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비닐 드로잉 작가' 이정동 "싸구려 재료라고요?"

2016.05.20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리스트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뉴시스】이정동,자세,비닐에아크릴물감,펜드로잉,200x160cm,2014 2016-05-20

거대한 비닐 원단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길거리 포장마차 덮개로 익숙한 반투명 재질의 묵직한 비닐에는 수많은 선이 뒤엉켜 낙서처럼 펼쳐져 있다. 비닐을 캔버스 삼아 유성 펜으로 드로잉 작업을 하는 이정동 작가(44 )의 작품이다.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반투명한 서술'(Translucent Narrative)을 주제로 개인전(6월7일까지)을 열고 있다.

“비닐 작업하면서 좋은 소리 못 들어요. 팔기도 힘든 싸구려 재료라는 거죠. 게다가 펜으로 그린 건 시간이 지나면 다 날아가 버린다며 좋게 안 봐주는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순간순간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드로잉에 매력을 느꼈다. 색감이나 덩어리가 빠진 채 그저 선으로만 그릴 수 있는 드로잉은 "미완성의 느낌이 있어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을 회화과로 선택하면서 나만의 작업이 찾아나갔다. 그때 만난게 ‘비닐’이다. 유성 사인펜으로 그리면 스며드는 맛도 있고 종이에서보다 훨씬 그림이 잘 그려졌다.

【서울=뉴시스】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정동 작가가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언주 문화칼럼리스트. 2016-05-20

“가상에 있는 것을 가져와서 표현할 수 있고, 이미지를 중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재료가 비닐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시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과 어우러져 중첩되고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죠.”

작업은 크게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컴퓨터로 드로잉 한다. 다음으로 작업물을 출력해서 바탕에 깔고, 그 위에 비닐을 놓고 유성 펜으로 덧그린다. A3 종이 100장을 붙여서 놓고 따라 그린다고 한다. 이때 비닐 양쪽 면에 모두 드로잉하며, 그렇게 그린 두 개의 비닐을 다시 포갠다. 결국 4개의 면에 그린 비닐 두 장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

컴퓨터 작업과 수작업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그의 작업은 디지털 감성과 아날로그 감성의 만남이기도 하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공간을 창출해낸다.

“현존하는 내가 있고, 인터넷 공간 속에 나도 있죠. 그 사이에는 와이파이(wifi)라는 신호가 움직이고요. 손 안에 작은 가상공간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우리는 실재를 잃어버리고 기본적인 감각 조차 무뎌지고 있잖아요. 그렇게 프레임(틀) 안에 갇히는 우리 모습을 생각해봤습니다.”

【서울=뉴시스】중첩된 비닐 드로잉은 가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공간을 창출해낸다. 2016-05-20

그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의 연결고리이며 기계적인 것을 회화적으로 부드럽게 풀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토바이를 그렸는데 어떤 분은 넝쿨이 얽힌 것 같다고도 하시고 사람 같다고도 하세요. 각자의 인생과 경험이 다르니까 작품을 보고 느낄 때도 다를 수 밖에요.”

작품 ‘조작된 나무’ 앞에 서니 상상의 나래가 절로 펼쳐진다. 4계절 변화하는 나무의 모습도 보이고, 바람을 날리는 움직임도 느껴진다. 풍성한 열매와 잎사귀, 줄기가 따로 떨어져 우주 속으로 흩어지기도 한다. 공상과학 소설 속에 나오는 그림 같아 한참을 들여다 보게 된다.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무엇이라도 마음껏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비닐’ 하면 제가 떠오를 수 있게 재료에 대한 실험과 작업을 계속 할겁니다.”

[email protected]

◆ 작가 이정동=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2014) △아트1(http://art1.com)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