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1] 이서연
2015.05.22
[아트1] 이서연
정치영, The Age of Quarrel 5, 2015, Oil on canvas, 75 cm diameter
압구정동에 자리한 갤러리 바톤에서는 오는 5월 27일부터 6월 27일까지 한달 간 국내외 작가 다섯 명의 주목 받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기록의 방식들 Ways of Recording’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정치영, 김동유, 피터 스틱버리(Peter Stichbury), 신디 라이트(Cindy Wright), 윤석원이 참여하는데, 작가 고유의 사유과 관찰을 기록하는 매개로서의 회화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토 리얼리즘에 기반을 둔 정치영의 ‘The Age of Quarrel 5 (2015)’은 사진의 형태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반복 재생산되고 소비된 이미지의 재현에서 출발한다. 사진 이미지 상암부의 계조(Gradation)를 넓은 스펙트럼의 중간색을 사용하여 재구축하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회화적 감성이 충만한 결과물을 재현해낸다. 원래 이미지에 일종의 파스텔 톤 막이 정교하고 균질하게 도포된 듯한 효과는 한때 열광하였고 주목했던 사건과 행위가 과거의 지나간 일이고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임을 내포하는, 노스탤지아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김동유, Republic of Korea, 1993, Acrylic on canvas, 36.6 x 50.8cm (each), set of 10 works
김동유의 나비 우표 시리즈 ‘Republic of Korea (1993)’는 줄곧 팝 아트적 접근법을 견지해 온 작가의 초기작이자 더블 이미지 및 최근의 나비 시리즈의 시초가 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즉, 물적인 표현법이 번득이는 이 시리즈는 실제 발행되고 판매 유통되었던 우표를 기초로 제작되었다. 하나의 도구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개입되어 원래 이미지가 가진 고유한 느낌이 사라져 버린 대상을 차용하면서,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사용된 과도한 색조를 보다 강조해냄으로써 팝 아트적 표현기법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원초적 야생성을 강조하고 있다.
피터 스틱버리(Peter Stichbury), Emily Trim, 2015, Acrylic on linen, 100 x 80 cm
피터의 ‘Emily Trim (2015)’은 1994년 짐바브웨 소도시인 루와(Ruwa)에 위치한 Ariel Primary School에서 UFO를 목격했던 5살에서 12살 사이의 어린이들에게 헌사하는 작품이다. 작품에 묘사된 Emily의 아름답지만 여리고, 창백한 얼굴과 어딘가에 홀린 듯 한 시선은 그녀가 UFO와의 만남으로 인해 어떤 하나의 확고한 진실에 대한 감정이 상실된 것처럼 보인다. 피터는 이 작품에서 과장된 사실주의적 기법을 통해 통상적으로 여겨지는 인간유기체의 전우주적 우월감과 상치되는, 등장인물의 비현실적인 감각과 내적 동요를 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신디 라이트(Cindy Wright), Broken Bones, 2014, Charcoal on paper, 126 x 186 cm
신디의 ‘Broken Bones (2014)’은 실제 사람의 두개골 표본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목탄으로 제작된 작품은 작가의 탁월한 테크닉과 결합하여 극단적으로 세밀하게 표현되었기에, 통상적으로 유사한 오브제에서 느껴지는 공포 또는 혐오감의 발로에서부터도 일견 자유로워 보인다.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 듯한 해부학적 묘사를 통해 존재, 죽음, 시간 등의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주제를 유려하게 품어낸다.
윤석원(Yoon, Suk One), David, 2015, Oil on canvas, 145.5 x 89.4 cm
윤석원의 ‘David (2015)’는 어떤 면에서 루이스 라울러(Louise Lawler, b. 1947) 식 접근법의 회화적
변용으로도 해석 될 수 있음이 흥미롭다. 사진으로 촬영된 오래된 조각 작품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회화로 재현하는 그는, 대리석 질감이 사진화하면서 회색 톤의 계조를 가지게 됨을 주목하였고, 이에 컬러가 거의 배제된 모노크롬회화를 추구하여왔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또는 즉흥적으로 캔버스에 산재되어있는 선과 점, 불규칙한 표면의 돌출은 차용된 조각이 관통해온 시대적 환경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적 장치로 작용한다.
제공ㅣ갤러리 바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