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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하태임 작가 "왜 똑같은 '컬러밴드' 작업을 하느냐고요?"

2017.05.25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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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개인전을 갖는 하태임 작가. © News1

'컬러밴드' 작가 하태임 가나아트에서 개인전
"붓질의 틈새와 시간의 켜들을 쌓아가는 작업"

"'또 똑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색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단순한 형태를 취하는 것 뿐입니다. 오히려 붓질의 틈새와 시간의 켜들을 쌓아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캔버스 가득 화려한 '컬러밴드'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하태임 작가(44)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여는 개인전을 앞두고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밴드 하나 하나가 어떻게 모아지고 흩어지는지에 주목하고, 밴드 하나의 색을 완성하기 위해 물감을 반복해 쌓아 올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자신의 작업을 설명했다.

하태임 작가가 오는 26일부터 자신의 대표작과 동명인 '통로'(Un Passage)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갖는다. 기존에 선보여 왔던 다채로운 색상의 컬러밴드 작품들과 함께, 명도와 채도에 변화를 준 단색조 파스텔 계열 작품 5점, 그리고 캔버스를 벽면에 세우고 엉킨 색띠들의 끝부분으로 물감이 흘러내리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살린 새로운 방식의 작품을 1점 선보인다.

특히 2002년 쯤부터 다채로운 색상의 곡선 밴드를 화면 가득 채우는 추상 연작 '통로'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단색조 계열의 신작들을 처음 선보인다.

Un Passage No.173001, 200x200cm, Acrylic on Canvas, 2017 (가나아트 제공) © News1

Un Passage No.171007, 112x162cm, Acrylic on Canvas, 2017 (가나아트 제공) © News1

Un Passage No.171010, 112x162cm, Acrylic on Canvas, 2017 (가나아트 제공) © News1

'작품 경향이 다소 패턴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컬러밴드들이 단순하게 시각적인 리듬감만으로 올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행위의 반복이 녹아들어 미세한 충돌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매번 색을 고르면서 발을 동동 구를만큼 안절부절한다"고도 했다.

작가는 무리한 작업 때문에 최근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들 수 없을 만큼 몸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작업 과정에서 어깨에 무리가 왔고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겪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오랜 시간 전시를 준비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깊이 생각했다"며 "전시 말미에는 강렬한 원색뿐만 아니라 조금 힘을 빼고서라도 '여여한' 시선을 갖고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을 통해 "절정에 올랐다가 내려가며 평온한 상태에 이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됐다"고 했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하태임 작가는 '화가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추상화가 하인두 화백(1930-1989)이고, 남동생은 온통 하얗게 탈색된 듯한 설치작업으로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후보에도 올랐던 하태범 씨다. 특히 강렬한 색채 감각이 두드러지는 추상화로 유명한 하 화백의 딸이어서 그동안 '아버지와 작품이 비슷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태임 작가는 "그동안 가장 기분 나빴던 말이 '아버지 그림 닮았다'였는데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그림에 늘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색채의 조화나 대조(콘트라스트) 등은 아버지의 작품과 닮았지만, 아버지 작품이 무거운 유화라면, 나는 밝고 투명하고 경쾌한 느낌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하태임의 컬러밴드 연작은 서울옥션의 '프린트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판화(복제품)들 중 가장 인기있는 작품으로도 꼽힌다. 이에 '판화가 너무 잘 팔리니 되레 원화가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하 작가는 "이미지가 널리 확산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원화가 아닌 판화라도 공간에 놓임으로써 그 공간의 분위기를 주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이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는 강한 척 하고 호기를 부리며 세게 얘기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이젠 얘기를 하지 않아도 (내 작업에 대해) 알 사람은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웃었다. 전시는 6월18일까지.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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