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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최은주, 과연 그녀는 선수였다…확 달라진 경기도미술관

2015.10.1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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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 2015-10-08

"경기도 대표 노래가 뭔지 아세요?"

뜬금없다는 표정을 짓자 바로 "황성옛터"라는 말이 돌아왔다. 1907년 경기도 개성 출신 전수린이 지은 이 노래는 1932년 발표되자마자 5만장이 팔리고, 총독부에서 발매금지까지 내려졌다. 비애의 정서로 당시 나라 잃고 설움받는 대중의 정서를 다독거려준 신민요였다.

서울에서 만난 최은주(52) 경기도미술관장은 6개월 전보다 젊어진 듯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던 그녀는 지난 4월 경기도미술관장으로 취임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 원래 삼팔선 이남 지역이었던 개성이 휴전선 이북으로 위치가 바뀌건죠. 개성의 만월대를 비롯한 고려유적은 경기 풍경 가운데 전국적인 명성을 획득한 흔치 않은 곳이었어요."

'경기팔경과 구곡: 산 강 사람'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새삼 알게 된 사실이라고 한다.

경기도미술관장 자리에 앉은 후 최 관장은 '제일 잘하는 일'을 곧바로 시작했다. 마침 경기도미술관에는 고미술전문 박본수 학예연구사가 있었다. 박 학예사와는 20년 전 함께 일한 적이 있어 의기투합했다. "당신은 고미술을 맡아, 나는 현대미술을 맡을테니."

전시기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5개월 만에 특별기획전 3개가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경기 팔경과 구곡: 산·강·사람'전은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전시로 주목받고 있다. 근대와 현대미술품이 어우러진 경기지역 풍경화 100여점이 전시됐다.

지난 21일 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경기 팔경과 구곡 : 산·강·사람' 등 세 가지 기획전시의 공동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한 참석자가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15.09.22. (사진 = 경기도미술관 제공) [email protected] 2015-09-22

경기도미술관에서는 3개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경기팔경'과 함께 현대미술의 동향을 진단하는 '리듬풍경 Rhythmscape'전, 색을 주제로 한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전도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상설 교육전시다.

"제가 전시(기획)하는 건 선수잖아요."

"오랜만에 전시기획을 하며 신바람이 나 피곤한 줄도 몰랐다"는 최 관장은 "주변 지인들이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고 한다"면서 활짝 웃었다.

최 관장은 지난 1년여간 속앓이를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하면서부터다. 서울대 출신만 참여했다는 비난을 받은 개관전에 이어 정형민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채용비리 때문에 학예실장이던 최 관장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6개월간 감사가 이어졌다. 그 시기 힘들어하는 딸을 안타까워하던 어머니마저 뇌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최 관장은 "감사를 받는 것보다 힘들었던 건 배신감이었다"면서 말을 아꼈다. "1년간 관장 없이 운영되잖아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 취임할 관장을 응원해주세요."

대학원 졸업 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된 후 26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무했다. 고3때 '국문학과를 갈까, 미학과를 갈까'로 고민할때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하던 그림을 계속 하면 어떨까. 4년간 그림만 그리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돌아올 곳(일)이 있지 않을까?"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에 입학했고, 동대학원에서 미술이론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아버지의 말은 미술관에서 힘들 때마다 힘이됐다. 최 관장에게는 '실기와 이론을 겸비한 국내 최고 큐레이터'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번 전시회는 시대를 넘어 서사성을 띈 경기도 풍경화를 한 데 모아 주제별로 엮었어요. 경기도의 이름난 곳과 실경을 그린 조선시대의 그림부터 현대 작가들의 경기도 풍경화까지 포괄하는 통시적 전시죠."

경기도미술관,윤석남,핑크룸,1996,혼합재료 2015-09-15

경기도가 지닌 자연적, 인문적 환경인 산, 강, 바다, 사람, 마을, 도시, 분단을 주제어로 삼아 조선시대 화가들과 근현대 작가들이 그려낸 경기도 풍경화를 마음껏 누리고 감상할 수 있다. 단순한 평면전시가 아니다. 구작과 신작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림뿐 아니라 문학과 음악 등의 요소도 가미돼 입체적인 전시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경기도미술관에서 11만명이 관람했다"는 최 관장은 "지난해 세월호 사건과 올초 메르스 사태로 관객이 급감했는데 벌써 10만을 돌파했다"며 즐거워했다. "이 추세라면 14만명까지 가능할 것 같아요."

국내 최고 학예사에서 경기도미술관장이 된 최 관장은 무게를 벗고 가벼워졌다. "두꺼운 갑옷을 벗어버린 것 같아요. 이제 자유롭게 일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몇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홍역을 치렀지만 "일로써 구원받았다"며 워커홀릭의 면모도 드러냈다.

두툼한 전시도록도 챙겨준다. "꼭 봐주세요." 도록은 짱짱하다. 그림만 실려있지 않다. '경기 팔경과 구경'이라는 소제목으로 경기도 31개 시·군이 각기 홍보하는 각 지역의 8경 또는 9경이나 유적지, 관광명소도 소개돼 있다. "전시를 보고 여기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만 가져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경기팔경과 구곡 특별전은 11월1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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