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은 자연이 발산하는 생명력을 그녀만의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그녀의 작품은 크게 연작과 연작으로 분류된다. 첫 연작는 1990년대 초반에 시작했다. 이 연작에서 그녀는 청동과 석재로 나무를 만들었는데, 하늘로 뻗어 나가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듯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미술을 접한 후 그녀의 미술적 언어는 변화를 맞이한다. 2009년 한지를 접하며 종이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을 조각적으로 형태화 한 연작이 탄생했다. 꽃과 같은 연작의 작품들을 통하여 그녀는 3차원 조소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지를 이용한 일종의 ‘저부조’와도 같은 작품을 만든다. 기나긴 수작업을 통해 숨결을 불어 넣듯 일일이 종이를 붙이고 채색해 빛과 울림, 떨림의 이미지를 재현한다. 그 인고의 과정을 통해 회화적 특징이 강했던 한지는 평면과 입체를 아우르는 회화적 조각으로 재탄생 하게 된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한 송이 꽃의 모습을 드러내고, 윤곽을 지배하는 섬세한 물결, 심도 있게 조화를 이루는 선과 점을 통해 관객을 3차원의 깊이 속으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