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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숯의 화가' 이배, 뉴욕 페로탕갤러리서 첫 개인전

2019.11.06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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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배 작가 뉴욕 페로탕 갤러리 전시 전경

'숯의 화가' 이배 작가가 미국 뉴욕 페로탕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18년 페로탕 파리 전시에 이어진 이번 뉴욕 전시는 지난 2일부터 ‘프로므나드 (Promenade,산책로)를 타이틀로 숯을 이용한 대표작 이수 뒤 푸(Issu du Feu, 불에서), 랜드스케이프 (Landscape, 풍경), 무제(Untitled) 등 세 가지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의 중심은 '이수 뒤 푸(불에서)' 시리즈 조각 24점이다. 차분한 한지 위에 현대주의적 격자로 놓인 조각들의 배열은 소박하게 나열된 미니멀리스트 설치물과 같은 느낌이다. 작품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유기적인 작업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숯으로 나온 나무는 소나무다. 이 배 작가의 고향이자 화실이 위치한 경북 청도에 있는 나무다.

작업과정은 지난하다. 나무 하나하나를 골라내어 특별히 제작한 가마에서 2주간 태운 후 다시 2주 동안 식힌다. 이 과정에서 소나무는 살아있는 식물에서 딱딱한 숯 기둥으로 변한다고 한다. 숯덩어리로 변한 나무둥치를 고무밴드에 묶으면 세상에 없는 작품이 된다. 파괴와 재생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한 평형 상태를 반영한 '사색의 집합체'로 환생한다.

【서울=뉴시스】이배 작가 뉴욕 페로탕 갤러리 전시 전경.

'이수 뒤 푸' 시리즈는 숯이라는 재료 고유의 광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숯 조각의 단면들이 밀집되게 구성되어 환등과 같은 분위기를 나타낸다. 광택이 나는 숯 표면은 마치 붓으로 칠해 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세밀한 무늬는 섬세한 마멸 작업으로 만들어냈다. 조심스레 사포로 문지르고 윤을 낸 후, 숯 표면은 비로소 회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광택을 발하게 된다.

'무제' 시리즈의 작품은 반대로 보다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천연 정착제를 묻힌 숯덩어리를 이용하여 종이에 그린 작품들은 하나 혹은 여러 획으로 작가의 움직임을 담은 추상적인 구도로 서예를 연상시키나, 이러한 획 하나하나가 언어를 나타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예술 도구로서의 숯의 상징성과 그 흔적을 남기는 매체로서 표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배 작가 뉴욕 페로탕 갤러리 전시 전경

'랜드스케이프' 2점은 굵은 검은 선이 격자로 배열된 하나의 평평한 단색 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살펴보면 어두운 단색 면이 잉크가 칠해진 것이 아니라 상당량의 숯이 두꺼운 부조 형태로 압착되어 있다. 표면은 어렴풋이 숯의 질감이 가진 디테일을 보여주는 한편, 거칠고 불규칙한 가장자리에서 예술적 창조를 위한 고된 노동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캔버스 표면에 깊이 물든 듯한 숯 자국과 얼룩은 숯 조각을 붙이고 표면을 갈아내는 반복된 과정에서 생긴 결과물이다.

뉴욕 페로탱 갤러리는 "이 화백의 개인전은 기계 같은 상품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숨 쉬는 근원적 풍경을 선사해 숯의 원시적인 공명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숯의 화가' 이배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 배 작가는 경북 청도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 위치한 빌모트 파운데이션, 프랑스 생 폴 드 방스의 매그 파운데이션, 대한민국 인천의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프랑스 반느의 라코휴 미술관, 프랑스 파리의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 등 전 세계의 박물관과 전시관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소개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스페인 쁘리바도 알레그로 재단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뉴욕 페로탕 개인전은 12월2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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