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갤러리에서는 ‘사진을 통해 드러난 풍경들(UnveiledScape)’이라는 주제로 현상의 파편적인 순간과 풍경을 고속촬영 기법으로 작업 해온 안준 작가의 개인전을 2017년 4월 26일부터 5월 23일까지 개최한다. One Life, The Tempest, Absolute Resistance라는 세 가지 부제를 가지고 작업한 이 프로젝트성 연작들은, 사물과 풍경을 빠른 셔터스피드의 촬영을 통해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또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은 어떤 현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시작으로, 촬영한 이미지 속 풍경을 통해 또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초월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를 세 가지 섹션(One Life, The Tempest, Absolute Resistance)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 섹션의 부제는 One Life 이다. 안준 작가는 영국의 비평가이자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의 “삶은 두개의 영원 사이 시간의 희미한 반짝임; 우리에게 영원히 두 번째의 기회는 없으리” 라는 말을 인용하여 One Life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사과를 바다, 나무, 건물의 벽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공중에 던져 순간의 찰나를 포착하는 것으로 탄생되었다. 예상치 못한 의외의 배경 속 공중 부양된 붉은 사과들의 절묘한 조합과 감각적인 구도를 통하여 작가는 일련의 작업, One Life를 인생은 무상하기 때문에 아름다우며 이중 죽음이 가닿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있다는 어느 날의 상념이라 표현한다.
두 번째 섹션 The Tempest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팔당댐 방류 장면을 고속 촬영한 이 작업에서 그녀는 어린시절 이유 없이 책장에 눈물을 떨구게 되던 희극속의 한 부분을 떠올렸다. 작품 속, 댐에 갇혀있다 한꺼번에 방류되는 힘차고 거친 물살은 마치 폭풍우를 연상케 한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했던 물 폭풍은 순간이 되어 작품 속에 남아 있지만,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템페스트의 4막 1장 “지상의 모든 것 들이 끝내는 녹아서, 이 가상의 구경거리처럼 사라져가 자국조차 남기지 않게 된단 말이다. 우리는 마치 꿈과 같은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리고 우리의 짧은 삶 또한 잠으로 둘러싸여 있는거지” 라는 구절은 안준 작가의 The Tempest 작업을 그대로 설명해 주고 있다.
마지막 섹션인 Absolute Resistance는 아부다비 분수를 촬영한 것으로 빠른 셔터스피드를 통해 얻어진, 역학이나 물성, 많은 자연의 법칙들이 역전된 패러독스의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아부다비 분수가 올라가고 내려오는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빛에 반사되어 오묘한 빛깔을 내뿜는 분수의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포착해 냈다. 안준 작가는 미국의 정치가이자 제 28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의 “자유의 역사는 저항의 역사이다” 라는 말을 인용하여 Absolute Resistance 시리즈를 묘사하고 있다.
외부 세계의 현상들은 끊임없이 그 형태를 바꾸어 가며 존재한다. 이 중 인간은 인지 할 수 있는 범위만을 기억하고 사유한다. 하지만 안준 작가의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들은 그 동안 눈으로는 볼 수 없었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현상의 모습들을 사진을 통해 관찰하게 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육안의 한계를 뛰어넘어 드러난 이미지는 마치 또 하나의 눈을 통해 육안에 드리우고 있던 인체의 한계라는 장막을 걷어낸(Unveiled) 후 마주하는 풍경과도 같다. 그 풍경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기억하는 것과 현존 하는 형태, 나아가 본질과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또 다른 생각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