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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화가의 무대' 설계자, ' 염치의 미학'을 말하다

2016.07.08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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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길 한국건축가협회장. /사진제공=배병길

국제갤러리-갤러리현대 설계자 배병길 건축가협회장 "자연과 인간 공생하는 공간의 중요성"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는 국내 화단을 주름잡는 거장들의 무대다. 화려한 도시의 무대를 설계한, 잘 나가던 건축가가 이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말하는 공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배병길 현 건축가협회장(60·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대표)의 얘기다.

그는 젊은 시절 화려하고 전위적인 전시 공간을 설계했다. 그를 일약 ‘건축계 스타덤’에 올려놓은 첫 작품은 국제갤러리(1991년 준공). 중앙대와 미국 UCLA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국내에서 선보인 데뷔작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박스’(사각) 구조나 한옥에서 현대 서양 미술품을 전시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그는 “젊은 시절 ‘용기 있는’ 건물을 설계했다”고 회고한다.

사간동 갤러리현대 증·개축 설계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갤러리현대(1995년 준공)는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재색도’에서 나온 인왕산 풍경을 창문으로 조망할 수 있는 사각 창을 낸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다.

국제갤러리. /사진제공=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도시 건축에 빠져있던 그가 본격적으로 자연을 함께 고민한 계기는 강원도 횡성의 ‘묵당’(2004년 준공)을 설계하면서다. 이곳은 천주교 수도자들의 정진과 사색을 위해 원시림 인근에 세워졌다.

이후엔 한 발 더 나가 ‘울타리 없는’ 집을 설계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반남박씨 토산공파 종가를 다시 건축한 ‘학의제’(2005년 준공)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콘셉트다. 그는 학의제에 대해 “울타리를 짓지 않고 앞마당까지 자연스레 뒷산에 있는 자연의 흐름을 담아냈다”며 “자연과 인간이 경계 없이 공생하는 ‘염치의 미학’을 완성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초 40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건축 관련 조직을 맡게 됐다. 서울 한복판에서 화려하고 이색적인 콘셉트로 주변의 시선을 끌던 과거의 철학에서 사뭇 달라진 그는 언뜻 이익단체인 협회장에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이에 대해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과 ‘인식’을 말한다. “사회를 위한 건축, 나라를 위한 프로젝트에 협회 차원에서 함께 하고 싶은 뜻이 있었습니다. 건축 산업뿐 아니라 문화에 기여해 오는 건축가들의 일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인식도 제고하려 합니다.”

그는 “등기상 ‘대지경계선’은 물리적인 재산의 소유권을 구분하는 선이고, 자연은 ‘대지경계선’ 같은 것으로 나뉜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거대하고 끝없는 자연에서 겸손한 자세로 함께 살아가는 자세를 건축가이자 한 인간으로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학의제. /사진제공=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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