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박정환
2016.02.23
[뉴스1] 박정환
이승희 '타오 2014' (사진제공 박여숙화랑)
3차원 백자를 2차원 화폭으로 재해석…이승희 개인전 '타오' 등.
백자는 소박하다. 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화가 중에도 이런 백자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백자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화폭에 담아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환기(1913∼1974)는 백자의 매력에 푹 빠진 대표적인 화가다. 김환기는 백자를 소재로 '항아리와 꽃가지'(1957),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1956), '정원'(1956) 등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수필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 "조선 항아리는 철두철미 평범하다. 평범한 우리 생활기"라고 밝혔다. 백자는 '평범함'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지평선 위에 항아리 둥그렇게 앉아 있다/ 굽이 좁다 못해 둥실 떠 있다/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 똑/ 닭이 알을 낳듯이/ 사람의 손에서 쏙 빠진 항아리다'(김환기 '조선백자 항아리')
김환기를 비롯해 도상봉·손응성 등은 백자 정물화를, 단색화가 박서보·정상화는 백자의 미학이 스며든 추상 단색화를 선보였다. 이후 백자는 구본창의 사진으로, 고영훈·강익중의 그림으로, 박선기·황혜선 등의 설치미술로 번져나갔다.
이승희 '타오 2014' (사진제공 박여숙화랑)
백자가 가진 3차원의 아름다움을 평면으로 옮긴 최근 전시로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동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막한 이승희 개인전 '타오'가 눈에 띈다. 작가는 도자기의 기능성을 배제하고 액자의 틀 안에서 조선백자의 본질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3월18일까지다.
30년 넘게 도자 작가로 활동한 그는 3차원의 도자기를 '2.5차원'의 평면으로 재현해냈다. 이승희는 "평면에 회화성을 가미해 그림 같은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실용성 등) 필요 없는 것을 빼고 나니 얼추 완성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넓은 사각판의 중심에 묽은 흙물을 70여 회 발라 입체감을 입히고, 표면에 물감으로 청화백자의 다양한 문양을 그려내고, 티끌 높이의 결을 조심스럽게 긁어내 미묘한 입체감을 표현했다. 무료. 문의 박여숙화랑 (02)549-7575.
또 지난 1월15일 개막해 오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열리는 개관전 '기억 속에 피어난 백화- 봄날 오는가'에는 김덕용과 전병현이 나무와 한지의 재료적 특성을 살려내면서 백자를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김덕용은 나무를 다듬어서 자연의 결이 살아 있는 백자를 표현했다. 그는 "그림은 손재주나 머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현은 한지의 재료인 닥죽으로 백자를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문의 갤러리조은 (02)790-5889.
개관전 '기억 속에 피어난 백화- 봄날 오는가' 중 김덕용 '결, 달을 품다' (사진제공 갤러리조은)
많은 이들이 백자하면 조선백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백자는 고려청자가 처음 만들어진 10세기 무렵부터 꾸준히 생산돼 왔다. 백자는 고려청자와 그릇의 형태나 문양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제작방법이 같았다. 다만 백자에 맞는 고유의 흙을 찾아내지 못해 청자를 만들던 고령토를 그대로 썼고, 굽는 과정에서 자기화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백자는 조선 전기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는다. 조선 백자는 완벽한 흰색을 자랑하는 중국 백자와 다르게 젖빛의 흰색이거나 살짝 푸른 빛을 띈다. 또 기교면에서도 소박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정적으로 이끄는 매력이 가지게 됐다. 이후 백자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위축됐으며, 일본으로 끌려간 많은 도공들이 일본 백자를 꽃피운다.
'조선백자' 뿐만 아니라 '고려백자'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까지 백자의 아름다움은 한국인의 미적인식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정환 기자(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