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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 찾기] '갑옷' 작가 손종준 "마음을 만지는 작업이죠"

2016.07.18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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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Defensive Measure0017_digital print_110x73cm_2006 2016-07-15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갑옷 한 벌 있다면 어떨까. 물리적 공격은 물론, 정신적 가해로부터 위협 당할 때 보호받을 수 있다면 안정감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상승할 것이다.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이 그렇듯이… .

사람들의 콤플렉스를 감싸 안아 '갑옷'을 만드는 작가가 있다. 디펜시브 메저(Defensive Measure,방어도구)'를 주제로 독특한 작업을 펼치는 손종준 작가(38)다.

주위에 있는 ‘사회적 약자’에 주목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애를 지니고 있거나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사회에서 차별 받고 조직에서 ‘왕따’ 당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한다.

그들의 동의를 얻어 짧게는 2~3일, 길게는 3개월 이상 꾸준히 만나거나 생활하며 '콤플렉스의 힘'과 마주한다.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이 사람에는 이런 옷을 만들어 줘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일명 ‘맞춤형 정신적 갑옷’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대화하고 느끼려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는데, 결국 그 사람 옷은 못 만드는 거죠.”

그는 '갑옷' 자체가 작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옷은 작품을 위한 도구일 뿐, 주인이 옷을 착용했을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

알루미늄 등 주로 금속을 재료로 한 갑옷은 차갑고 날카롭고 불편해 보인다. 보호해준다고는 하나 선뜻 입어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서울=뉴시스】Defensive Measure0051_digital print_110x73cm_2008 2016-07-15

그런데 희한하다. 갑옷의 주인공들은 직접 착용하는 순간 안정적이었고 따뜻함을 느꼈다고 한다.

갑옷 주인공이 입으면 편안한 옷이 전혀 다른 사람이 입었을 땐 몹시 불편했다고도 한다. 정신적 치유일까.

사실 이 갑옷에 실제 공격 기능은 없고, 형태만 존재한다. 칼이나 활을 함께 만들어 손에 쥐게 하지만 무디거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작가는 “갑옷은 보고만 있어도 위압감이 든다는 데서 착안했다”며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작가는 작업에 앞서 스케치를 하지 않는다. 설계도 없이 시작해 조립하고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거치며 형태를 계속 바꿔간다. 알루미늄을 자를 때도 레이저 컷팅기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자르고, 금속을 휘어야 할 때도 직접 힘을 가해서 휜다.

“기계를 사용할 수가 없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다루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전부 손으로 합니다. 다른 도구를 사용하면 내 마음을 전달하는 데 방해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요.”

손 작가의 진심 어린 감정 노동의 결과여서일까. 갑옷의 주인공들이 기적적으로 우울증이 치료되거나 장애를 극복하게 되진 않았지만 대부분 옷을 착용하고 위안을 얻거나 포근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 기계 같은 갑옷을 입은 채 거리를 돌아다니면 민망할 만도 한데, 기꺼이 며칠씩 입고 다닌 사람도 있었단다.

【서울=뉴시스】손종준 작가. 2016-07-15

그렇다면 그의 작업은 미술치료인가?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미술가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갑옷 만드는 작업을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아직도 할 얘기가 많단다. 재료는 바뀔지 몰라도 이 작업은 당분간 계속 이어갈 거라고.

“제 작업은 사회현상이나 체제에 대한 ‘물음’을 전제로 합니다.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상대적 약자에 대해서 말이죠. ‘과연 나는 강자일까?’도 생각해봤는데요, 그렇지 않더라고요.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고 저 역시 여러 가지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약자이죠. 하지만 공감대를 바탕으로 작은 담론을 이어가는 것이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의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손종준의 개인전이 부산 예술지구(PART DISTRICT) P에서 25일까지 열린다. 입체작품과 사진작업, 새롭게 선보이는 영상을 만나볼수 있다.

◆ 작가 손종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2005) △타마미술대학대학원 미술연구과 조각 전공 석사과정 졸업(2008) △타마미술대학대학원 미술연구과 박사과정 졸업, 예술학박사 학위취득(2011)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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