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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단독]잇단 위작 논란에 정부 '미술품 유통법' 제정 추진

2016.06.08

[뉴스1] 박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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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미인도' © News1

토론회·공청회 등 거쳐 오는 8월 말까지 미술품 유통체계 위한 법안 마련 계획.
'화랑 인허가·위작 처벌 강화' 등 전문가 초안서 미술계 의견 감안해 법안 내용 가감.


정부가 '미술품 유통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미술계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법안을 오는 8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술계에 일고 있는 이우환·천경자 화백의 위작 논란 등과 관련해 미술품 유통 체계를 더는 민간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7일 미술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계 주요 단체의 의견을 모아 '미술품 유통법' 제정을 추진한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우선 지난 2일 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미술품감정협회 미술품감정평가원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한국고미술협회 등 주요 미술단체 간부들과 의견 수렴을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이후 오는 9일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며, 오는 7월 중 전문가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열어 법 제정에 관한 의견을 추가로 모으기로 했다. 이런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8월까지 정책화를 위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세부 미술품 유통 관련 정책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앞서 위작 논란이 있을 때마다 연구 용역을 진행했는데, 미술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길 바라는 취지에서 실제 정책화나 입법화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위작 논란이 심각해져 더는 민간에만 해결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그동안 나온 미술품 유통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정리해 이에 대한 미술계 반응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미술품 유통법에 담기 위해 검토하는 내용으로는 우선 화랑업과 경매업에 대한 정의와 요건 등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이전까지는 화랑업 등은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이 실제 마련되면 요건을 갖춰 허가를 받아야만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미술품 유통 체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거래 대상 미술품을 등록하게 하고, 거래 내용도 기록하도록 하는 '미술품 등록 및 거래 이력제' △미술품 감정을 공공기관이 담당하게 하는 '공인 감정제도' △위작 관련한 처벌 강화 조항 등의 내용도 법안에 포함시키려고 검토 중이다.

문체부 다른 관계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미술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준비한 법안 내용 가운데 어떤 것이 빠지고, 어떤 내용이 추가로 들어갈지 현재 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미술품 유통시장 체계에 대해 법제화할 시점이 됐다는 점만은 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7년 한때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던 미술품 유통시장이 2014년 예술경영센터의 실태 조사에서는 3400억원대로 줄었다"며 "이미 위축된 미술품 유통시장이 유통법 제정 이후에 버틸 수 있을지를 세심하게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술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투명한 거래 관행과 위작 논란을 스스로 자정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섣불리 업계의 이해관계를 내세우기 어려워서다. 한 미술단체 고위 관계자는 "내부의 의견을 취합해서 토론회 등에서 공식적인 견해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83년부터 상법, 민법 등 기존 법률 중에서 미술품과 관련된 법률들을 가려내 정리한 '문화예술법'(Arts and Cultural Affairs Law)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경제 발전과 함께 미술품 시장이 급성장한 중국은 1994년 ‘미술품의 경영에 대한 관리법’을 마련해 인허가, 전문인력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미술법 경매관련법이 있었으나, 1997년 폐지된 후 협회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미술품 유통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미술계에선 과거 박수근, 이중섭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우환, 천경자 화백 작품의 다시 위작 논란이 제기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압수 수사 중인 이우환 화백 작품 13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결과, '위작' 판정이 나왔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이에 이 화백의 법률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는 "이 화백이 이달 하순 귀국해 직접 (위작 여부를) 최종 감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고 천경자 화백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자신의 작품 '미인도'에 대해 위작 의혹을 제기했으나, 진품이라는 감정 결과에 사건이 묻혔다가 지난해 10월 천 화백의 별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 등 유족은 배금자 해인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지난 4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박창욱 기자(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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