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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출근길 갤러리] 상처를 덧대고 보듬듯 쌓아 올린 색

2016.03.28

[머니투데이] 지젤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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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박의 '프롬 어 디스턴스'. 캔버스에 아크릴.

내게 이상적인 자연을 동경하고 그것을 조형언어로 표현해 나가는 작업은 풍부한 감성의 표출이자 생존의 방법이다. 꿈을 따라 끝없는 추구를 멈추지 않는 삶의 열정이다.

내가 표현한 자연은 감수성으로 추상화 된 자연이다. 가만히 자연을 응시하고 있으면, 그 구체적인 형상은 점차 풀어지고, 색과 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얼룩이 되고, 정지된 화면처럼 다가온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없어지고 자연이 뿜어내는 빛, 색의 아름다운 조화만이 그려져 추상적인 모습이 된다.

자연은 들판, 언덕, 하늘의 형상에서 점차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추상적인 형상을 띠게 된다. 변형되고 단순화된 들판과 언덕의 형태들은 수평공간 속에서 반복된다. 이상적인 색의 조화를 통해 유토피아적인 자연세계로 나아간다. 겹쳐지고 얼룩진 공간과 면이 추상적인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공간 속에서 색채들은 색면이나 띠의 형태로 나타나며 추상적인 조형적 특성을 드러낸다. 형상이 풀어진 색채들은 자연과 하나 된 나의 물아일체 환상을 나타낸다. 발랄하고 우울하며 감각적인 색채가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초월적 세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설렘이나 환희, 슬픔이나 그리움, 고독과 소외 같은 내적 세계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유토피아의 자연을 우리 인생 속에서 찾는다. 유토피아는 꿈을 찾는 열정과 인내의 인생 속에 있다. 산의 의지, 강물의 인연, 바람의 설렘, 아득한 그리움의 지평선. 화면에서 보이는 ‘결’은 상처의 원형을 뜻한다. 인생에서 고난, 시련,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불행을 나타낸다.

상처를 덧대고 보듬듯 색을 쌓아 올린다. 색을 깔고, 색을 덧입힌다. 하지만 다른 색으로 덮어도 그 밑색은 여지없이 우러난다. 결의 사이사이에 색이 스며들고 그 뒤에 올려진 색과 층을 이룬다. 흔적을 남긴 색들은 비춰지고 어울어지며 미묘한 빛을 발산한다. 이렇게 층층이 올려지고 우러나며 조화된 색의 빛으로 작품은 완성된다.

사람들은 상처를 대면하고 보듬어 덮는 과정을 통해 치유 받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얼룩진 색, 겹겹이 층을 이룬 색은 상처를 보듬고 인내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자, 상처로 얼룩졌지만 아름다운 우리 인생의 모습이다.

결 사이로 스며들고 얼룩진 색으로 인해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이 완성되듯, 굴곡 있는 고된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낸 삶은 진정 아름답다. 작품은 유사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비슷비슷한 우리 인생사의 모습인 것이다. 생은 계속되고 반복된다.

편집자주: 미술시장 사각지대에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해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주고 온·오프라인에서 관람객에게 다앙한 미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트1''과 함께 국내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림에 딸린 글은 작가가 그림을 직접 소개하는 '작가 노트'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손안의' 혹은 '책상 위'의 갤러리에서 한편의 그림을 감상하고 여유롭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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