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근혜갤러리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갤러리 전속의 젊은 한국 작가들과 세계적인 대가들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특별 기획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5월에 열린 젠 박 전에 이은 2번째 기획 전으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최신 작을 선보인다. 전시는 9월, 서울을 선두로 하여 파리, 뉴욕, 런던 갤러리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어윈 올라프의 최신작 “2020년 만우절” 은 전세계에 벌어진 코로나 펜데믹에 대한 어윈 올라프 자신의 자화상이며 감정의 기록이다. 전시 제목 “April fool 2020”은 영문 타이틀 그대로 코로나 사태가 4월 1일, 만우절에 장난을 치는 거짓말 이길 바라는 작가의 바램을 대변한다. 코로나-19는 선천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작가 어윈 올라프 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하루 아침에 전세계 모든 사람이 직면한 믿고 싶지 않은 이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작가는 홈타운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자신이 직접 작품에 출연하여 현실감을 더했다. 그는 이전에도 셀프 포트레이트를 종종 작업해 왔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서는 자신을 전체 작업의 주인공으로 하여 감정의 표현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이번 작품 하나 하나는 작가 내면의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되고 있다.
“2020년 만우절” 연작은 시간 순으로 흘러간다. 아침 9시 15분부터 11시 30분 까지. 하얀 위생 장갑을 낀 어윈 올라프 자신이 텅 빈 주차장에서 카트를 끌고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가는 신으로 시작된다. 마켓에 도착한 작가는 사재기로 텅 비어버린 상품 진열대 앞에서 절망과 공포를 느낀다. 계산대에 혼자 앉아있는 직원은 투명 아크릴로 된 차단 막 뒤에서 손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작품에 등장 하는 모든 인물들은 만우절 거짓말에 속아 바보가 되어버린 광대 분장을 하고 있다.
오전 10시 15분, 텅 빈 암스테르담의 한 공원 벤치에 어깨를 늘어뜨리고 쓸쓸히 홀로 앉아 있는 작가의 뒷모습은 코로나로 격리 되어 버린 지금 우리들 모두의 모습이다.
11시 15분, 작업실로 돌아온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는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촬영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는 10여 점의 사진작품과 함께 20분 분량의 3개의 패널로 이루어진 비디오 영상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 나오는 다양한 언어의 뉴스들은 코로나 사태로 벌어지고 있는 각 나라의 사건들을 긴급하게 전달한다. 집안에 홀로 갇혀 창 밖을 통해 텅 빈 거리를 바라보는 불안한 작가의 모습이 지금 우리 모두의 현실을 잘 대변한다.
이번 연작의 전체 색감을 지배하고 있는 검푸른 빛은 외출을 금지 당하고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린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비추며 모두가 겪고 있는 코로나 블루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번 작품들은 특히 인간의 나약함을 주제로 한 작가의 시각이 더욱 돋보인다. 초현실적인 상황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영원할 것 같았던 평화는 무너지고 늘 안정적으로 흘러 가리라고 믿었던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속에 인간의 유한성이 드러난다.
이 전시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 그리고 이전과는 완전히 상황이 변화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