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이우환, 현란한 '와인 예찬' vs 침묵한 '위작논란'

2016.01.29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이우환(오른쪽)화백과 샤또 무똥 로칠드 소유주 줄리앙 드 보마르세 드 로칠드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호텔신라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라벨 원화 공개’ 행사에 참석해 이 화백의 원화를 공개하고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1945년 이래 매년 저명한 예술가의 작품을 라벨에 사용해 왔다. 2016.01.28. [email protected] 16-01-28

하나, 둘, 셋. 흰 천이 주르륵 밑으로 떨어지자 탄성이 터졌다.

와인색 네모난 한 점이 찍힌 그림이 액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 옆에는 이우환 화백과 줄리앙 드 보르셰 드 로칠드 남작이 서 '와인과 예술의 결합'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29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에머랄드 룸에서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빈티지 라벨과 원화를 선보이는 행사가 열렸다.

표정의 변화가 없던 이우환화백의 얼굴에 웃음기가 돈 건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다.

"이우환 입니다"로 말문을 연 이 화백은 "고등학교 때부터 와인에 관심이 많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1971년 처음으로 파리에 가게되면서 이후 매년 미국과 유럽을 떠돌며 돈은 없었지만 와인 맛에 빠져 돌고도는 생활을 했다"는 그는 "이제 하루도 와인없이는 안되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와인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라벨에도 관심을 가졌고 라벨을 그리는 아니쉬 카푸어등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회사 것은 그릴 찬스가 있었지만 그리지 않았다. 그것을 멀리하고 때가 되면 무똥 로칠드에 찬스가 있기를 바랬었다"는 이 화백은 "바라고 있어서 된 것인지 우연히 2013년 와인에 그릴 수 있게 돼서 영광이다"고 했다.

'무똥 로칠드'는 싼 와인이 아니어서 여간해서는 마시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이우환(오른쪽)화백과 샤또 무똥 로칠드 소유주 줄리앙 드 보마르세 드 로칠드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호텔신라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라벨 원화 공개’ 행사에 참석해 이 화백의 원화가 담긴 와인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1945년 이래 매년 저명한 예술가의 작품을 라벨에 사용해 왔다. 2016.01.28. [email protected] 16-01-28


이번에 이 화백이 라벨를 그린 '샤토 무똥 로칠드 2013'는 국내에서 85만원선에 판매된다.

이 화백은 "무똥 와인은 '귀부인의 화려하고도 고귀한 맛'"이라며 "꿈과 상상력, 또는 에로틱함까지 가지고 있는 와인"이라고 극찬했다.

"뒷맛이 특이하고 좋다. 향기가 그때마다 다르지만, 체리나 커피 혹은 시가같은 느낌이 함축성있게 꼬리를 만들기 때문에 싱싱한 느낌을 준다"면서 '무똥 와인' 예찬은 길게 이어졌다.

작정하고 준비해온 모습이었다. '와인색'으로 라벨을 그리기까지 과정도 공개했다. 애초 '무똥 로칠드' 라벨은 주황색으로 나올뻔 했다.

무똥의 부탁을 받고 이 화백은 지난해 여름부터 수채화로 그려보며 구상 중이었다. 어느날 줄리앙 샤또 무똥 대표의 아버지가 화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 화백이 2014년 베르사이유궁전에서 전시할 때 작품을 감상했다. 여러 작품을 보고 이야기하던 중 오렌지색 그림이 좋다면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후 줄리앙 대표도 화실을 방문해 아버지가 선택한 주홍색 그림으로 가져갔다.

며칠 지나서 이 화백은 생각이 달라졌다. 한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오렌지색과 무똥하고는 매치가 되지 않는데, 하는 불안이 생겼다"

일본에 돌아와 이 화백은 줄리앙 대표에게 "다시 다른 색으로 그릴테니 스톱을 하면 안되겠냐"고 했다. 이미 인쇄에 들어간 라벨 작업이었지만 이 화백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화백은 "와인컬러는 대단히 어려운 색"이라면서 "샤머니즘에서 보자면 자주색은 생명과 관계있는 색이고 까다롭지만 품위있고 숙성된 의미의 색"이라며 자주색을 사용한 자부심을 보였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이우환(오른쪽)화백과 샤또 무똥 로칠드 소유주 줄리앙 드 보마르세 드 로칠드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호텔신라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라벨 원화 공개’ 행사에 참석해 와인에 삽입된 이 화백의 원화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1945년 이래 매년 저명한 예술가의 작품을 라벨에 사용해 왔다. 2016.01.28. [email protected] 16-01-28

실제로 이 '자주색 한점 그림'은 이 화백 그림에서 최초의 색이다. '회색톤'으로 사용하다, 잠시 주홍색을 쓰긴 했지만 회색, 블루 등 차분하면서 정제된 색은 이 화백의 고유색이다.

"자주색은 많은 색을 섞어서 나온 색이다. 흰색부터 깊은 색으로 가는 뭔가 다양한 이미지를 내포한 톤을 만들었다. 그런 톤에서 무똥 로칠드가 가진 많은 뉘앙스와 힘과 향기가 고귀한 부인이 가진 화려하고도 아주 향기로운 느낌을 이미지로 그려본 것이다."

"한국이 첫 방문"이라는 줄리아 드 보마르세 드 로칠드 샤또 무똥 로칠드 대표는 "최종 와인색은 한잔의 와인이 담긴 와인같아 맘에 들었다"면서도 "오렌지색도 굉장히 좋았다. 토양을 나타내는 색 같았다"고 부연했다.

이 화백은 정중동 중앙에 짱짱한 힘을 내고 있는 자주색 한점에 대해 "공중에 살짝 뜬 것처럼 해서, 흰 바탕과 그려진 것과의 링크가 울림이 되어야 제대로 와인의 향기를 나타낼 수 있겠다" 생각하고 그린 것이라며 "세계로 하여금 이야기를 시키게 하는 게 욕심이었다. 비교적 비슷한 느낌이 나오지 않았나"라고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 화백은 와인과 예술의 결합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설명했다. "와인은 땅의 힘을 중심적으로 겹겹이 쌓인 오랜 힘을 인간의 지혜와 많은 시간을 곁들여서 더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로 승화시키는 위대한 작업이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자연이 바탕이다. 대지의 포도나무 넝쿨이 밑으로 40~50년 지나면 뿌리가 뚫고 지나간다. 10m 내려가면 10만년 지층을 만날 수 있다. 땅의 힘을 빨아들이는 포도나무는 무섭고 신비로운 나무다".

이 화백은 "자연이 가진 위대한 축적을 빨아들이는 게 포도나무이고, 인간의 지혜로 아이디어를 창출해 와인을 숙성시켜 만든다"면서 "예술도 마찬가지로 기본은 자연이 가진 재료를 쓴다. 와인과 예술 둘 다 자연의 기본적인 재료를 써서 인간의 지혜를 다른 차원으로 가져가게 만들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근사한 여운을 남기게 되는 같은 차원"이라고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현실이면서 현실위로 인간을 띄우는 게 와인이고 예술이다. 필연적으로 결부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신비를 넘어서서 혼을 울리는 것. 아이디어나 지식을 넘어설 수 있는 느낌을 전하는 건 예술도 마찬가지 아닌가".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이우환 화백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호텔신라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라벨 원화 공개’ 행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이 화백은 최근 자신의 작품을 모방한 위조품이 존재한다고 밝히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2016.01.28. [email protected] 16-01-28

'무똥 와인' 예찬과 자주색 한점을 쓴 라벨 작업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던 이 화백의 표정이 변한 건 행사 끝 무렵이었다.

줄리앙 대표와 이화백에 각각 1개의 질문을 받겠다며 차단했지만, 결국 '위작 논란'에 대한 질문이 터졌다.

이 화백은 단호했다. 마이크 앞으로 몸을 숙이며 "일체 답을 하지 않겠다. 변호사와 상의하세요" 라며 '특유의 절제'된 굳은 표정을 지었다.

샤또 무똥 로칠드 와인에 한국 아티스트의 라벨을 최초로 붙인 경사스런 자리로 이런 질문은 적절치 않다는 주최측의 반응도 나왔다. 무똥 와인의 라벨은 1945년부터 매년 세계 유명미술가들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국내 기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였다. 지난해부터 위작논란으로 미술시장을 잠식한 이우환 화백을 직접, 처음으로 대면할 수 있는 귀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 국제갤러리 단색화 그룹전 이후 그는 공식적으로 전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을 자주 오가며 작업하고 있지만, 위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 등 접촉을 일체 피해 왔다.

특히 이 화백은 이 행사장에서의 기자들과 차단하기 위해 지난 26일 최순용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모방한 위조품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세계가 대한민국 예술계를 지켜보고 있다"며 수사의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한편 와인색, 자주색 한점이 있는 원화는 샤또 무똥 로칠드와 우정을 바탕으로 그려진 라벨로 따로 작품값은 지불되지 않는다. 대신 이우환 화백에게 '샤또 무똥 로칠드 2013'와인이 무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또 무똥 로칠드 라벨은 그동안 피카소, 달리,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살바드로 달리, 세자르, 키스 해링, 니키드 생팔, 등 세계적 예술가의 명작을 담아 세계 와인 애호가와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