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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조영남 무죄판결에도…"남이 그렸는데 예술 맞나" 논란 여전

2020.06.25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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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한 미술계 논란 계속…“아이디어도 창작” 판결에 “표현에 신뢰떨어질까 우려”

'그림 대작(代作)' 사건에 대한 상고심 공개변론이 열린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가수 조영남씨가 법정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4년간 끌고 온 가수 조영남(75)씨의 ‘그림 대작’ 논란이 상고심에서 결국 ‘무죄’로 판결났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오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모 씨 등이 그린 그림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가벼운 덧칠 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팔아 1억 5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6년 6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그림의 상당 부분을 ‘타인’이 그렸고 조씨가 이런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아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화투 소재는 조씨 아이디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조씨 무죄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논증도 한몫했다. 진 전 교수는 2017년 결심 공판에 조씨 증인으로 나와 “작품에선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며 “해당 그림을 그리기로 한 사람과 그림을 시킨 사람, 시장에 작품을 관철시킨 사람 모두 조씨여서 이 작품 모두 1000% 조씨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도 최후 진술에서 ‘조수를 쓰는 게 관행’이라는 말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최광선 화백은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타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위작이나 모작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난 25일, 미술계는 다시 떠들썩했다. ‘조수를 쓰는 관행’에 대한 합법적 길을 대법원이 열어줬다는 평가와 함께 미술 본연의 창작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서양미술의 종착역인 개념이나 추상 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개념은 차용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조수를 쓰는 것은 창작의 중요한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며 “미술사 흐름과 경향성에 따라 창작의 관점, 조건도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상(청주대 교수) 단색화 작가는 이날 무죄 판결에 대해 “개인적으로 감동이 없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남을 통해 대리로 만든 작품이 예술인지 의문이다. 음식으로 비교하면 전통을 지닌 맛집이 아닌 아이디어를 전수받은 프랜차이즈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서양미술사 관점에서 개념은 그런 식으로 이해되고 적용될 수 있다”며 “하지만 동북아시아적 맥락에서 보면 예술행위 자체는 (자신의 몸과 자기 나라의 역사가 일군) 물성과 풍토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동시대 미술에서 조수를 쓰는 방식이 흐름인 건 인정될 부분이 있으나, 미술계가 그런 관행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표현은 유감스럽다”며 “조수를 쓰는 그림 대작이 원래 그런 것처럼 인식될 경우 미술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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