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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언주의 숨은 그림찾기] 동·식물을 판화·콜라주·드로잉하는 김미로 작가

2016.04.22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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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미로_쌓이는 그림들-공작그림, 182x228, 드로잉, 꼴라쥬, 2009. 16-04-22

비슷한 듯 다르고 규칙적이면서 리듬감이 있다. 오리고 붙이고 찍어내고 그리고 위에 또 다시 그린다. 같은 이미지가 조금씩 차이를 두고 반복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것들이 한 데 어우러지기도 하면서 묘한 쓸쓸함 혹은 오붓함이 느껴진다.

주로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판화, 콜라주, 드로잉 작업을 하는 김미로 작가(40)의 작업이다. 그는 말이나 토끼, 강아지, 고양이, 나비를 비롯해 때로는 상상의 동물을 그리기도 한다. 이때 형상을 반복적으로 배치하거나 여러 번 겹쳐낸다. ‘반복’은 그리는 형태를 강조하는 동시에 때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느껴지게 하기도 한다.

“제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져요. 그래서 동식물의 형상에 저의 심리 상태를 투영하는 거죠. 동물의 포즈나 움직임을 보면 제 자화상을 보는 듯 합니다. 어느 날 마당에서 죽은 듯 고요하게 낮잠 자는 강아지를 보며, 마치 제 모습 같았고 자면서 무슨 꿈을 꿀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런 생각과 이미지가 겹쳐졌다고 할까요?”

작품 속 조용하고 소극적으로 보이는 동물들은 비단 김 작가의 모습만이 아닌 현대인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특히 그의 토끼 그림을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포근하고, 감정이입이 되기도 한다. 김 작가는 깡총깡총 뛰어 다니는 토끼가 아닌 철창 속에 들어 앉은 토끼를 그렸고, 화면을 꽉 채워 토끼 한 마리를 그리고는 '위축형 토끼'라고 제목을 붙였다.

【서울=뉴시스】사진=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김미로 작가가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16-04-22

“일관성 있고 계획성 있었던 제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몇 년 간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었고, 뻗어나갈 곳은 많지만 정작 저는 갇혀있어야 했죠. 시간을 쪼개서 작업해야 했고 집중하기 힘들었어요. 지금껏 쌓아온 노력이 한 순간 무너진다고 느꼈을 때, 그걸 복원하고 싶단 생각과 함께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까도 고민했습니다.”

균열되고 흩어진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다시 붙이고 이어나간 작업은 결국 그의 삶을 다시 조립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도무지 연속되지 않고 끊어지는 생활패턴과 타인의 시선, 변화와 혼란스러운 심리 모두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기로 한 것.

“현재의 제 모습과 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합치고 조립하는 과정을 담기로 했습니다.”

【서울=뉴시스】김미로_쌓이는그림들,56x76.5cm,실크스크린콜라쥬,2008 16-04-22

때마침 ‘식물도감’은 김 작가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식물을 채집해서 그 형상과 생태 등을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을 붙인 책은 어쩌면 현대사회의 뉴스처럼 객관성을 내세운 소통의 은유일 수도 있고, 자연 현상을 인위적으로 규정하는 지식의 표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얇은 한지에 이미지를 찍어서 오리고 다른 페이지에 덧붙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서로 다른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상호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작가의 짧은 심리적 경험이 조각조각 화면에 드러나고 그 조각 틈 사이에서는 여유와 쉼표가 느껴지기도 한다. 정적인 감성과 은유가 묻어나는 그의 작업은 허전한 현대인의 심리가 드러나면서도 묘한 편안함이 전해진다. 하지만 작가는 정작 답답함과 갈증을 느낀다고 했다.

“역동적이면서 직접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많은 이미지를 중첩하는 작업이 때로는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김미로’가 아닌 좀 더 평범한 이름으로 바꾸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삶에 무뎌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 김미로 작가=홍익대 판화과 졸업(2001),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판화전공 졸업(2003), △아트1(http://art1.com)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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