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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우리의 지각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걸까…칼루바얀의 기록들

2019.08.02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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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루바얀 국내 첫 개인전…아카이빙 전시 11월10일까지

필리핀 출신 작가 뷰엔 칼루바얀(Buen Calubayan).© 뉴스1 이기림 기자

우리는 학교나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기 전 '소실점'이란 개념을 배운다. 소실점은 1410년쯤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에서 발견된 개념으로, 공간의 입체감을 파악할 수 있어 풍경화를 그리는데 기본이 된다.

필리핀 출신 작가인 뷰엔 칼루바얀(Buen Calubayan, 39)은 전 세계 사람들이 소실점을 바탕으로 풍경화를 그린다는 점이 이상했다. 분명 소실점 개념이 없던 시기에는 지역 고유의 방식으로 그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생각했다. 개인에게 한 사회 시스템이 영향을 주면, 그건 다시 개인이 바라보는 풍경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이다. 그렇게 작가는 7년 전부터 모든 경험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하나의 기록이었다.

작가는 필리핀 국립박물관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겪은 일들을 시간과 장소를 구분해 종이에 적고, 그림을 그리는 일에 대해서도 페인트통에 그 과정을 기록했다.

뷰엔 칼루바얀 개인전 '어느 청소부의 안내-풍경, 뮤지엄, 가정'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뷰엔 칼루바얀 개인의 일상 속 생각, 행동, 예술적 실천 등이 축적된 작품 및 자료들은 11월10일까지 서울 마포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호텔에서 열리는 개인전 '어느 청소부의 안내-풍경, 뮤지엄, 가정'에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13점의 회화와 11점의 현장설치 등 총 24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7년간 수집해온 아카이브 자료 중 일부도 만나볼 수 있다.

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개인, 시스템, 자연이 연결돼 어떤 상관관계를 이루는지 궁금했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기록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우리의 일상이 기록된 몸을 하나의 아카이빙 도구라고 생각해 작품도 그런 의미가 담긴 것들을 전시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전시작 중에서는 '종이 해먹'이 있다. 이 작품은 필리핀 역사의 아픔과 진보를 담은 혁명 관련 책을 찢은 뒤 종이를 하나하나 연결해 제작됐다. 개인과 시스템의 연결, 그리고 쓰기의 기록과 몸의 기록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회화작품이 적고, 어두운 분위기에 수많은 아카이빙 자료가 전시돼 있어 흔히 말하는 '재미'를 느끼긴 어렵다. 그러나 전시에 담긴 작가의 고민과 작가 개인의 역사, 그리고 필리핀의 역사를 천천히 알아가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수동적으로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다.

뷰엔 칼루바얀 개인전 '어느 청소부의 안내-풍경, 뮤지엄, 가정'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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