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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윤종석·박성수 부부 화가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미술여행-8]

2023.07.31

[뉴시스] 윤종석·박성수 부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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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의 길’을 지나 피오르 풍경에 취하고, 뭉크에 절규

노르웨이의 트롤스트겐은 '요정의 길'로 불리며, 세계 10대 드라이빙 코스로도 유명하다. *재판매 및 DB 금지

동화 같은 풍경의 온달스네스(Åndalsnes)로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어 ‘골든루트’로도 이름났다. 특유의 노르웨이 피오르 자연을 몸소 느낄 수 있는 하이킹 코스도 유명하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심장 떨어지게 구불거리는 도로가 장관인 트롤스트겐(Trollstigen)과 게이랑에르(Geiranger)의 피오르(fjord)다.

우선 트롤스티겐은 ‘요정의 길’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길로 ‘세계 10대 드라이빙 코스’라고 알려졌다. 총 18km의 길 주변 풍경이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무척 높고 험해서, 마치 요정들이나 다닐 듯해 붙여진 이름이다.

피오르(fjord)는 노르웨이어로 ‘내륙으로 깊게 뻗은 만(灣)’을 의미한다. 빙하의 이동으로 침식된 지형의 U자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침수된 해안지형이다. 유럽 중에서도 노르웨이에 전형적인 지형이기 때문에 그 명칭이 일반화된 케이스다.

트롤스트겐은 시작부터 어마어마했다. 듣던 대로 급경사와 좁은 도로는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차들이 너른 양보 덕에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산보(散步) 하는 듯 느릿한 속도 덕분에 도로에서 만나는 폭포의 장대함에 어떻게 표현할 말을 잃었다.

트롤스트겐은 높은 산의 정상을 넘어 내려가는 길마저도 꼬불꼬불 아슬아슬한 풍경에 믿을 수 없는 트롤의 집 같은 정경이 펼쳐진다. 믿을 수 없는 노르웨이의 자연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1500미터 높이의 산들을 병풍처럼 양옆으로 길게 두르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빙하가 없는 우리나라에선 피오르 풍광을 상상하기 힘들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1500미터 높이의 산들을 병풍처럼 양옆으로 길게 두르고 있다. 수십만 년 이상 빙하에 깎이고 깎여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물 위로 절벽에서 내리꽂히는 폭포들까지 정말 환상적인 장관이 따로 없다. 특히 182미터 높이의 7자매 폭포는 가장 큰 사랑받는 명물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자연의 기운이 가슴에 전해졌다. 모든 일이 잘될 것만 같다!! 1시간의 피오르 투어를 마치고 게이랑에르에서 베르겐으로 출발했다. 베르겐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미친 트롤스티겐 같은 길들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도 심장이 쪼그라드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꼬부랑길 때문만이 아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은 몽롱하며 환상적인 풍경들 때문이었다.

다음날 베르겐에 도착해 캠핑장에 칠공이를 세워두고, 24시간 교통권을 끊었다. 트램을 타고 베르겐 시내 중심의 ‘KODE’라는 미술관을 제일 먼저 찾았다. 티켓은 성인 500크로네. 베르겐 패스 티켓 하나로 나란히 붙어있는 미술관 5개를 모두 관람할 수 있다. KODE, Lisverket, KODE3, Bergen Kunsthall, Smakverket 등이다. 다섯 개의 뮤지엄은 호수 공원을 마주 보고 나란히 붙어있었다.

미디어아트로 시작해 대형 컬렉터의 소장품전이 이어졌다. 특히 오슬로의 뭉크뮤지엄을 가기 전에 뭉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환상적인 음향 효과가 가미된 입체작품, 잘 정리된 19세기 미술 등 너무도 효율적이고 지적 욕망을 충족할 수 있는 미술관 연계의 종합시스템이었다. 결국 베르겐의 유혹에 밀려 하루 더 머물 수밖에 없었다.

9일 아침 트램을 다시 타고 도시로 향했다. 도시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도시의 숨겨진 얼굴을 더 자세히 만날 수 있다. 여행자라는 신분을 잠깐 잊을 만큼 나른하게 흠뻑 즐겼다. 1100년 된 베르겐 ‘Santa Cruz’ 성당은 단정하면서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고전 특유의 당당함을 지녔다. 베르겐 올드타운도 남달랐다. 이곳은 몇 년 전 큰 화재로 사라질 뻔했지만, 심혈을 기울여 복구하여 지금은 작은 갤러리와 카페, 기념품 샵들로 흥미로운 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하루 더 베르겐 만끽하고 노르웨이의 마지막 도시 오슬로로 향했다. 11일 아침 우리는 ‘뭉크의 도시’ 오슬로에 도착했다. 오슬로를 제대로 즐기려면 ‘오슬로 패스’를 구매해야 한다. 무제한 교통권과 미술관·박물관 관람권, 카페와 레스토랑 할인권 등이 묶인 관광전용 패스로 중앙역에서 살 수 있다. 우린 ‘오슬로 패스 48시간 티켓’ 두 장을 샀다. 패스가 손에 쥐어지자마자 처음 향한 곳은 당연히 ‘Munch museum’이다.

물 흐르는 느낌의 뭉크미술관의 외관은 ‘노르웨이의 예술은 뭉크야!’라는 듯 존재감을 뽐냈다. 많은 인파도 그곳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르는 우리도 가슴이 뛰었다. 베르겐에서 한두 점 보았던 뭉크의 그림은 이전에 생각했던 뭉크 느낌을 많이도 벗어나 놀라웠기 때문에, 오리지널 뭉크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오슬로 뭉크미술관에서 뭉크의 '절규' 진품을 감상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거대한 뮤지엄 전체에 뭉크의 작품으로만 꽉 차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미 많은 관람객으로 숨 막힐 정도였지만, 전시장은 고요했다. 뭉크의 그림에서 발하는 따뜻함이 낯설었다. 하지만 미술관 한쪽에 적힌 “사랑은 뭉크에게 고통이었다”라는 글귀에서, 글 쓰는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표현할 길이 없고 알 수 없는 위로가 전해졌다.

뭉크의 명작 '절규'는 검은 방에 무거운 불빛 아래 걸려 있었다. 오로지 그 작품을 위해 사람들은 차례를 지켜가며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무거운 검은 방의 아우라에서 ‘절규’는 더욱 빛을 발했다. 작품 주인공의 모습은 끔찍한 첫인상이다. 그런데 늘어질 대로 늘어진 얼굴의 슬픔에서 묘하게도 미소를 짓게 했다. 어쩌면 내면의 깊은 곳까지 위로받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윤 작가 역시 옆에서 “노르웨이는 노르카프(Nordkapp)로 시작해 뭉크로 끝나는구나!”라고 탄복한다. 당분간 오슬로의 뭉크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노르웨이를 빠져나와 스웨덴의 국경을 넘은 것은 13일이다. 스웨덴 첫 도시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세련된 도시 스톡홀름(Stockholm)으로 결정했다. 스톡홀름 첫날은 근대미술관(Moderna Museum)과 침몰한 군함을 통째로 인양하여 전시하고 있는 바사박물관(Vasa museum) 두 곳이다.

먼저 근대미술관에선 기획전과 소장품전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유럽 대부분 미술관이 이런 형식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들러본 내셔널뮤지엄이나 국립박물관 같은 경우는 고전미술을 볼 수 있고, 쿤스트나 모던미술관은 다양한 시기의 소장품과 기획전을 볼 수 있었다.

바사박물관은 330년 전 수장된 군함 바사호를 통째로 전시하고 있는 배 모양의 박물관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바사박물관은 330년 전 수장된 군함 바사호를 통째로 전시하고 있는 배 모양의 박물관이다. 17세기의 침몰했던 군함을 인양한 것이나, 복원해놓은 거대한 그 자태는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군함은 지하에서부터 4층 정도의 높이까지 우뚝 서 있고,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며 최대한 군함 가까이 다가가 보려고 애쓰는 모습들이다. 인양과정과 군함 관련의 스토리, 군함 속 공간을 재현해 놓은 전시장 등을 볼 수 있었다. 한낱 역사 속 침몰한 배에 불과했을 소재를 이처럼 장대한 스케일과 세심한 스토리텔링을 입혀 새롭게 해석해낸 점이 너무나 부러웠고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삶을 대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는 동서양이 사뭇 다르다. 베를린 한 지인의 추천으로 스톡홀름 국립 공동묘지(Woodland Cemetery, Skogskyrkogården)를 찾았다. 소나무 숲속에 조성된 ‘추모 공원’의 시초이자, 북유럽 실용주의 건축의 정수로 손꼽히는 명소라고 한다. 약 10만 기의 묘지와 여러 시설과 조각상들도 만날 수 있다. 일명 숲속 장례식장(Woodland Chapel), ‘부활’ 동상, 설계자인 아스프룬드의 최후 역작인 화장장과 3곳의 채플, 관광 안내소로 쓰이는 4개의 작은 파빌리온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스톡홀름 공동묘지는 많은 공감과 여운을 남겼다. 예술도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어떤 미술관의 유명한 작품 앞에서보다 더 울림을 안고 다음 행선지 덴마크 헬싱괴르(Helsingor)로 향했다.

스톡홀름 국립 공동묘지는 소나무 숲속에 조성된 ‘추모 공원’의 시초이자, 북유럽 실용주의 건축의 정수로 손꼽히는 명소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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