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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복합문화공간 에무 갤러리] 김선두 개인전: 꽃과 술 그리고 소리

2017.03.31

Writer :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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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술 그리고 소리

 

김선두

 

2017. 04. 05. - 04. 21.

 

복합문화공간 에무

 

 

 

오프닝: 2017년 4월 5일 저녁6시

 

다크룸 스크리닝: 임권택, 

 

에무 시네마: 임권택, <서편제>

 

 

 

 

 

 

 

꽃과 술 그리고 소리

 

 

 

사월,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달, 꽃에 더하여 술과 노래가 성가시게 하는 봄이다. 한 작가의 그림 전시가 열린다. 파토스 짙은 두 영화 <취화선>과 <서편제>를 텍스트로 한 작업들을 장지와 화선지에 담았다. 술과 노래를 저절로 불러들이는 시절이고 작품이다.

 

 

 

‘술에 취해 그림을 그리는 신선’의 뜻을 가진 영화 <취화선>은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장승업의 일대기다. 고아로 자라서 궁정화가가 되고 다시 답답한 궁을 뛰쳐나가 방방곡곡을 떠돌며 예술혼을 불태운 드라마틱한 인물.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당대 최고의 화가가 지금의 예술적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감독 임권택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민식이 역을 맡았고, 영화 속 장승업의 손은 화가 김선두가 잡은 붓으로 움직였다. 그의 붓이 당대 제일의 신품(神品)을 그린 장승업을 대신해 영상을 채웠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 취화선을 통해 우리 그림의 멋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고 술회했다.

 

 

 

이번 전시는 영화 속의 장승업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선두가 재현한 그림들에는 시대를 뛰어넘어 선후배의 두 개성이 조화롭게 숨 쉬고 있다. 이런 그림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김선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해안가 마을 장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와 금호동과 뚝섬의 달동네에 살면서 그림과 씨름해 일가를 이룬 화가다. 그의 화폭에는 촌놈과 변두리 인생의 감성이 훼손되지 않은 채로 묻어있다.

 

 

 

오늘 김선두를 통해 장승업을 다시 보는 것은 절묘한 타이밍이란 느낌이다. 장승업 시대 못지않게 아직도 한국의 미술계는 정체성 없는 그림들이 득세한다. 모던과 동시대성에 기대어 몽유하는 작금의 미술동네에서 김선두는 수묵화의 재조명과 함께 장지기법을 통한 한국화의 실험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 줄기찬 행보, 붓끝의 방향감각, 대중의 사랑을 받는 ‘현대성’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낸다. 그는 현대회화로써 한국화에 비전의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신의 그림을 찾아 온몸을 던지는 영화 ‘취화선/장승업’의 그림들을 다시 만나는 것은 절묘하다.

 

 

 

장승업의 19세기 못지않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민(民)의 힘이 분출하는 시대다. 그래서 장승업의 그 개방성과 역동성과 근대적 감각의 활력 앞에 관람자의 피부가 활짝 열리는 순간이다. 취화선의 그림들에선 호방한 장승업의 붓에 더하여 김선두의 졸박함이 묻어나는, 그리고 전통 위에 현대가 아우라처럼 감돌고 있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전시다.

 

 

 

김선두는 고향 선배인 이청준을 인생의 사표로 여기며, 이청준의 길을 자신의 길과 연결시켜 스스로 내면의 길을 만들었다. 이번 ‘서편제’ 관련 전시 작품들은 영화에서 소리를 찾아 떠돌며 유랑하는 소리꾼과 그의 자식들이 남도의 길에서 만난 풍경과 초상들이다. 길에서 마주한 해학이 있고, 한을 뛰어넘어 삶을 씻기는 소리가 있고, 현실과 초월의 경계에서 삶의 켜가 보인다.

 

 

 

장승업이 살았던 시대에 판소리도 절정을 이룬다. 공교로운 우연이 아니다. 이청준 소설 원작의 영화 <서편제>는 그 절정의 기억 너머 시들어가는 소리의 혼을 업보처럼 가지고 진정한 소리를 찾아 남도를 떠도는 한 소리꾼의 이야기다. <서편제>는 남도 길에서 소리를 찾아가는 길의 노래다. 길의 노래. 이 지점에서 영화 <취화선>과 <서편제>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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