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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그림에 끝은 없다" 무한한 숨결의 확장…정상화 화백 개인전

2023.05.31

[뉴스1] 김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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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서 6월1일부터 7월16일까지…1970년대 이후 작품 40여점 선봬
'뜯고 메우는' 치열함…91세 정 화백 "무수한 반복 끝에 내 것이 나온다"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여는 정상화 작가. 2023.5.31/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미술은 직접 보아야만 울림이 있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아무리 보아도 직접 보는 것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대가의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직접 보지 않는 것은 아니 보는 것만 못 할 뿐이다.

올해 91세의 정상화 화백. 캔버스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그의 작업은 용해한 고령토를 바르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마른 고령토층은 자연스럽게 굳어 갈라지고, 여기에 '그리드'를 생성한다. 작은 그리드 안에서 마른 고령토를 떼어내고 그 안에 색을 담는다. 언뜻 쉬워보일 수 있는 그의 작업 방식은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수행 과정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 수행은 작품으로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의 작품을 직접 봐야 하는 이유이다.

미술평론가 이일은 1980년 발표한 '은밀한 숨결의 공간'에서 정상화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정상화의 회화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칫 표정 없는 밋밋한 그림으로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시간과 음미를 일단 거치고 나면 눈요기의 시각적 효과를 겨냥한 그림보다 비길 수 없이 깊은 숨결을 내뿜고 있는 것이 또한 그의 그림이다. 그의 회화는 네모꼴들이 빡빡하게 쌓이고 서로 인접하면서도 그 전체가 한데 어울려 무한히 확산해 가는 은밀한 숨결의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현대가 정상화의 개인전 '무한한 숨결'을 6월1일 시작해 7월16일까지 이어간다. 1960년대까지 강렬한 색채와 거친 마티에르를 사용한 작가는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뜯어내기'와 '메우기'라는 자신만의 방식을 구축해 작품 활동을 해왔고, 그 결과물 가운데 40여점을 이번 전시에서 소개한다.

전시명은 작가의 모든 숨결이 닿은 캔버스 화면이 화폭 너머의 무한한 시공간으로 확장되길 바라는 작가의 세계관을 은유한다.

정상화 작가의 개인전 1층 전시장 모습. (갤러리현대 제공)

1층 전시장에서는 정상화만의 화면 구축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작 '무제 12-5-13'은 고령토가 사라진 공간이 시차 속에 서로 다른 층위를 형성하면서도 서로 밀착되어 전체를 이루고, 하나의 통일된 색채가 그 앞에 내재되어 있는 깊이를 달리하며 조화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작(2019년) '무제 2019-10-15'는 바탕을 이루고 공간을 구축한 뒤 사라지던 존재인 고령토가 화면에 남아 선이 되고, 면이 되어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드러낸다.

백색 작품들로 구성된 지하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구축하려고 했던 평면의 다양성을 선사한다. 정성화는 1970년대부터 엄격하게 색을 절제하고 내용에서는 철저하게 평면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1973년부터 정상화로 대변되는 단색의 그리드 회화를 제작하기 시작하는데, 백색을 사용한 그의 작업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어느 하나 유사한 것이 없다.

마지막 2층 전시장에서는 종이를 재료로 한 작가의 평면을 향한 탐구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종이 작업은 데꼴라주, 프로타주 기법으로 진행한 평면 실험의 결과물이다. 1974년작 '무제'는 초창기 평면 위 그리드가 종이 작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작품이다. 먹이라는 매체가 종이에 흡수되는 효과 및 깊이 있게 형성되는 과정도 보여준다.

갤러리에서 만난 정상화는 자신의 화업을 돌아보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림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림을 보는 것은 '눈'으로 '말'을 만들어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답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답은 없습니다. 뜯고 메우는 무한한 반복이 자칫 바보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 행위 안에 다른 생각이나 행위가 개입하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집니다. 그래서 무수히 반복하는 행위가 바보스러움은 아닙니다. 어떤 분야든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입니다.

정상화 작가의 개인전 지하 전시장 모습. (갤러리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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