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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3년만에 학고재 온 진 마이어슨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

2016.04.1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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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진 마이어슨이 학고재갤러리에서 3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2016-04-13

"학고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제안받았을 때, 뭔가 근사한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18개월째 그림 그리기를 멈춰있던 화가 진 마이어슨(44)은 '하나의 붓질은 다른 하나를 이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전시와 아트페어, 프로젝트를 위한 끊임없는 작품 제작으로 소진된 상태였다. "발견과 놀라움의 감각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벗겨져 나갔고, 탈진과 일상 노동만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로탱갤러리 디렉터인 부인 대신 딸을 보살피며 붓을 놓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고싶지도, 듣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25년만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화가로서 성공했지만 작업은 일상의 노동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에 남아야 할지, 아니면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야할지 갈등했다. 문화적으로는 향수병을 앓던"중이었다.

어느날, 밥 딜런의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like a rolling stone)을 듣다가, 노 디렉션 홈(no direction home)에 꽂혔다.

‘돌아갈 집도 없고,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가사를 들으며 자신의 삶과 작품을 봤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학고재갤러리 진 마이어슨 개인전이 열린다. 2016-04-13

진 마이어슨은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던 중 2004년 뉴욕의 쟈크 포이어 갤러리와 파리의 엠마뉴엘 빼로땡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주목받았다. 2006년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연 단체전 '회화의 승리'에 참가하면서 국제적으로도 부상했다. 세계적인 화상 찰스 사치가 그의 작품을 사들였고,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활동해 유럽에 두터운 컬렉터층을 확보하고 있다.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한국에 첫발을 내딛고, 이후 홍콩으로 작업실을 옮겨 아시아를 주요 활동 거점으로 삼고 있다.

학고재와 인연으로 2013년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입양아'라는 사실을 털어냈다. 네살때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역사교수인 아버지와 함께 미술관 박물관을 탐방하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화가의 꿈은 외삼촌때문이었다. 삼촌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린 제임스 로젠퀴스트로 그의 작업실을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그림에 빠져들었다. 1997년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 오브더 파인아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뉴욕 브루클린에서 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년 동안 뉴욕, 파리, 자카르타, 홍콩, 서울 등 컴퍼스 돌듯이 쉴새 없이 반복되는 이주의 순환 루트를 겪어 왔다.

작품은 복잡하다. 포물선 모양을 띤 셀 수 없는 곡선과 다양한 색으로 구성된 왜곡된 뒤틀림이 특징이다.

대학 시절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에서 미식축구 경기 사진을 보다 그 사진이 담고 있는 '움직임' 또는 '속도감'에 주목했다. 이후 그는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움직임' 또는 '속도감'을 통해 표현하는데 주력해왔다.

【서울=뉴시스】 진 마이어슨,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 2016-04-13

사진과 스케치에 포토샵의 소용돌이와 물결 효과를 적용시켜 변형시킨 이미지를 캔버스에 회화로 옮기는 방식에서 2005년부터는 스캐너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있다. 스케치를 스캐너 위에서 회전시키며 스캐너를 작동시켜 얻은 이미지를 캔버스에 회화로 표현하는 작업으로, "작품 제작 과정이 단순한 디지털 작업과는 다른 수행적 행위가 되도록 하는 작가의 노력이다."

13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트랙'으로부터 시작하며, 음악가가 음반을 구성하듯 전시를 구상했다. 학고재갤러리 공간에 맞춰 캔버스 색과 크기도 맞췄다.

두 회화로부터 시작했다.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 I open my mouth to eat u'(2015)와 '스테이지다이브 Stagedive'(2015)다.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는 1년 전 홍콩 침사추이에서 빌린 조그만 스튜디오에서 완성했다. 가로4 m에 이르는 '스테이지 다이브'는 학고재의 지원으로 서울 문래동에 마련된 새로운 스튜디오에서 제작됐다.

한국에선 작품보다 '입양아'라는 사실이 각인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어린시절 '너는 어디서 왔니?'라고 물을때 방향을 잃고 쉽게 대답하지 못했던, '정체성 혼란'이 작업의 배경이 됐다. 혼란스러워보이지만 동시에 섬세하고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작품이다.

"내 작품은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 한 것 뿐'이라는 진 마이어슨의작품은 '현 시대의 풍경화'로 읽힌다. 찌그러지거나 뒤틀리고 휘몰아치는듯 한 유기적인 건물을 합체한 도시풍경이다. 시작과 끝을 알수 없는 뫼비우스띠처럼 계속 이어지고 질주하는 세상의 소용돌이를 보여준다. 5월15일까지. (02)720-152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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