 둥근멋, 무미(無美) 등의 특징으로 설명되는 달항아리는 단순한 기물 이상의 대상이다. 모든 치장과 기교를 버린, 넉넉하게 비어있는 아름다움. 그래서 작가들은 또 도전한다.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오늘날의 달항아리가 끊임없이 재탄생되는 이유다.

[서울=뉴시스]서도식 개인전 Find your light.

[서울=뉴시스]금속공예작가 서도식 개인전 ‘Find your light’

'서도식의 금속 항아리'는 오랜 투병 기간을 거친 끝에 한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면서 선택한 작품이다. 깊고 어두운 고통의 터널에서 회생의 기도로 만났던 존재로 생명의 기운을 그윽하게 품고 있는 따뜻함이 작가를 작업으로 이끌었다.

"한 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한 달 가량이 소요되고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지만, 완성 후에는 언제나 후련하고 기쁩니다"

은항아리에 투명 옻칠을 입혀 깊고 오묘한 빛감이 반짝인다. 일반 안료로는 드러낼 수 없는 깊이감과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배경이다.

[서울=뉴시스]서도식 개인전 Find your light. 처음 시도한 부조형식의 평면작품

이번 전시에는 처음 시도한 부조 형식의 평면작품도 선보인다. 붓이나 연필 같은 드로잉 도구 대신 이 작업도 망치를 사용했다. 자연스러운 손목 스냅이 리드미컬하게 만들어낸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흔적이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이전 정교함에 사로잡혔던 작가는 이제 자유의 해방감을 느낀다. “금속판재 위에서 반짝이며 어지럽게 튀어오르는 망치의 터치들이 어느덧 둥그스럼한 달과 별들로 새겨집니다. 윤곽 정리와 채색을 완료하고 나면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빛이 달빛처럼 부드럽게 드러나지요. 이 순간, 저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합니다.” 전시는 6월3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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