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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성형수술 생중계했던 佛작가 오를랑 성곡미술관서 개인전

2016.06.16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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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자동-글쎄, 거의–판매기'(1977) 예술가의 키스시리즈, 148x 205cm 흑백프린트.1976년 파리아트페어에서 벌인 퍼포먼스로 성녀-창부라는 이분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공론화시킨 작품이다. 당시 살아있는 키스 자판기로 등장해 5프랑에 자신의 키스를 판매했다.관람객이 입구에 동전을 넣고 그와 키스를 나누는 동안 동전은 오를랑의 성기에 위치한 모금함에 모이게 된다. 맞은편에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분장한 자신의 사진을 설치하여 관객이 5프랑에 양초를 하나씩 바칠 수 있도록 하는 이중 퍼포먼스를 펼쳤다.

아홉번에 걸친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오를랑(69)의 회고전이 열린다.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17일 개막한다.

캔버스 대신 자신의 몸을 창작을 위한 도구로 삼은 작가는 1990년대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외과 수술대에서 자신이 받는 수술의 전 과정을 위성중계 하는 퍼포먼스였다. 영어, 불어, 수화로 통역하고 전 세계로 생방송해 세계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기괴한 작업을 공개하며 주목받은 오를랑은 “내 작품은 신체에 가해지는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압력들에 대한 질문"이라며 "내 작업은 언제나 투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몸은 끊임없는 변형을 통해 어떠한 기준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몸으로 재탄생했고, 작가는 변형된 자신의 몸을 ‘수정된 기성품’이라 불렀다.

【서울=뉴시스】수술 전 시음하는 오를랑 (1991)네번째 성형수술 퍼포먼스: 성공적인 수술 시리즈 165cm x 110cm, 시바크롬 프린트.1990년부터 1993년까지 총 9회에 걸쳐 오를랑은 비너스의 턱, 모나리자의 이마 등 전통 회화에 묘사된 미녀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부분별로 조합하는 성형수술 퍼포먼스를 펼쳤다. 2016-06-15

프랑스 생테티엔 출생으로, 본명을 거부하고 스스로에게 ‘오를랑’이라는 이름을 짓고 일생 동안 ‘몸’과 ‘정체성’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오를랑'이라는 이름은 유년시절 정신분석 상담을 받던 도중 자신이 쓰던 서명의 글자들중에서 유독 M, O, R, T, E(죽음의 프랑스어 여성 형용사)가 눈에 띈 단어를 조합했다. 기존의 OR(프랑스어로 ‘오르’, '금'을 뜻함)를 유지한 채, LAN(프랑스어 ‘랑lent’은 '느리다'의 형용사로 오를랑의 ‘랑LAN’과 동일한 발음임)을 붙여 여성형도 남성형도 아닌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창조했다.

고향인 생테티엔의 미술학교에 1년 정도 다녔으나 학교 교육이 보수적이라며 자퇴, 전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17세인 1964년, 바쁘게 걷는 거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부러 매우 느리게 걸음으로써 사회적 규범에 대항한 '느리게 걷기' 퍼포먼스로 데뷔했다.

【서울=뉴시스】오를랑', 다섯번째 성형수술 퍼포먼스:오페라-수술. 2016-06-15

이어 같은 해 오를랑은 '사랑하는 자아를 출산하는 오를랑'을 제작하며 몸을 이용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성기에서 팔이 없는 마네킹이 나오는 이 작품은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스스로 탄생시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후 1978년 자신이 기획한 '리옹 퍼포먼스 페스티벌'중 자궁 외 임신으로 응급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에도 자신의 수술 장면을 촬영하고 그 테이프를 즉시 리옹 현대미술관으로 보내 배포함으로써 생애 최초의 수술 퍼포먼스를 실현하기도 했다.

더 이상 성형수술이 어려워진 후에는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미래 인류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외과 수술, 영상 편집 기술,디지털 합성 기술, 비디오 게임, 3D 스캐닝, 생명 공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매체를 통해 가능한 모든 신체 변형을 거쳐 진정한 ‘테크노바디’로 변신했다.

【서울=뉴시스】50년 이상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작업하고 있는 오를랑. 2016-06-15

그의 작업은 ‘다름’에 대한 포용과 인간을 구분 짓는 사회적 계급, 도덕적 규범으로부터의 해방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 '성형수술 퍼포먼스'는 서양의 전통 미인들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조합한 퍼포먼스다. 수술 이후에는 디지털 합성기술을 이용한 '자기 교배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세포까지도 혼합하는데, 호주의 과학기술 연구소와 협업하여 자신의 피부세포와 흑인의 태아세포, 포유동물의 세포들을 교배해 배양한 세포들을 영상으로 담아 진정한 생물학적 융합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젠 스스로 '하이브리드 신체'가 된 오를랑은 시대와 문명의 규범에 대한 비판으로 첨단 기술시대가 이루어낸 새로운 형식의 몸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뉴시스】MYO팔찌를 찬 오를랑의 양방향 게임실험(2015)시리즈, 120cm x 120 cm, 비디오게임, MYO 팔찌 2016-06-15

“나의 몸은 정말 나에게 포함된 것인가?” 라고 묻는 오를랑의 작업은 육체적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특히 위성기술과 디지털 합성, 그리고 생물학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AI시대 예술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오를랑 테크노바디 1966 – 2016'를 타이틀로 펼치는 이번 전시에는 자신의 신체를 변형시킨 3D아바타 증강현실, 사진, 비디오게임 등을 선보인다.

성곡미술관 이수균 학예실장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오를랑의 예술 세계에서는 역사, 문화적으로 주입된 여러가지 기준과 관념들이 차례로 용도폐기된다"며 "융합 이전에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선행함을 보여주는 오를랑의 예술이 오늘날 의미를 갖는 이유"라고 소개했다. 10월 2일까지. 6000~1만원.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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