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수는 2019년 11월 27일부터 2020년 1월 5일까지 지저우(Ji Zhou)의 개인전 <Spectacle>을 개최한다. 전시의 타이틀이자 선보이는 시리즈 중 하나인 “Spectacle 스펙터클”은 쇼를 칭하는 라틴어 spectaculum(스펙타클룸)에 기원을 둔 용어로 자연과 도시의 경관, 동시대에 와서는 더 나아가 미디어 속 표상까지 포괄한다.
지저우는 중국 1세대 관념사진의 뒤를 이어 설치를 통한 사진매체를 다루며 자연과 도시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지저우 (Ji Zhou)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 <Spectacle>을 개최한다. 2017년 1월 갤러리 수 청담동 네이처포엠 지점에서 가진 개인전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열리는 개인전이다. 지난 개인전에서는 실재 ‘책’을 쌓아올려 현대적 도시의 모습을 형상화한 설치작업을 사진으로 구현하며 현재 글로벌한 사회에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지만 점점 단조롭고 유사해지는 도시의 모습에 의문을 제기하며 설치를 통한 개념사진 작업의 면을 보여주었었다. ‘지도’ 시리즈는 종이로 된 세계지도를 구겨 거대한 산맥을 만들었지만 초현실주의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시간의 경계를 느낄 수 없는 허구적인 상상 속의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파리 팡테옹 소르본 대학에서 유학하며 회화를 공부한 작가는 설치를 기반으로 한 사진 작업을 회화적 분위기로 다양하게 연출하는 대표적인 중국 2세대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지저우의 대표적인 시리즈 ‘Dust (2010-2013)’와 ‘Spectacle (2013)’ 그리고 신작 포토콜라주 ‘Greenhouse (2017-2019)’, ‘Park (2019)’, ‘Fiction (2019)’를 연대기적으로 소개한다.
‘Dust’는 여러 전시와 크리스챤 루부탱 콜라보레이션, 아모리 쇼와 아트바젤 홍콩 등 아트페어를 통해 다양한 스팟에서 성황리에 전시된 지저우의 대표 시리즈로, 작가가 파리에 거주하던 당시 목격한 화재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불에 타 회색 빛의 재로 소멸하는 장면을 보며 지저우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당시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손으로 고안한 오브제들 위에 새하얀 시멘트를 곱게 갈아 뒤덮어 단조로운 그레이톤으로 대상의 온전한 형태를 부각시킨다. ‘Dust’의 연장선에 있는 ‘Spectacle’ 시리즈는 오브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음으로써, 보여지는 이미지를 전도시킨다. 작가는 이미지들을 동일한 흑백 연출을 통해 드러내는 반면, 이들은 단순히 이미지들의 모음이라기보다는 진실과 허상의 경계를 매개한다. 지저우가 제시하는 스펙터클은 진정성이 쇠퇴하고 피상적인 표상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전도된 이미지이다.
‘Greenhouse’와 ‘Park’ 시리즈는 자연물을 촬영한 100여 장의 사진을 꼴라주 형식으로 구성한 평면 설치 작품으로, 카메라의 매커니즘을 차용해 시간과 빛의 충돌로 빚어진 이미지들을 콜라주한 작품들로 전시장 1층을 감싸고 있는 대형 벽지 위 프레임들을 이루고 있다. 지저우는 이 시리즈에 임하며, 선인장과 관엽식물로 빼곡한 온실의 모습을 파편화해 여러 색감과 명암을 섞어 도식적으로 재구성했다. 표상들로 활력을 띄는 도시의 모습처럼, 이 온실들 역시 파편화된 생명들로 생기를 띠고 있다. ‘Fiction’ 작품은 밀집한 식물이라는 동일한 대상에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프레넬 렌즈를 이용해 이미지가 특정한 앵글에서만 보이도록 의도함으로써 이미지와 관객 사이의 시각적인 관계성을 만들고 있다. 작가는 사진이라는 재료의 물질성을 이용해 생명의 징후가 단지 환상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객관과 주관을 동시에 포착한 개념사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지저우의 일련의 작업 시리즈는 인간과 세계로부터 다양한 소재들을 끌어와 이미지로 표현하며, 사물이 고립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스스로 성립되며, 또 변화해 나가는 상관관계에 대한 개념을 관통한다. 지저우는 국제 미술 시장을 점령했던 중국 아방가르드 1세대 이후 세대로 급속히 자본주의화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보다는 존재론적인 개념을 담은 작업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고 확립시켜 나갔다.
지저우가 제시하는 스펙터클 앞에 선 감상자는 미디엄에 의해 재구성된 ‘현실’과 ‘가상’, ‘자연’과 ‘인공’ 사이의 경계에 서게 된다. 우리는 그가 재구성한 풍경을 바라보며, 사회 속 무정형의 표상들이 서사로 완성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