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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설탕만다라'에 깃든 일본의 식민통치, 그리고 미술계 성폭력

2016.12.09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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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현 작가의 '설탕만다라' © News1

한국·대만 큐레이터 협력전 '동백꽃 밀푀유'
한국작가 신제현 설치작품 '설탕만다라' 눈길.

최근 국내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한 국·공립·사립미술관의 성폭력 사건을 일본의 한국·대만 식민통치에 빗댄 설치·퍼포먼스 작품을 내놔 눈길을 끈 작가가 있다.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2016 한국과 대만 큐레이터들의 협력 기획전으로 9일부터 개최하는 '동백꽃 밀푀유'전에 참여한 신제현 작가다.

신 작가는 전시가 개막한 9일 뉴스1과 만나 자신의 작품 '설탕만다라'(2016)에 대해 "일본이 한국과 대만을 식민통치하며 벌였던 폭력이 미술계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 남성과 여성 간 지배-피지배 관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바닥에는 우주를 상징하는 원인 불교의 '만다라' 형상으로 각종 수학공식과 문자들을 그려 놨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사탕을 갈아서 그 안에 유해한 색소를 식초로 뺀 후, 이 가루를 이용해 '스탠실' 기법으로 만들었다. 파스텔 톤의 고운 가루로 새긴 '설탕만다라'는 외연은 아름답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사뭇 잔혹하다.

먼저 사탕이라는 소재가 그렇다.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식민지 수탈론'을 함께 공부하며 사탕을 설탕으로, 다시 사탕수수로 환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사탕의 주 재료인 설탕, 그리고 그 설탕을 만드는 사탕수수는 식민지 수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플랜테이션 농산물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먹는 사탕에는 섬유 염색약 같은 말도 안 되는 색소들이 가득하다"며 "한국, 대만을 비롯해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사탕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고, 그 이면에는 '경제적 식민주의'가 교묘히 유포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대만에 대한 식민통치 운용 방식이었던 '가족 농업'(Family farm)을 예로 들면서 "임금을 들이지 않으면서 교묘하고 악랄하게 노동을 착취하는 방식이었다"며 "'다 너희들을 위해서'라며 수탈과 착취를 일삼은 일본 제국주의의 권력 구조가 미술계 성폭력 사건들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작가는 성균관대와 동대학원에서 수학하고 2010년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첫번째 전시를 가진 이후, 2014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전을 비롯한 15회 이상의 기획전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편 '동백꽃 밀푀유'전은 한국과 대만의 기관 대 기관이 아닌 민간 대 민간의 미술 교류전으로, 독립 큐레이터인 한국의 김현주, 조주리, 대만의 왕영린이 전시를 함께 기획했다. 한국 작가 신제현을 비롯, 구민자, 김준, 강홍구, 나현, 대만 작가 저우 위정, 무스뀌뀌 즈잉, 류 위, 위안 광밍, 천 졔런까지 10명이 참여했다.

김현주 큐레이터는 '동백꽃 밀푀유'라는 전시 제목에 대해 "10명의 작가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레이어'들을 동백꽃이라는 함의와 접목했다"며 "프랑스 디저트 이름이자 혁명, 전쟁, 침탈과 같은 국제관계사를 내포하고 있는 '밀푀유'에, 아름답지만 곧 처연하게 지고 마는 핏빛 동백꽃의 비극적 수사를 병치함으로써 동아시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역학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양국 작가들의 예술적 통찰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017년 2월1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문의 (02)760-4608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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