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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와 담배꽁초, 쓰다 버린 발레슈즈와 다 늘어난 테이프, 죽은 뱀과 비둘기…. 여기 쓸모없는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아트플랫폼 아트1의 초대작가 원동민은 캔버스 위에 그려질 꽃의 재료를 위해 쓰레기 산을, 버려진 봉투를, 화려한 무대 뒤의 박스를 조명한다. 차에 치여 죽은 뱀과 거리 위 생명을 다한 비둘기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쓸모없는 것, 생명을 다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화려함에 취해 작품에 가까이 다가섰을 때 작가는 묻는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하냐고. ◆두려운 미술, 삶으로… “전 늘 미술 숙제가 두려웠어요. 만화깨나 그리던 친구가 버린 그림을 내 것인양 내곤 했죠. 한번은 수업시간에 자화상을 그리라고 했어요. 학생증을 꺼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물었어요. ‘그림 따로 배운 적 있니,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그 후로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았어요.” 선생님의 한마디는 작가 원동민의 인생을 바꿨다. 미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의 손에 펜 대신 붓을 쥐게 했다. 하지만 그림과 함께 걷는 길이 마냥 신나지만은 않았다.
[머니위크] 정채희 | 2015.12.08
제주도를 필두로 활동하며 그동안 밀라노와 두바이, 싱가폴 아트페어 등에 참가하며 제주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작가 서정희의 개인전 ‘Color in Color’展이 서울에서 열린다. 서정희는 그동안 제주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작업을 해왔는데, 제주도만의 집의 구조에 집중하면서 그 이면에 드러나는 제주민의 마음을 읽는다. 또한 외부로 드러나는 집의 색은 제주의 자연환경에 녹아 또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그의 사진은 색과 면의 분할로 색다른 화면을 만들어내는데, 그 속에서 작가의 제주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변화하면서도 한쪽에서는 페허가 되어가는 제주도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아트1] 이서연 | 2015.12.02
#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은 중요한 것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 친구 목소리는 어떠니? 무슨 놀이를 좋아하니? 그 친구도 나비를 수집하니?" 이렇게 묻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 애는 몇 살이지? 형제는 몇 명이니? 몸무게는? 아버지의 수입은 얼마지?"라고 묻는다. 그리고는 그걸로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어린왕자> 중에서 어른들이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거나 뒷짐을 지거나 손을 턱에 괴고 골똘히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한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기도 한다. 갤러리의 일상적인 풍경. 작품을 감상하고 갤러리를 나오는데 입구에서 바닥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머니위크] 최윤신 | 2015.12.01
“상식이라는 것에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는 게 너무 화나요.” 세상이 정해놓은 어떤 선입견이 내포된 큰 틀. 그것이 상식이라고 한태희 작가는 말했다. 단지 남들과 조금 다른 것일 뿐인데 상식이라는 통념으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그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항상 화나 있다. 한 작가의 화는 오롯이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다. 가시 같은 뾰족한 선들이 무수히 그어진 날카로운 공간, 여기저기 흩뿌려진 물감들이 주는 싸늘함. 추상화인 그의 작품을 섣불리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화가 소용돌이치는 와중에도 형언할 수 없는 따스함이 느껴진 것이었다. 상반된 감정을 하나의 그림에서 발견하다니 의아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확인하지 못한 채로 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답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 하나하나에 보내는 그의 애정 섞인 시선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그의 이메일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betweenunme’(너와 나 사이).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이 한 단어에서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편견에 상처받고 시작한 미술 학부시절 한태희 작가는 철학과를 전공했다. 원래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학비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집에서 일반 대학에 가길 원해서였다. 철학에 큰 뜻을 두고 입학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철학과에 들어가길 잘했다고 한 작가는 말했다. “저는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명확하게 밝히는 것을 좋아해요. 철학과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배우잖아요. 또 철학과 사람들이 생각하면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미술도 철학과 전혀 거리가 먼 작업은 아니죠.” 학부를 무사히 졸업한 그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에 마케팅 기획분야로 취직했다. 주변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2년여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틀에 박힌 삶에 대한 염증이었다. 선입견으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겠다고 확신한 것도 이때였다. “회사에서 아무렇지 않게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묶은 적이 있어요. 별거 아닌 일이기도 하고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당시 이사님이나 차장님은 제가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묶으니까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대요. 당시는 그런 사회였으니까.”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열변을 토하던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전에 몸이 아파서 한의원에 갔더니 커피 마시지 말고 따뜻한 것만 먹으라고 하더군요. 과일은 파인애플이랑 복숭아만 권했구요. 그때 친구 부부랑 카페 갈 일이 있었는데 마땅히 먹을 수 있는 게 파인애플주스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걸 데워달라고 점원에게 부탁했더니 친구 부부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절 이상하게 보더라구요.” 한 작가의 몸상태를 알고 나면 당연한 부탁이다. 오히려 먼저 주스를 데워줄지 묻고 싶다. 하지만 행동 자체가 상식에서 벗어난다며 사람들은 앞뒤를 고려하지 않고 그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본 것이다. “생각이라는 건 맥락 안에서 이뤄지는 건데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상한 취급을 받아요. 어떤 카테고리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죠. 한데 묶어서 충분히 소화하지 않고 ‘그냥 다 그런 거야’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이 제일 싫어요. 이런 것들이 제 작품의 주제가 돼요.”
[머니위크] 장효원 | 2015.11.25
"저건 나도 그릴 수 있겠다." 장진우 작가(35)가 관람객에게 원하는 반응이다. 팝아트 성향의 작품을 선보이는 장 작가는 '쉬운' 작법으로 미술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길 바란다. 장 작가는 디자이너 경력이 7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신한카드, SK 등 굵직한 기업들과 일러스트 아트워크(art work)를 진행했다. 그는 왜 '업'을 바꿨을까. 장 작가를 만나 예술계에 몸 담게 된 스토리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자이너에서 아티스트로 '2010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핫트렉스, 재즈피플 등 잡지와 포스터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도맡았던 장진우 작가는 수동적이고 창의력에 제한을 받는 디자인작업에서 벗어나 '창작'에 에너지를 쏟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디자인은 비즈니스에 특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필립 스탁(Philippe Patrick Starck)이란 스타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굉장히 유명한 제품들을 디자인했죠. 근데 그가 내가 디자인한 모든 것은 겉치레만 했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어요. 창작에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은 그런 맥락입니다." 올해 본격적으로 아티스트 활동에 나선 장 작가는 손 그림과 일러스트 아트워크를 통해 팝아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각 작품에는 자신이 매 순간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녹여내면서도 해학을 담아낸다. 그의 작품들은 쉬운 듯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작법이 적용됐다. 장 작가는 키스 해링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키스 해링의 작품들은 단순하지만 깊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내 작품들은 키스 해링을 쫓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함 속 깊은 의미 그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순수한 사람들'(pure people)에도 이러한 작법과 생각이 그대로 투영됐다.
[머니위크] 오문영 | 2015.11.09
경리단길 골목의 간판 하나도 걸리지 않은 공간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로 공간 ‘드로잉 블라인드’다. 그동안 드로잉과 일러스트 등 트렌디하고 재미있는 요소들로 전시를 해온 드로잉 블라인드에서는 오는 11월 6일부터 12월 6일까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다우니(Dawooni Park)의 개인전 <걸 크러쉬 Girl Crush>전이 열린다.
[아트1] 이서연 | 2015.11.05
전자현미경을 통해서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대학교에서 사진학을 전공해 광고사진을 배운 후 문화기술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예술가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나노미터(㎚) 단위로 펼쳐지는 세상에 푹 빠져있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예술로 형상화하면서 ‘나노작가’라는 애칭을 얻은 지호준 작가(35)를 스페이스 아트1에서 만났다.
[머니위크] 박민수 | 2015.11.02
쌀쌀한 가을밤, 조각가 음정수씨는 작업을 마치고 버스가 끊긴 거리에서 택시를 잡았다.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서, 그것도 한밤중에 택시에 오른 손님의 정체가 궁금했는지 기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 하시는 분이길래 이 시간에 택시도 안 잡히는 곳에서 있었어요?" 조각하는 사람이라는 음씨의 대답이 돌아오자 택시 기사의 한마디. "아우, 배고픈 직업이네요." 예술계에 몸담은 뒤 수없이 들어온 그 말에 "네, 그렇죠"라고 음씨는 웃어 넘겼지만 마음 속에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조각가의 길에 들어설 때 배가 고플 거라는 걸 알고 시작했는지, 알고도 그걸 감수하고 선택했는지, 아니면 조각으로 돈을 벌려고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그 시절을 떠올린다. "그 때를 더듬어보니 그런 것들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시작한 것 같아요. 제가 작업을 서른일곱쯤, 비교적 늦게 시작했어요. 어쩌면 그래서 '예술하면 배고플텐데, 힘들텐데'라는 생각을 가질 틈 없이 그저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충무로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스페이스 아트1'에서 늦깎이 예술가 음정수 작가를 만나 그만의 예술인생을 들었다. ◆ '나'만 알던 키덜트족 홍익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대학교 때 자신을 '키덜트 같은 그런 애'로 표현했다. 그렇다고 피규어나 장난감을 사서 모은 건 아니었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인 음정수씨.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걸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생각해보면 그런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고 대학교 2,3학년때부터 작품을 그런 식으로 만들기 시작한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작품의 대상이 늘 '나 자신'이었고 '나'를 표현하는 거였죠" 그랬던 음씨가 현재 하는 작업의 주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배제한 '타인의 삶'이다. 자신만 바라보던 그가 언제부터 타인의 인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사람 간의 '관계'와 사람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음씨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원 3년차 때부터다. "당시 작품에 대해 대학원 교수들과 주변 친구들로부터 조언을 들으면서 '스스로 너무 개인적인 시점에 한정돼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래서 우선 나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 간의 관계나 영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나중에는 국가, 더 나아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에까지 미쳤어요." ◆ 작업구상노트에 채우는 ‘타인들’ 음씨는 자신이 바라본 한 사람의 삶을 건축물에 쓰이는 재료를 통해 형상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는 "사람은 죽을 때 비로소 인생사가 완성되고, 건축도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려야 결국 완공이 되잖아요"라면서 무엇보다 인생사와 건축 모두 약간의 차이로 인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축물을 보면 1층, 2층은 비슷해요. 우리 삶도 사실 하루하루는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아주 조금씩의 차이가 쌓여 개별적으로 나뉘게 돼요." 사람의 삶과 건축을 결부시켜 작업을 하다보니 그는 자연스럽게 건축에 사용되는 재료를 찾게 됐다. 나무와 철 위주인 이번 전시 작품의 재료 외에도 시멘트, 유리 등 건축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를 주로 이용한다. 이번 작품에서 나무를 메인으로 사용한 데 대해서는 "사람이 죽을 때 인생 이야기가 완성되는 데 육체는 없어지잖아요. 형체는 완성됐지만 육신은 없어진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무를 중심에 두고 불로 태우고 그을려 그런 느낌을 내고자 했습니다." 음씨가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가 작품을 구상하는 시간을 포함해 완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3주, 길게는 3~4개월. 하지만 사실 그에게는 '일상다반사'가 구상하는 시간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작업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또 세수를 하다가도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음씨.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중에 괜찮은 것이 있으면 바로 적어둔다는 그의 스마트폰에는 '작업구상 노트'란 제하의 짧은 글들이 빼곡했다. "취미나 재미로 작업할 때와는 다르게 직업이니까 의도적으로 계속 구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쉴 때도 구상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그는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특정한 삶은 없다면서 지금처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삶을 계속 표현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위인들은 있지만 굳이 제가 표현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삶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보통의, 일반적인, 제 주변에 있는 삶을 계속 표현하고 싶어요." 앞으로 그가 풀어놓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email protected]
[머니위크] 박세령 | 2015.10.20
단 것을 좋아하는 지원재씨와 육류를 좋아하는 이찬행씨가 만나서 꾸린 그래픽스튜디오 '슈가미트'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는 단순함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했다. 재기발랄한 뜻처럼 그들의 작품도 위트가 넘친다. '팝아트'를 지향하는 이들은 보드지로 만든 스케이트 보드에 작품을 입힌다든가 스티커, 포스터 ,스텐실 등을 차용해 디스플레이한 후 그래픽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저희 작품은 단순해요. 어렵게 설명해야 알아듣는 예술이 아닌 한눈에 봐도 예쁘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앤디워홀이나 키스해링의 작품이 그렇잖아요. 저희가 추구하는 예술이 바로 그런 겁니다."
[머니위크] 문혜원 | 2015.10.08
지난 10월 2일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열린 ‘제 6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시상식에서는 나무를 소재로 독창적인 조각작업을 해온 이길래가 수상했고, 이와 연계된 작가의 개인전 ‘나무, 시간이 보이는 풍경’展이 25일까지 진행된다.
[아트1] 이서연 | 201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