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
정현태의 작품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캔버스에 과감하고 두텁게 표현된 붓칠 형태와 과감한 색채와 표현이 그것이다. 형상과 색채의 율동감과 리듬감은 즉흥적인 추상 작업처럼 보이지만 정현태 작품은 모양과 색의 조합, 배치는 정교한 계산과 상상력이 결합한 예술적 표현이다. 작가는 힘차고 생생한 붓칠 형상을 재현하고 색을 입힌 형상을 제시하며 회화의 본질로 다가선다. 사실 정현태의 작업은 입체감을 주는 재료를 붓질 모양으로 캔버스에 입히고 그 위에 색을 칠하는 추상회화이지만 관객들은 작품을 보며 현상과 실재, 그리고 상상력과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독특한 작품이다.
동양의 화론엔 ‘불사지사’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불사지사'는 실재하는 현상의 외면을 화면에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그 대상이 가진 본질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베낀 회화는 진정한 닮음이 아니라는 사유의 방식이다. ‘다르면서도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것’. 것정현태 작가는 이것을 작가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작품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