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뉴시스 초대석]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문화융성, 대중이 소비자 겸 생산자 되는 것"

2016.04.01

[뉴시스] 이재훈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종료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15일부터 예술의전당 제14대 사장으로 재직했으며, 이번 연임으로 오는 2019년 3월 14일까지 3년간 사장으로 재직한다. 2016.03.31. [email protected] 16-03-30

고학찬(69) 사장은 예술의전당 사장다운 풍모를 자랑한다. 베토벤 또는 아인슈타인을 연상케 하는 머리 스타일은 예술가적 인상을 풍긴다. 그래서 '고토벤'으로 불린다. 성격은 수더분하다. 고급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이 고 사장 취임 후 문턱을 한껏 낮췄다는 평을 듣는 이유다.

고 사장은 "극장 경영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관객들이 좋은 공연을 편안하게 와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라도 쉽게 예술의전당을 찾아왔으면 했다"고 말했다.

다목적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14대 사장(2013년 3월15일~2016년 3월14일)으로 3년간 재직한 고 사장은 성과를 인정 받아 3년 연임이 결정됐다. 28년 역사의 예술의전당에서 사장 연임은 그가 처음이다.

대중이 예술의전당을 편안하게 인식하도록 한 공로자다. 지난해 분수대 앞에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작은 아이스링크를 만든 것 등이 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으나 겨우 내내 예술의전당 명물이 됐다.

"미래의 관객을 생각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의전당을 편안하게 여기도록 해야 한다.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추억을 가진 아이들이 미래에 예술의전당 관객이 될 수 있다. 자유스럽게 출입하고 놀다 가야 공연 보는 것에도 익숙해진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아이스링크를 통해 공연장을 마음껏 즐기도록 만들고자 했다."

아직까지 클래식음악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은 쉽게 보는 무대가 아니다. 고 사장은 "평소 잘 들어와보지 않으니 공연을 보기 위해서 선뜻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다"고 진단, '가곡의 밤' '동요 콘서트' 등 대중이 우선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짰다. "친근감을 먼저 주기 위해서"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종료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15일부터 예술의전당 제14대 사장으로 재직했으며, 이번 연임으로 오는 2019년 3월 14일까지 3년간 사장으로 재직한다. 2016.03.31. [email protected] 16-03-30

"클래식음악이 대중에게 어려울 수 있다. 그런 클래식을 갑자기 즐기기란 쉽지 않다. 어렸을 때 동요를 부르고 중고등학교 때 가곡을 들은 다음에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로 자연스럽게 건너올 수 있다."

'가곡의 밤' '동요 콘서트'는 회당 2000명씩 운집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곡의 밤' 사회는 고 사장이 보기도 했다. 직접 노래도 했다. "음악은 음악을 하는 분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다"며 웃었다. "보통사람이 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넘어 즐길 수 있도록 문화정책이 나가야 한다. 문화가 융성하려면 대중이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가 돼야 한다."

고 사장은 그렇게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에 연기과를 신설했다. "가정주부 등 일반인들이 조그마한 강당에서 직접 연극도 한다. 소비자로만 남는 것이 아닌, 직접 생산자가 돼 무대에 대한 접근을 달리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사장은 대부분 관료 출신이었다. 고 사장은 방송사 PD로 오랜 기간 예술현장에 몸을 담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커리어다.

제주 태생인 고 사장은 한양대학교 문리대 영화과를 졸업한 뒤 1973년 극단 '신협' 활동으로 연극계에 발을 들였다. 동양방송(TBC) 프로듀서(70~77), 제일기획 Q채널 국장(94~97),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국장(97),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00),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겸임교수(98~03), 세계 제3회 델픽대회 조직위원 이사(98), 윤당아트홀 관장(09~13) 등을 역임했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종료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15일부터 예술의전당 제14대 사장으로 재직했으며, 이번 연임으로 오는 2019년 3월 14일까지 3년간 사장으로 재직한다. 2016.03.31. [email protected] 16-03-30

그러나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크게 이름을 남기지 않아 일부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을 폈다. 고 사장은 그러나 일부러 나서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변명하지 않았다. 묵묵히 일을 해나가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현시점,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쏙 들어갔다. "길게 내다보고자 했다. 조용히 열심히 일을 하면 합당한 평가가 내려질 거라 생각했다."

고 사장이 추진한 일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공연영상화사업 '삭온스크린(SAC ON SCREEN)'이다. 국내 처음으로 우수 레퍼토리 공연을 영상화, 무료로 국내외에 상영하는 사업이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 예술의전당 상주단체들의 대표작은 물론 최근에는 뮤지컬 '명성황후'를 녹화해 상영하기도 했다. 예술단체가 찾아가기 힘들고 공연 콘텐츠가 부족한 지방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호응을 누리고 있다. 전국 190개 회원사가 소속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고 사장의 힘도 컸다.

고 사장이 취임 초기에 제안한 이 사업은 반대에 직면했었다. "무료로 영상을 돌려버리면 누가 비싸 돈을 주고 공연을 보러 오겠느냐"라는 우려 때문이다.

고 사장은 "지방에는 오페라와 발레를 처음 보는 분들이 많다. 국립오페라단이 작품 한 편을 만들 때 약 15억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회 가량 공연을 하고 무대를 뜯어야 한다. 공들여 만들었는데 5000명 정도밖에 보지 못하는 거지. 그런데 1억원을 더 들여서 영상화 작업을 하면 예술의전당에 오기 힘든 지역 분들이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울릉도에서 상영한 국립발레단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본 어린이가 예술의전당에 보낸 편지에 "호두까기 인형을 본 뒤 커서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쓰기도 했다. "그 어린이도 영상을 통해서 발레 공연을 접했기 때문에 그런 꿈을 꿀 수 있었다. 공연을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영상화 작업은 발레, 오페라 관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인구를 늘리는 일이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종료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15일부터 예술의전당 제14대 사장으로 재직했으며, 이번 연임으로 오는 2019년 3월 14일까지 3년간 사장으로 재직한다. 2016.03.31. [email protected] 16-03-30

처음에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삭온스크린'에 정부는 10억원 가량을 지원해주고 있다. '우수 경영사례'로도 선정됐다. 해외문화원을 통해 나이지리아에서 '가곡의 밤'을 상영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지난 2월 제2회를 치른 '예술의전당 예술대상'도 고 사장이 주력하는 사업이다. 예술 장르별로 상을 나눠주는 시상식은 많지만 이 시상식처럼 음악, 공연, 전시를 아우르는 것은 드물다. 1년 간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작품들이 대상이다.

"미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이유는 아카데미 같은 권위 있는 상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이 필요하다. 상이 권위를 갖게 되면 올해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을 누가 받을까 관객들이 기대하게 되고 그것이 문화예술 활동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대상은 거듭할수록 권위가 높아질 거라 확신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서는 "경험은 버릴 것이 없다. 언제가는 다 써먹는다"고 답했다. 젊었을 때 웨이터, 바텐더 등을 경험한 고 사장은 예술의전당에 오자마자 주차관리원, 경비원, 미화원 등 외부 용역사에 소속된 250명의 직원들에게 먼저 눈길을 돌렸다.

"전면에서 예술의전당 고객을 만족시키는 직원들이다. 그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월급 등은 예술의전당 규정에 의해 지급되기 때문에 사장이라도 건드릴 수 없다. 대신 예술의전당 자체에서 공연 티켓을 구입해 선물로 드렸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주차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분인데 이전에는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이 공연을 보고 편지를 썼더라. 온 가족이 함께 봤는데 아이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봤다고 학교에서 자랑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그분들의 얼굴이 밝아지면 예술의전당 얼굴도 밝아지리라 믿는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종료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15일부터 예술의전당 제14대 사장으로 재직했으며, 이번 연임으로 오는 2019년 3월 14일까지 3년간 사장으로 재직한다. 2016.03.31. [email protected] 16-03-30

국공립 기관인 예술의전당 재정자립도는 약 70~8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직영 카페와 레스토랑이 수익을 내고 공연장과 미술관을 찾는 관객이 꾸준히 늘어 가능한 숫자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높다. 고 사장은 "상업성만 따지면 공익성을 해치고, 공익성만 중시하면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며 "그 사이에서 중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아직 서울의 유일한 클래식음악 콘서트홀이다. 8월 롯데콘서트홀이 생기고, 지지부진하지만 서울시향 콘서트홀이 추후 건립되면 삼각구도를 이루게 된다.

"현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밖에 없으니 대관 공고를 내면 클래식음악 기획사 수십개가 경쟁를 한다. 그런데 두 세군데가 더 생기면 고르게 나뉠 수 있으니 공연 전체를 봤을 때 좋은 일이다. 롯데콘서트홀이 잘 론칭했으면 좋겠고, 특히 강북에 클래식음악 전문 공연장이 없으니 서울시향 콘서트홀도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물론 극장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경쟁이 될 수 있으니 우리 역시 서비스를 높여야겠지."

예술의전당은 '교향악 축제' 등 설립 때부터 여러 단체를 아우르는 축제형 기획 공연을 지금도 이어오는 동시에 '환도열차' '별무리' '메피스토'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맨 끝줄 소년' 등 호평 받은 연극들을 내놓은 자체 기획 공연 브랜드인 SAC 큐브를 비교적 최근 론칭하는 등 전통과 현재를 아우르며 나아가고 있다.

30주년이 되는 2018년은 고 사장의 임기 내다. "예술의전당 30년사를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아직까지 한국을 찾는 해외 관객들에게 덜 주목을 받아 아쉽다"며 "이런 점을 보완할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예술은 길게 내다봐야 한다. 예술의전당 사장으로서 첫 연임인 만큼 오래 이어나갈 시스템을 구축한 좋은 전례를 남기고 싶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