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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 지젤박 "그림 그리면서 안정…로스코 좋아해요"

2016.07.01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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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젤박,From a Distance 16-2, 50x100cm_acrylic on canvas,2016. 16-07-01

푸른 들판이 펼쳐지는가 하면, 지평선을 물들인 노을이 붉게 타오른다. 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의 마음도 보이고, 때론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르는 나그네의 지고지순과 묵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색의 조화를 통해 유토피아를 그리고자 하는 작가 지젤박의 작품이다. 모더니즘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한 그의 회화는 구상에서 출발해 점차 추상화가 됐다. 들녘에 나무를 그리고 구름을 표현하던 그의 작업은 이제 보는 이의 상상 속에서 더욱 더 풍부하게 펼쳐진다.

사실 그의 작품은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화가가 있다. 마크 로스코.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로 ‘색면 추상’을 구현해낸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다.

로스코가 오버랩 됐다고 하자 작가는 이내 표정이 환해진다. “그렇죠? 제가 로스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신비로운 색감에 반했어요”

좋아하는 화가의 영향을 듬뿍 받은 그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색감’이라고 말한다. “들판, 하늘, 강물, 바다, 초원, 그렇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더라고요. 저의 작업은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결국은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거든요”

작가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고, 입시교육을 받아 처음부터 처음부터 미대에 진학한것도 아니다. 대학에 갔지만 결코 해소되지 않는 갑갑함이 느껴졌고 우울증도 찾아왔다. 누구든 자신만의 지옥이 있기 마련. 어떻게든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우연히 붓을 잡았고, 그리다 보니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비로소 위로를 얻고 안정을 찾게 되더라고요. 제가 살아갈 방법을 찾은 거죠.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서울=뉴시스】화가 지젤박 16-07-01

스스로의 상처를 색으로 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색감은 깊이 있게 우러났고, 마침내는 밝은 빛으로 덧칠하게 됐다. 과거에 비해 그의 작업은 원색에 가까운 빛깔이 많아졌고, 색감의 대비도 이전보다 선명하고 과감해졌다. 화사해진 작업 덕분에 최근엔 썸 타는 중이냐는 질문도 받았단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잖아요. 바로 그거에요. 제 작업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거칠게 난 상처를 덧칠하고 또 덧칠하면서 치유하고 있죠.”

지젤박의 작품 제목은 모두 ‘프롬 어 디스턴스’(From a Distance, 거리로부터)에 번호를 매기는 식이다. 이는 ‘거리 두기’를 의미한다. 제대로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 또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닐까. 작가는 ‘미적 거리’, ‘심적 거리’라고도 표현한다.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자연풍경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고통과 갈등의 내면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해서다.

보는 이들에게 산뜻함과 기분 좋은 기운을 전하는 지젤박의 그림은 일상에서 만나도 편안하고 반갑다.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과 제주호텔 등에 아트프린트 작품으로 걸려있고, 아트캘린더나 카페 테이블에 접목하자는 콜라보레이션 제안도 꾸준히 받고 있다.

현재 tvN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도 지젤박의 작품이 등장한다. 오는 19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아시아프&히든아티스트 페스티벌 2016’에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 작가 지젤박=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졸업(2011)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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