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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윤종석·박성수 부부 화가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미술여행-18]

2024.02.12

[뉴시스] 윤종석·박성수 부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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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공원
알함브라 궁전~말라가까지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ília) 성당은 무려 141년 동안 세워지고 있는 까탈루냐의 대표적인 안토니 가우디 건축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농민시위는 대단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로 향하는 다수의 고속도로는 봉쇄당했고, 도로의 정체도 끔찍했다. 도로의 갓길로 처참하게 쏟아진 사과, 오이, 토마토 같은 과일과 야채들이 보였고, 불에 검게 탄 구겨진 대형트럭도 있었다.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스페인 국경에 다다르기도 전에 프랑스 작은 마을 주차장에서 밤을 보내야 했을 정도였다.

결국 다음 날 아침 고속도로를 피해 돌고 돌아 3시간 30분 거리를 8시간이 걸려서야 스페인 국경을 넘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마침 윤 작가의 대학 후배가 바르셀로나에 거주해 집으로 초대받았다. 남편은 알제리 일터에 있어 그녀는 아들과의 넓은 공간을 흔쾌히 우리에게 배려했다. 덕분에 바르셀로나에서의 4박 5일 일정을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다음날 따끈한 소고기미역국을 먹고는 바르셀로나 10회 교통권을 사서 도시의 중심으로 향했다.

첫 방문지는 많은 유대인의 처형장소로 이름난 유대인의 언덕, 몬주익(castell de Montjuic) 을 넘어서 미로미술관(Fundació Joan Miró)에 들렀다. 미로미술관에는 미로와 피카소 작품을 함께 선보였다. 피카소미술관과 함께 두 곳에서 열리는 대형전시다. 바르셀로나에는 미술관 6곳을 둘러볼 수 있는 뮤지엄패스(ARTPASSPORT)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긴 줄의 기다림 없이 짧은 시간에 입장이 가능하단 이점이 있다. 미술관 입장할 때마다 기념이 될만한 스템프를 티켓에 찍어주는 것도 흥미롭다.

스페인은 겨울이지만 정말 좋은 계절이었다. 다시 피카소미술관(Museu Picasso de Barcelona)으로 옮겼다. 미로미술관이 공원 안에 있다면, 피카소미술관은 도시 사이에 있다. 옛 건물을 이용한 피카소미술관은 외관부터 참 예뻤다. 미술관 안의 공간은 여러 개의 공간으로 넓었다. 피카소와 미로 외에도 유명 작품들이 즐비했다. 새로운 작품들의 수준이 피로감을 일시에 밀어내기에 충분했다.

월요일에도 볼 수 있는 바로셀로나 현대미술관(Museu d'Art Contemporani de Barcelona)로 향했다. 현대미술관 앞에는 젊은이들의 보드쇼가 한창이었고, 이민자들의 그늘진 얼굴도 섞여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이민자들이 유독 많았고, 소매치기도 극성이다. 당연히 우범지역들도 제법 있어서 주의가 필요했다. 그래도 미술관의 새하얀 높은 층고, 교양 넘치고 여유로운 관람객들, 예술참여 수업을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 잘 차려진 아트숍 등 잠든 감각을 깨워주는 일상에 작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유서 깊은 도시 바르셀로나엔 성당도 유명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ília) 성당이나 무려 141년 동안 세워지고 있는 까탈루냐의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야경으로 접하는 가우디 건축미는 아주 값진 감흥을 선사해준다. 왕의 거리로 유명한 레알광장(Plaça Reial)도 볼만 하다. 그 광장에는 가우디의 가로등이 있는데,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며 불 켜진 가로등을 바라보는 것도 제법 낭만적이다.

구엘공원(Parc Güell)은 안토니 가우디가 살던 주택과 함께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한 공원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에도 미술관 3곳을 둘러봤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며 아름다운 구엘공원(Parc Güell)으로 시작했다. 구엘공원은 안토니 가우디가 살던 주택과 함께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한 공원이다. 이색적인 타일의 조화로움으로 이뤄진 광장과 건축물, 자연을 옮긴 듯한 쌓아 올린 돌들의 하모니가 또 다른 생동감을 연출해내는 무대와 같다. 바르셀로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뷰-포인트도 있어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간간이 들리는 연주가들의 음악 소리는 보너스다.

공원 앞에서 작은 버스를 타고 카탈루냐미술관(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으로 향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독립을 꿈꿀 정도로 독립적이다. 카탈루냐미술관은 그 예술과 문화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건축적으로도 고전과 모던의 혼합된 웅장함을 자랑한다. 전시 작품 중에는 카탈루냐의 독립운동 내용을 담은 작품들도 다수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Centre de Cultura Contemporània de Barcelona’ 일명 CCCB이다. 바르셀로나의 뮤지엄패스로 볼 수 있는 6곳 미술관 중 한 곳이다. 움직임을 감지하는 AI 앞에 서니 화면에서도 따라 움직인다. 대부분의 전시 기획도 현대미술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 회화에 나타난 물성 작업을 보여주는 스페인 화가 안토니 타피에스의 안토니타피에스파운데이션(Fundació Antoni Tàpies)은 작가 지망생들에겐 아주 폭넓은 자극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자유로운 생각이 창작물로 담긴 건물의 디자인도 멋졌다.

다음 목적지 발렌시아(valencia)는 바르셀로나보다 작은 도시다. 공원과 몇몇 갤러리를 주변에 둔 레이나 광장(Plaça de la Reina) 주변엔 ‘Museum of Fine Arts of Valencia’가 있다. 스페인의 미술관은 대부분 건물 안에 중정을 가지고 있고 작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전시를 관람하는 중간중간 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발렌시아의 근현대 미술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가까운 거리에 CCCC(Centre del Carme Cultura Contemporània) 문화센터 역시 무료 관람지라는 것도 참고하면 좋다. 구글 지도에 표시해놓지 않았던 숨은 곳곳을 찾아보는 재미와 더불어 훨씬 풍요롭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알함브라의 ‘El Partal’. 알함브라 궁전은 ‘붉은 궁전’이란 의미로 붉은색이 감도는 흙으로 지어졌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발렌시아도 뒤로하고 4시간을 족히 달려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지난번 로마에서의 가이드 투어처럼 생각했다. 낯선 도시를 짧은 시간에 자세히 보기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로마에서 이용했던 사이트를 통해 그라나다 일정을 가이드 투어로 하겠 됐다. 아침 8시45분 알함브라의 ‘정의의 문’(Puerta de la Justicia)이 첫 순서. 알함브라 궁전은 그라나다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베리아반도에 정착했던 무어인들이 그라나다에 지은 궁전이다. 이슬람문화의 궁전에서 기독교 문화의 궁전으로 바뀐 후에도 여전히 이슬람의 문화의 흔적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아름다웠다.

알함브라 궁전은 ‘붉은 궁전’이란 의미로 붉은색이 감도는 흙으로 지어졌다. 알함브라 궁전 입구 ‘정의의 문’ 위에는 행운을 의미하는 파티마의 손 모양이 새겨져 있고, 그 밑에는 천국의 열쇠 모양이 새겨져 있다. 알함브라 궁전으로 들어갈 때 세 개의 벽을 거쳐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비밀스럽고 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함일 것이다. 아쉽게도 잦은 전쟁과 내란으로 많이 손상되었고, 복원과정에서 넉넉하지 못한 사정으로 온갖 재료로 성벽을 보수하다 보니 아름다운 성벽 사이사이에 이슬람인의 비석으로 추정되는 판석들까지 섞여 있게 됐다.

스페인 왕가가 그라나다를 차지함으로써 함께 공존하는 두 문화는 오묘하게 잘 어우러져 더 황홀한 멋을 보여주었다. 왕을 지키는 군사들의 통로와 지금은 끊어진 수로들, 아직도 보존된 채 서 있는 수로 ‘Slope of the Rey Chico’를 보며 걷는 길과 아직 흐르는 작은 물길들, 우아한 정원들, 마법같이 넘치지 않고 뿜어나오는 이곳저곳의 예쁜 분수들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신비한 궁전의 내부를 만난다. 궁전의 창과 높은 탑에서 보이는 그라나다 도시의 정경이 더욱 이국적인 정경을 선물해준다.

미술관 위주로 둘러보지 않았음에도 알함브라 궁전만으로도 꽉찬 만족감을 느꼈다. 그라나다를 떠나기 전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스페인 말라가(Malaga)가 좋다더라”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떠나올 때 세계지도를 하나 사서 벽에 붙여드렸으니, 여행 내내 우리가 이동하는 도시들을 표시하며 계셨을 것이다. 한국 TV에서 가끔 우리가 지나거나 지나갈 곳에 대한 방송이 나오면 그걸 보시며 정보를 공유해주신다. 그것이 마음 표현이 잦지 않으셨던 부모의 자식 사랑법이 아닐까 싶다.

말라가 시내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색적인 분장을 하거나, 가면을 쓴 사람들이 합창하고 춤추며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는 최종 목적지 포르투갈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그곳으로 떠나기 전에 두 시간 정도를 달려 스페인 남부의 관문, 지중해 연안 유럽 최남단의 도시인 말라가(Malaga)에 도착했다.

말라가의 첫 일정도 미술관 ‘Museo Carmen Thyssen Málaga’으로 삼았다. 말라가의 지역 미술을 볼 수 있었고, 사진가 만레이(Man Ray)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다음의 ‘Malaga Museum’으로 향하는 와중에 아주 흥미로운 장면을 만났다. 말라가 중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색적인 분장을 하거나, 가면을 쓴 사람들이 합창하고 춤추며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구경나온 사람들까지도 특별한 복장들을 하고 거리를 메웠다. 당연히 주변의 카페, 레스토랑의 손님들도 신이 났다. 한 손에 맥주 캔 하나씩 안 든 사람이 없다. 웃음과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들에서 다 함께 행복한 순간을 즐기는 모습에 젖어 들었다.

엄마의 선견지명 덕분이다. 막바지 한국에서 날아온 정보가 아니었으면, 이런 스페인의 또 다른 얼굴을 못 만나고 떠날뻔한 것이다. 그렇게 거리에서 한참을 보내고 나와 해안가를 찾았다. 오후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화이트 와인 한 잔씩 기울였다. 내일은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떠나야 한다. 정말 얼마 안 남았네. 정말 그러네. 남은 여행의 추억이 여전히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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