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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현역 최고령 작가' 김병기가 싫어하는 질문

2016.03.20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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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가 16일 평창동 작업실겸 숙소에서 자신의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25일 '백세청풍(百世淸風): 바람이 일어나다' 전 선보여.

"하루에 몇 시간 그리느냐 묻지마라."

한국에서 활동하는 최고령 현역 화가인 태경(台徑) 김병기(金秉騏)는 이렇게 말했다. 고령인 자신의 나이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에 대해 거리감을 뒀다.

지난해 50년 만에 고국에 귀환한 그는 옛 이야기를 읊는 것보다 오늘의 삶을 사느라 바쁜 듯했다. 16일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 겸 숙소엔 유화 물감 냄새가 가득했고, 캔버스엔 아직 마르지 않은 물감이 발라져 있었다. 인근 중국집인 북경의 메뉴판도 놓여 있었다.

김병기는 종종 북경에서 중국음식을 시켜먹고 냉면집인 우래옥에도 들른다. 막내딸이 사는 잠실에 가려고 전철도 탄다. "병상에 누워서 맞는 것이 아닌, 진정한 100세 장수를 누리고 있다"는 지인의 말이 들릴 정도다.

김병기는 1916년생으로 한국의 1세대 추상화가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 홀연 미국에 둥지를 튼 김병기는 한국 미술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김병기의 부친은 일본에서 유화를 배워 한국에 서양화의 씨앗을 심은 작가 가운데 한 명인 김찬영(1893~1960)이다. 김병기도 일본으로 건너가 추상과 초현실주의를 접했다. 서양미술의 새로운 사조를 가까이 느끼기 위해 선택한 곳은 일본 도쿄 아방가르드양화연구소였다. 이곳에서 함께 수학한 동료들이 김환기(1913~1974년), 유영국(1916~2002년) 등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들이다.

김병기는 1965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석했다가 귀국하지 않고 홀연 도미했다. 이후 미국에서 예술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대규모 회고전도 가졌다.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자연과 문명, 정신과 물질, 그리고 전통과 현재 등 이분법적인 경계를 가로지른 작품을 선보인다.

김병기의 2015년작 '돌아오다'.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을 신화처럼 여기고 자신을 박제화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한다. 그는 "나는 오늘을 사는 사람으로 지금의 내 그림을 얘기하고 싶다"며 "그림 얘기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최근 화두는 '완성으로서의 미완'이다. 안료의 층을 얇게 얹고, 채색을 최소화한 작업들은 이 같은 고민의 흔적들이다. 이를 통해 캔버스 바탕이 드러날 뿐 아니라 작업의 과정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된다.

김병기는 자신의 그림을 두고 ‘추상성을 통과한 뒤에 나온 형상성’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추상도, 완전한 사실적인 표현도 아닌 추상과 형상이 동시에 공존하는 형태다. 대립된 요소들이 부딪치고 중첩되면서 그의 화면은 더욱 팽팽한 긴장감을 뿜었다.

그는 "천재적인 예술가보다 고민이 많은 예술가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화려하고 장엄하고 세련된 당대의 유행양식보다 땀으로 얼룩진 진지하고 참신한 모색이 더 아름답다"고 했다. 그와 같은 철학을 지닌 그의 통찰이 담긴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백세청풍(百世淸風): 바람이 일어나다'다. 전시는 오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3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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