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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징글징글하게 그려낸 신체들의 '남은 시간'

2015.08.19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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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의자' (130×193㎝. acrlic on canvas. 2013) 2015-08-17

금호미술관 27일부터 김은진 개인전.

가로 5m가 넘는 거대한 화면은 징글징글하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빨아들이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징그럽다. 마치 연극 무대처럼 보이는 그림속은 살육하고 뒹굴고 배설하고 전쟁하고 잔치를 벌이는 절단된 신체들이 노닌다.

작가 김은진(46)이 오는 27일부터 서울 소격동 금호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냉장고'(145 x 560cm)다.

이 작품은 16개월이나 걸려 완성했다. 잔혹하거나 잔인한 장면들을 시공간에 두서없이 늘어놓고 '징글징글하게' 그려낸 이유는 무엇일까.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이 계기가 됐다.

"시골 할머니 댁으로 놀러갔을 때 산 속에서 동네 아저씨들이 개를 잡는 장면을 목격했었요. 멍석에 말아서 죽도록 때린 개를 매달아 통째로 불에 구웠죠. 까만 잿 덩이처럼 변한 개의 모습이 딱딱한 검은 바위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찰라, 그들 중 한명이 그 일부를 도려내었을 때 보인 선홍빛의 속살이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은 집안에서 마주해야했다. 할머니는 손녀인 자신을 위해 보신탕을 준비하고 있었다. 토막낸 몸의 순서가 뒤바뀐채 마루 위 바구니에 담겨져 있던 것은 마당에서 놀고 있던 개였다.

이 기묘한 경험은 어머니의 죽음을 기화로 그림 속에서 재생됐다. 그림의 곳곳에 등장하는 신체의 절단된 이미지를 비롯하여 검은 물체들 사이로 벌겋게 드러나는 선홍색 속살은 검은 죽음과 붉은 생명의 이중적인 상징 기호처럼 여러 작품 속에서 드러난다.

김은진 '냉장고' (146×560㎝. acrlic on canvas. 2012) 2015-08-17

40대가 훌쩍 지난 작가는 자신에게 찾아온 노화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득 찼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 물음을 담은 작업입니다"

화면을 채운 인간 군상의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 따지고 보면 삶을 지탱하기위한 작가의 몸부림과 의지다. 작가는 냉장고 속에 뒤얽힌 음식물들에서 인간 군상을 봤다. 작품 제목을 '냉장고'로 붙인 의미다. "냉장고의 음식들물은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 양분들이고 이를 먹고 내 몸을 유지하겠다는 욕망의 창고이자 제 그림처럼 역겨움의 대상이죠."

어린시절 '죽음'의 기억은 여전히 작가를 지배한다. 작품 '의자'나 '8:27am'에 신산스럽게 걸린 검은 비닐봉지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화면을 장악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동양 종교적인 아찔한 색채와 밀도있고 세밀한 표현으로 주목받았다. 유화지만 동양화같은 분위기가 감도는 건 작가가 학부에서 동양화과를 전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일민미술관, 카이스갤러리, 현대16번지 개인전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전이다. 02-720-511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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