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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부산 신예 예술인 조명] "일상의 순간을 작품으로" 시각예술 정윤주

2019.11.11

[뉴스1] 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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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까지 해운대그랜드호텔 1층서 'Still Life' 전시회
장전동 온천천 일대 시설물 온전히 작품으로 표현

정윤주 신진 작가가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still life' 전시회장에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2019.11.07/© 뉴스1 박세진 기자

부산이 고향인 정윤주(29) 작가는 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7일부터 해운대 그랜드호텔 1층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동아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정 작가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순간의 의미를 담아 그 자체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작품 의도를 전했다.

정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도로 위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다녔다"며 "그 한 신(scene) 자체가 이미 설치작업 같기도 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도로 위의 한 조형물에도 '주차금지'라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각각의 형태나 기능적인 것 자체가 아름답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에 해오던 설치미술과 교집합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도 했다. 그는 "설치미술 작품을 마지막 한 장면을 남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최종적으로는 사진을 찍어 작품으로 남기는 방식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의 부분을 떼어내 다시 한덩어리로 합치기도 하고, 균형감을 주기 위해 필요한 형태를 첨가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은 생략하기도 했다"며 "이를 통해 구조적이고 조형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총 16개의 작품들 중 Jangjeon I, II, II, IV 등 4개 작품은 부산 장전동 온천천 일대를 지나면서 목격한 도로 위 시설물들을 작품으로 온전히 옮겼다. 나머지 'set' 'still life' 'scene' 등 12개 작품은 각기 다른 곳에서 발견한 시설물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정윤주 신진 작가가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진행 중인 자신의 전시회장에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2019.11.07/© 뉴스1 박세진 기자

신진 작가인 그에게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부산 시립미술관 같은 대규모 공간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는 "부산에서 개인 전시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적어 신진 작가들 사이에서도 대관 경쟁이 치열하다"며 "전시 기회가 적어지면서 작가로서 작업을 계속 해야하는 지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정 작가도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는 2012년 같은 과 대학원을 그만둔 뒤, 서울에서 가방을 만들어 팔며 2년 동안 일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다 포기하고 싶었던 시기였다. 시각예술 작가로 작업이나 활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러다가 2년쯤 지났을 때 문득 다시 작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결국 다시 작가로 살게 됐다"고 회상했다.

정 작가는 남다른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방황도 많이 했고, 안정적으로 진로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시기도 있었다"며 "그때마다 좋아하던 미술 작품에서 위로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예술고등학교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정 작가는 서울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1인 책자, 홀더, 엽서, 명함, 봉투, 전단, 스티커, 안내장 등을 디자인하고, 인쇄물을 제작하는 1인 회사 <고등어디자인>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한때는 상업성을 추구하면 자존심을 굽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럽기도 했고, 나의 포지션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모두 제 손을 거쳐서 나온 작품들이고, 큰 틀에서 예술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고 해서 순수 미술 분야만 접근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접촉하고 흡수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 작가의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후 정 작가는 부산 망미동에 마련된 조그마한 개인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작가로서 명예나 명성을 얻기보다는 어느 한 구석에서라도 오랜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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