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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동판화가' 강승희 유화 욕망, '새벽'에 풀어냈다

2019.11.0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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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캔버스와 씨름한 200점중 엄선
노화랑서 개인전 6일부터 20일까지

【서울=뉴시스】강승희,새벽-21914(Daybreak-21914)50.5x72.7cm, Oil on Canvas, 2019

"완벽하게 다시 시작하자는 의욕으로 눈물겹게 싸운 결과로 완성된 작품이다."

국내에서 가장 '서정적인 동판화 작가'로 알려진 강승희 추계예대 교수가 유화 작가로 변신했다.

젊은 시절 사용한 아크릴물감이 아니라 유화 물감으로 수없이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다보니 200여 점이 넘어섰다.

그 중 40~50점을 엄선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 걸었다.

모든 작품 제목은 '새벽'. 새 날을 여는 제목처럼 작가로서 유화에 대한 욕망을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그동안 '판화과 교수'라는 틀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해보자! 완벽하게 해보자"며 5년을 캔버스와 씨름했다. 대학의 교학처장으로 활동하면서도 업무 시간 이외에는 그림만 그리자"는 각오였다.

"나이 60의 삶에서 가장 치열해서 오히려 처절한 감정까지 들 정도로 유화물감과 씨름했다"는 그는 "그리고 또 그렸다."

" 판화로 얻은 감성과 효과를 유화로 오롯이 드러날 때까지 숱한 밤을 새웠다."밤과 낮이 교차하는 새벽은 그렇게 절묘하게 캔버스에 스며들었다. 그는 스스로 새벽의 작품을 "눈물겹게 얻어낸 서정성"이라고 표현했다.

【서울=뉴시스】강승희, 새벽-21718(Daybreak-21718)50.0x72.7cm, Oil on Canvas, 2017,

이번 전시 서문을 쓴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습하고 눅눅한 회화의 피부를 거느린, 상당히 감성적인 그림"이라고 평했다.

"물방울 같은 점들이 빼곡히 밀집해 창에 성에가 서린 것처럼 응고되어 있거나 축축한 습성의 공기가 엷은 막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라면서 "그의 그림은 특정 풍경이 담겨있지만, 그것은 저 멀리 원경으로 밀려나 있고 다만 대상과 주변 공기가 뒤섞여 이룬 분위기, 기운 속에서 흐릿하다"면서 "구체적인 대상이나 이미지 보다는 모종의 정서를 유발하는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림들은 향수를 전한다. '옛날 그림'같은 분위기로 붓맛과 물감맛이 진득하게 배어 '낮과 밤이 공존하는 기이한 시간성'을 보여준다.

이런 땅의 지기와 하늘의 천기가 교묘히 섞이는 시간대에 드러난 풍경의 모습에 대해 박영택 평론가는 "신묘한 기운을 발산한다"면서 강승희가 그린 그림 역시 새벽이란 시간대에 둘러싸인 특정 풍경이 뿜어내는 기미, 분위기, 기운의 포착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상당수 한국 작가들이 새벽의 풍경에 주목하고 이를(풍경의 기운) 재현하고자 하는 이유다. 배병우의 ‘소나무’나 정동석의 ‘경’시리즈가 모두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본다.

모든 풍경은 결국 그것을 보고 느낀 자들의 다양한 주석 속에서 환생한다. 강승희 작가의 '새벽 풍경' 또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투사해 만든 것이다.

【서울=뉴시스】강승희, 새벽-21802(Daybreak-21802)112.1x162.2cm, Oil on Canvas, 2018

퐌화가의 흔적도 담겼다. "사실 대상의 묘사는 부재하고 다만 그것을 암시하는 물감의 층, 입자들이 서로 엉켜있는데 이는 흡사 판위에 잉킹을 해서 찍은 것처럼 물감을 눌려놓는 형국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다분히 동판화 기법을 유화로 구현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판화제작 도구를 유화제작에 사용했다. 물감을 밀어내는 스크래퍼와 니들 그리고 동판을 닦는 망사를 붓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판화로 만들어냈던 서정성이 유화에서도 아스라히 드러나는 배경이다.

제주 출신 작가 강승희는 1987년 홍익대학교에서 유화를 전공하고 판화를 부전공으로 했다. 판화가로 알려진 건 1991년 제9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출품하여 대상을 받으면서다. 같은 해, 전 세계에 있는 판화작가 1만5000명이 응모한 일본 ‘와카야마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또 2등상을 받으면서, 판화 작가로 구축됐다.

극도의 세밀함으로 수묵화의 먹이 퍼지는 효과를 판화 제작기법으로 표현해낸 그의 작품은 중국,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고 국내에서는 '최고의 판화작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의 판화 작품은 영국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중국 ‘중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동판화에서 유화로 풀어낸 '새벽' 전시는 20일까지.

【서울=뉴시스】강승희, 새벽-21704(Daybreak-21704)60.6x90.9cm, Oil on Canvas, 201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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