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GE GALLERY 에서는 6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최명영의 개인전 <Conditional Planes> 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목적은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수직수평’ 시리즈를 중점으로 선보임으로써 최명영 작가의 60여년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데 있다. 특히 1990년대 ~ 2000년대 사이에 제작된 작품을 대거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완숙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며, <평면조건 Conditional Planes>이 도출될 수 있게끔 단초를 마련한 70년대 초, 중반의 <등식 Signs of Equality> 시리즈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미적 논리의 발전 과정을 한 눈에 조망하고자 한다.
대학 재학 중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궁구하던 그는 1962년 동료들과 함께 오리진(Origin) 협회를 창설하였고, 이어 1969년 화가, 조각가, 비평가 등 당시 한국미술계를 지탱하던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들과 함께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하는 등 당대 한국미술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조형질서를 모색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최명영의 작품세계의 근본적인 지향점은 “평면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재 방식”의 탐색이다. 그는 특히 회화 평면 위 비조형성에 주목한다. 이러한 비조형성은 회화 속 형상과 이미지의 안티테제(antithesis, 반정립)로서 이해하기 보다는 평면 위에서 벌어지는 반복되는 행위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최명영의 반복적 수행성은 행위의 주체를 배제한 채 무미건조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 본인이 일상 속 맞닥뜨리는 내, 외부의 자극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다시 말해 최명영이 평면 상에서 일궈내는 모든 행위는 작가의 내면세계와 일상의 리듬과 호흡에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이는 곧 질료로 대변되는 물질성이 정신적인 차원으로 환원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최명영의 “평면조건”의 시기는 다음과 같다. 70년대 중반에는 색면 위에 지문의 흔적을 반복적으로 남김으로써 평면을 형성하는 작업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반복을 통한 물성의 정신화와 내면공간의 확장을 꾀했다. 70년대 후반의 롤러 시리즈는 캔버스 평면 위에 질료를 도포하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평면의 확장과 같은 새로운 층위를 형성했다. 80년대 중, 후반 이후 시작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직∙수평’작업은 씨줄과 날줄의 반복적인 직교로 새로운 실존적 지평을 형성해내고, 90년대 이후까지 이어진 ‘수직∙수평’ 작업을 통해 ‘몸을 드리는’ 수행적 층위까지 확장한다. 2015년 이후 최명영은 그간 시도해온 “평면조건”을 다시 불러들이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물질과 정신의 화학적 결합과 동세를 머금은 부동성에 대해 탐구한다.
최명영은 그의 화업이 장장 50여 년에 달하지만 여전히 회화가 지닐 수 있는 평면적 존재가치를 탐구하는 데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작가의 치열한 사유의 흔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삶 속 매 순간을 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