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디자인 | 프로젝트 스페이스는 2020년 8월 13일(목)부터 9월 3일(목)까지 신하라(b. 1987, 서울) 개인전 《클러스터 Cluster》를 연다. 신하라의 작업은 동시대의 이미지 순환 구조에 대한 관심에 기반한다. 디지털 이미지가 가상 공간에서 부유하며, 관계 맺는 모습이 마치 별무리 같다는 생각에서 ‘클러스터’라는 전시명을 지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영상, 사진, 설치 등 최근작 5점을 선보인다. 신하라는 이미지를 채집해 구현한 자신의 영상 작업을 16세기 예술과 경이의 방(쿤스트-분더캄머〮Kunst-und-Wunderkammer) 에서 일어난 수집 행위에 비유한다. 현대의 ‘데이터 마이닝’을 과거 ‘예술과 경이의 방’의 개념에 연결 지어 이해하려는 시도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1년에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한 후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형예술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9년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아트 앤 미디어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 대학원에서 마이스터슐러 과정 이수 중이다. 쿤스트크바티어 베타니엔(베를린), 비스도르프 성(베를린), SAP(발도르프), 사일런트 그린(베를린)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 뮌첸베르크 포럼에서 영상 부분 3등 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3채널 영상 〈사변지도 Speculative Atlas〉(2020)를 3개의 모니터에 나누어 선보인다. 채널 1은 예술과 경이의 방에서 일어난 수집과 현재의 이미지 채집 사이의 차별점을 드러낸다. 고정된 영역에 속해야 맥락을 획득하는 수집품과 달리, 오늘날의 디지털 이미지는 가상 공간 안에서 유동한다. 조형의 기본 요소인 점, 선, 면을 활용하여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이미지의 운동을 암시하는 한편, ‘학습된 시각 언어’를 통한 사고의 전향을 유도한다. 푸른 빛으로부터 바다와 하늘을 떠올리고, 섬광으로부터 우주를 연상하도록 하는 식이다. 채널 2에서는 채널 1의 화면에 현실 풍경을 접목한다. 채널 3에서는 앞선 두 채널 속 이미지가 동시에 작동하며 서로 관계 맺는다. 유동하는 이미지의 지형도를 구현하고자 했다.
예술과 경이의 방은 세계 각지의 표본이 한자리에 진열되고, 기록되고, 감상의 대상이 된 공간이었다. 상상과 현실이 혼재한 이미지와 구전되며 변형된 서사가 발전했다. 〈표본연구〉 연작은 다양한 이미지의 조합과 변형, 다각도에서의 시점을 모아 만든 사진이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자연물 모형, 그래픽으로 만든 물방울 등의 ‘표본’이 혼재하며 낯선 풍경을 구현한다.
〈캐시 Cache〉(2020)는 디지털 이미지를 삼차원 개체로 구현한 설치다. 가상 공간에서 유동하던 이미지를 물리적 영역에 재소환한 결과물이다. ‘캐시’는 은닉처라는 뜻을 지닌 동시에 데이터 값을 임시로 저장하는 고속 기억 장치를 가리키는 컴퓨터 용어다. 물체로 변환된 이미지는 디지털 데이터로서의 정체성을 잃는다. 더 이상 영구적으로 저장되거나,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없다. 현실의 ‘몸’을 부여하는 일은 디지털 이미지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보전하려는 시도다. 설치물은 디지털 영역에서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는 ‘은닉처’로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