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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신비주의 보모 사진가' 마이어 vs '거리의 황태자' 위노그랜드

2015.07.03

[뉴시스] 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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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5 월 5 일, 1955 Self-Portrait, May 5th, 1955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2015-07-01

지난 4월3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2013)를 접했다면 낯설지 않을 이름이다.

비비안 마이어(1926~2009)가 지난 몇 년간 세계 사진계에서 화제다. 사후에서야 인정받는 불후의 예술가가 많은데, 마이어의 경우 살아 생전 단 한 번도 자신의 사진을 공개 전시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전문 사진가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후’라는 단어가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지난 2007년, 존 말루프라는 한 남자가 미국 시카고의 한 동네 벼룩시장에서 놀라운 작품들을 발견한다. 말루프는 미국역사에 관한 책을 출간하기위해 벼룩시장을 돌며 관련 이미지를 구하던 중이었다.

그는 운이 좋게도 다량의 프린트와 네거티브 필름, 현상되지 않은 상당수의 슬라이드 필름과 슈퍼 8밀리 필름을 값싸게 구입했다. 손에 쥔 물건은 바로 고독한 사진가 마이어가 살아 생전 취미(?)로 찍은 사진 12만장이었다.

마이어의 평생 직업은 보모였다. 행정서류상 오스트리아계 헝가리인이자 프랑스인이었고 무려 40년간 보모로 일했다. 시카고 교외에 있던 겐즈 버그 일가에서는 무려 19년간 살았는데 그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혼자 시카고행 기차에 올랐고 도시 곳곳의 풍경과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다.

미국은 1950~60년대 ‘거리 사진’이 절정을 이뤘는데, 마이어는 자신도 모르게 그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1954 년 9 월 26 일, 뉴욕 September 26, 1954, New York, NY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2015-07-01

영국공영방송(BBC)에서 제작한 마미어의 일대기 '누가 내니의 사진을 가져갔나? (Who Took Nanny's Pictures?)'에 따르면 마이어가 돌봤던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돼 그녀를 "자기주장 강하고 까칠하며 개인사를 절대 얘기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녀의 필름을 인화한 동네사진관에서 14살 때부터 일한 노인은 "흑백의 인물사진을 찍는데, 험한 동네도 꺼리지 않고 가서 사진을 찍어와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한 여성 사진가는 "외로움을 동력으로 사진을 찍은 게 아닌가"하고 그녀의 내면을 추측하기도 했다.

마이어의 사진은 말루프가 사진공유사이트 텀블러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사진의 완성도에 깜짝 놀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메일을 보냈으나 외면당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마이어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도 그가 제작했다.

◇ 비비안 마이어, 내니의 비밀×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성곡미술관이 여름특별전으로 수수께기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 ‘내니의 비밀’과 그녀와 동시대에 살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게리 위노그랜드(1928~2986)의 ‘여성은 아름답다’전을 동시에 개최한다.

여성은 아름답다 Women Are Beautiful ©Garry Winogrand 2015-07-01

일명 ‘보모 사진가’인 마이어와 달리 위노그랜드는 프리랜서 광고 사진가로 일하다 전업작가로 전환해 미국의 격동기 시대상을 잡아낸 ‘사회적 풍경 사진가’이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명성이 높다. 그는 생전에 2만6000통의 필름을 사용했을 정도로 마치 카메라가 기관총인양 사진을 찍었다.

그 중에서 이번에 전시된 사진은 1960년대 자유를 향유하게 된 여성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 사진들이다. 1975년 뉴욕현대미술관 사진부의 존 자르코브스키가 거리와 공원에서 몰래 찍은 위노그랜드의 여성 사진 85점을 선정해 '여성은 아름답다'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했는데 이후 동명의 전시가 전세계 순회전 형태로 열리고 있다.

위노그랜드는 흔히 예술작품이 갖춰야 할 형식에 대한 규범들을 끊임없이 거부하며, 찰나의 모습을 담아내 '거리의 황태자'로 불렸으며, 오늘날 패션사진의 주류가 된 ‘스트리트 스타일’의 사진을 찍어 시대의 변화를 예술 사진으로 바꿔놓았다.

이번 전시에는 위노그랜드의 빈티지 프린트 85점과 인터뷰 영상 2점, 마이어의 흑백·컬러프린트 115점 및 수퍼 8밀리 필름 9점, BBC에서 제작한 마이어의 일대기 ‘누가 내니의 사진을 가져갔나?’ 필름을 상영·전시한다.

성곡미술관 이수균 학예연구실장은 1일 “ 마이어와 위노그랜드의 사진전을 묶어 동시에 여는 것은 아시아 최초”라며 “동시대를 살았지만 여성 대 남성, 아마추어 대 프로로 대비되는 두 사람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성은 아름답다 Women Are Beautiful ©Garry Winogrand 2015-07-01

또 “마이어의 사진은 1960년대 프로 사진가들의 작품 수준 그 이상”이라며 “사적 동기로 사진을 찍었지만 단순히 취미라고 하기에는 그녀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예술가의 행태나 다름없기 때문에 예술가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마이어의 사진은 마치 1950·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휴먼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더불어 위노그랜드의 사진이 어떤 인물의 찰나적 행동을 포착해 그 시대의 풍경을 전달한다면 마이어의 인물 사진에는 내면의 감정이 드러나 여운이 오래간다. 그녀가 오로지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동력 삼아 찍어낸 사진이라는 점도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한다.

요즘 유행하는 '셀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본인의 사진도 종종 찍었는데, 그림자나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를 통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한편 2일부터 시작되는 ‘비비안 마이어, 내니의 비밀×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사진전은 9월 20일까지 종로구 경희궁길에 있는 성곡미술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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