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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근육질男'의 슬픈 뒷모습…中 '상흔미술' 궈웨이 개인전

2016.07.04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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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근육(Muscle) 2014, Acrylic on canvas, 150x120cm 16-07-03

근육질의 남자는 뒤돌아서있다. 흰 팬티만 입은 그는 알통이 불거진 우람한 체격과 달리 소심함이 전해진다. 양 손을 허리춤에 올렸지만, 당당함보다는 주저함이 느껴진다. 검은바탕에 갈색의 몸엔 두께감이 있는 듯한 선들이 붙어 있는데, 마치 상처가 남긴 흔적처럼 보인다.

중국 사천성(쓰촨성) 작가 궈웨이(56)의 첫 한국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렸다.

1일 개막한 이 전시에는 격렬한 붓질로 그려진 슬픈 사람들의 초상을 선보였다. 인물뿐만 아니라 그의 붓질이 닿으면 밀림의 맹수 사자도 풀이 죽는다. 전시장에 나온 하얀 사자는 고개를 숙인채 쫄아있는 듯하다.

전시장 한면을 차지한 3m짜리 그림도 우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소녀상의 얼굴에 파란색 바디 페인팅을 하고 히잡을 쓴 것처럼 묘사한 작품은 비실재적인 평면 공간으로 드러낸다. 화면에 붙인 듯한 히잡 천의 질감 표현은 소녀가 쓴 히잡인 동시에 화면 벽에 붙인 콜라주 기법처럼 표현됐다. 오린 종이로 얼굴을 덮은 그림이다.

격렬한 붓질과 달리 음울함이 감도는 건 왜 일까.

중국의 문화혁명을 거치고 급격한 변화를 목격한 화가의 심성때문이다. 공산주의속에서 자본주의가 공존하면서 빚어낸 삶은 중국인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서울=뉴시스】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 궈웨이는 중국에서 '상흔미술'작가로 분류되어있다. '상흔미술'은 문화혁명 이후 첫 중국 미술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서, 당시 유행하던 외래문화의 수용과는 거리를 둔 채 개인의 정서, 내재적 심리와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가장 우선시했다. 우울한 그림처럼 궈웨이도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사진= 박현주 기자 16-07-03

궈웨이 작품은 자본주의에 몸살난 중국인들의 모습이다. 멍때리거나, 슬픈 눈동자, 뭉개진 얼굴은 공산주의 안에서 산업 발달로 인해 변해가는 도시와 사람들과 그로 인해 발생한 개인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궈웨이는 '상흔미술'작가로 알려져있다. ‘상흔미술’은 중국 예술이 문화 혁명 후 새롭게 출발해 스스로에게 속한 진실, 내면의 지향과 인성을 되찾고자 했던 욕망을 보여준다. 문화혁명 이후 첫 중국 미술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서, 중국 사회의 문화적 전체주의라는 벽을 부수고 인도주의로 회귀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쓰촨성 청두에서 나고 자라 1989년 쓰촨미술학원 판화과를 졸업했다. 쓰촨미술학원 출신 작가인 가오샤오화, 청충린, 왕촨, 허두어링 등은 그 당시의 격렬함과 어두운 정서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상흔미술’로 불린다.

일부 상흔미술가들은 쓰촨의 미술대학에서 교편을 잡았고, 개인성에 대한 존중 역시 청년 세대에 영향을 주었고, 그 중 한명이 궈웨이다.

궈웨이는 상흔이 끼친 영향을 받은 중국의 젊은 세대를 소재로 삼은 작품을 발표해 '신생대'(新生代) 작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울=뉴시스】학고재 갤러리 궈웨이 개인전이 8월 14일까지 열린다. 16-07-03

우정우 학고재갤러리 실장은 "한국의 민중미술과 중국의 '상흔미술'은 국가가 탄압한 예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민중미술이 저항정신을 사실적 그림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다면 상흔미술은 '슬픔과 아픔'에 초점을 맞춰 사실적이지만 감성적 부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작업 초기엔 중국 '상흔미술'의 대표작가인 허두어링의 영향으로 사실적이고 딱딱한 회화 스타일을 보였지만 90년대 초부터 허두어링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점차 일상 생활에 대한 주제로 옮겨가 신분이 불분명한 홀로 있는 인물, 어두운 단색조의 배경으로 우울한 정서 표현을 시도했다. 2013년 이전 작품 속 인물들은 현실적인 구성 속에 설정한 아이와 청소년 이었다면, 이번에 전시하는 2013년 이후 작업은 중국의 젊은 신세대들이 도시에서 경험하는 황량함과 비어있는 감정을 즉흥적인 붓질과 속도감으로 담아냈다.

붓질로 빠르게 가려진 얼굴들, 웃음기없는 무표정하고 멍한 얼굴들은 중국을 넘어서 현대인의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

궈웨이 작품은 상하이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유즈 파운데이션, 퐁피두센터에 소장되며 중국 스타작가의 대열에 서있다. 한국에서 첫 전시인 궈웨이를 위해 개막식에는 자우넝지, 마류밍, 지앙타오등 중국 유명작가 친구들이 내한해 자리를 빛냈다. 중국작가들은 선후배 동료들이 국내외에서 전시를 열때마다 자리에 참석, 축하를 나눈다고 한다. 8월 14일까지. 02-720-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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