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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북 채 혼자 튕기고 소리까지…안리살라 '나를 만지지 말라'

2024.04.10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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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에스더쉬퍼 서울서 한국 첫 개인전

Anri Sala, Noli Me Tangere, Esther Schipper, Seoul,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4 Photo © Andrea Rossetti *재판매 및 DB 금지

악기 가게라고 스치듯 지나가다 다시 돌아보게 한다. 뭐지?



분명 드럼인데 이상하다. 두 개가 붙은 듯 한데 드럼 채도 공중에 떠 있다. 자갈로 덮인 바닥 위에 놓인 작은 드럼과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또 다른 작은 드럼이 거울에 비추듯 대칭을 이루는 게 독특하다.

"두 개의 작은 북으로 이루어진 사운드 설치 작품(In-Between the Doldrums (Pac-Man))입니다."

서울 이태원 에스더쉬퍼 서울은 "특수 제작한 작은 북 안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가청음에 해당하는 고음역과 중음역의 소리와 북 표피에 진동을 일으켜 북채가 튕기며 소리를 내게 하는 저음 주파수를 재생한다"면서 "기계적 미학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처음 개인전을 여는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온 안리 살라(50)의 설치 작품이다. 혼자 움직이는 북 채를 통해 뜻밖의 교감을 강조하면서 새롭게 제작한 프레스코화와 조각의 연결고리로 이번 전시의 주제를 관통한다.

In-Between the Doldrums (Pac-Man)_© Sebastiano Pellion *재판매 및 DB 금지

안리 살라는 공간의 건축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등 서로 다른 매체의 속성을 결합하는 영화적(cinematic) 설치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다.

파리 피노 컬렉션,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리 퐁피두 센터, MUDAM 현대미술관, 뉴욕 뉴 뮤지엄 등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2013년 프랑스 대표 작가), 상파울루 비엔날레, 베를린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도큐멘타 등 주요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갤러리, 파리 루이비통 재단, 베네치아 피노 컬렉션 등 유수의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안리 살라. 1974년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태어났다. 티라나 국립 예술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Arts Tirana)와 파리 에콜 데보자르 데코라티프(École Nationale des Arts Décoratifs)에서 수학했으며, 프랑스 투르쿠앵 르 프레누아 프랑스 국립 영상학교(Le Fresnoy – Studio National des Arts Contemporains)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베를린, 나폴리, 파리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안니 살라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프레스코화 연작은 화면에 다양한 지질(地質)적 또는 역사적 시간성을 결합해 형식, 역사, 개념을 풍부하게 엮어낸다.

프레스코는 덜 마른 회반죽(intonaco, 인토나코) 바탕 위에 안료를 채색하는 기법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부터 수 세기 동안 사용되어 왔다.

작가는 프레스코화 표면에 대리석 조각들을 융합해 화면을 사각형 프레임 밖으로 확장했다. 63x41cm에서 120x102cm까지 다양한 크기의 프레스코 화면들은 벽에 거는 형식으로 설치했다.

'Noli Me Tangere Inversa (Fragment 1)'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저명한 예술가,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87~1455)가 1425년부터 1430년까지 피렌체의 산 마르코 성당에 그린 프레스코화를 차용한 작품이다.

프라 안젤리코는 부활한 예수를 보고 마리아 막달레나가 기쁜 마음에 끌어안으려 하자 예수가 '나를 만지지 말라(Noli Me Tangere)'고 말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안리 살라는 작품에 프라 안젤리코의 화면 일부를 사용해 프레스코화의 역사를 보여줌과 동시에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색상이 반전되어 오래된 화석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품의 배경이다.

"프레스코화는 안료가 다 마르기 전까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어요. 주제 선정부터 드로잉, 채색까지 엄격히 통제하는 사회에서 내게 자유와 디톡스를 느끼게 해줬죠”

Anri Sala, Noli Me Tangere, Esther Schipper, Seoul,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 The artist / VG Bild-Kunst, Bonn 2024 Photo © Andrea Rossetti *재판매 및 DB 금지

프레스코에 대리석을 활용해 눈길을 끈다. 프레스코 화면의 색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대리석 조각들은 안료를 채색하는 부드러운 회반죽(intonaco, 인토나코)을 바르기 전보다 단단한 토대(arriccio, 아리차토)를 만들기 위해 석고와 대리석 가루를 섞어 사용하는 전통 방식을 연상케 한다.

작가는 “겹겹이 그림을 그리고 말리면서 진행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시간이 걸리는 방식의 작업"이라며 "대리석은 3억~6억년 전 유기적 물질이 꽉 차 있는 부드러운 표면을 가졌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그림은 변화하는 찰나에 불과한 순간임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2층 전시실 한편에서는 작가가 프레스코화를 제작하기 위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 작품 'Transfert (Noli Me Tangere, Fragment 1)'도 만나볼 수 있다. 드로잉 뒷면에 마른 석고가 묻어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이 덜 마른 회반죽 위에 모티프를 옮겨 그릴 때 활용한 스케치 기법을 재현했다. 전시는 5월1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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