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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한애규, 푸른 그림자…"일기처럼 빚은 독백의 조각상"

2015.12.10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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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애규 '세월' 2015-12-09

"결국은 독백이죠."

'테라코타 여인상'으로 잘 알려진 작가 한애규(62)는 "아는만큼 글을 쓰는 것처럼 나의 일상의 삶이 작품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기관지염을 앓고 난후 몸이 예전같지 않더라고요. 마치 날갯죽지 하나를 잃은 느낌이었죠."

'세월'이 제목인 여인상은 날개가 하나 떨어진 채 힘이 빠져 있는 모습이다. 팔자 주름도 깊이 패였다.

10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에서 4년만에 여는 개인전은 한애규 '사색의 시간'을 고스란히 전한다.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자기고백적, 문학적 전시회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이전의 작품과 다르다. 우선 여인상들이 붉은색을 벗었다. "지루하기도 했고 변화를 꾀하고 싶어서에요." 누르스름하게 제작된 여인들은 모두 한 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상념에 잠겨있다. 한 손에 꽃을 들고 도전하듯 서있던 예전 여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서울=뉴시스】한애규 돌조각 '푸른 그림자' 2015-12-09

작가는 좀 어렵게 말을 했다. "가족을 잃은 후 자연스럽게 한 풀 꺾였다"며 "자세나 표정이 나도 모르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2001년 이후부터다. 갑작스럽게 죽음과 마주하고 동생을 떠난 보낸 후 한동안 작업을 하지 못했다.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녔다. 고딕 성당이 있는 도시들을 찾아다녔고, 폐허를 거닐며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수천년 전 누군가 찬란하게 살다 간 폐허에서 그림자조차도 허망하다는 것을 느꼈고 위로도 받았다.

'푸른 그림자'를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의 여행 경험을 담아냈다.

전시장에는 사람이 누워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앉아있는 것도 같은 '돌덩이'들이 바닥에 턱턱 놓여있다. 상판을 푸른색으로 칠해 물결이 일렁이는 것 같은 착시도 준다.

작가는 "어떠한 미물도 실존하는 것은 그림자가 있다. 우리가 실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때 우리의 존재에 대한 확실한 증거로서의 그림자가 있다"면서 "바닷가를 거닐다 바다에 드리워진 내 그림자에 대한 기억이 강렬해 작품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푸르른 색감 때문인지 전시장에는 쓸씀함이 감돈다. 전시장 한 편에 둥근 배를 부여잡고 있는 여인상에도 우울함이 배어있는 듯하다.

【서울=뉴시스】한애규 2015-12-09

"왜 임신한 여인을 만들었냐고요? 아이를 갖는 당담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세상의 인류를 만드는 일, 국민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요. 그렇지만 여성이 갖고 있는 최대 고난이기도 하지요."

배가 불룩한 여인상은 생명의 근원과 관련된 자연으로서의 여성, 흙, 물과 연계성이 있다.

1975년부터 40여년 간 흙을 만져 온 작가의 손은 거칠다. "무엇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고 삶은 그 어떤 것보다는 앞서는 것"이라고 했다. 일기를 쓰듯 빚어낸 작품들은 작가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도자 보조 25점, 핀 작업(그림자) 5점, 그림자 입체 10점, 여인 반신상 5점을 선보인다. 02-725-101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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