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작가&작가] '청자상감운학스타벅스문대접'? …'유사유물'이 던지는 질문

2016.07.18

[머니투데이] 김지훈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유의정의 '청자상감운학스타벅스문대접'. /사진제공=유의정

<7> '이은영'이 말하는 '유의정'…유물에 지역·시대를 '지우면'? 전통적 의미와 형상에 동시대성 녹여.

“전통적인 의미와 형상에 동시대적인 흐름을 더한 도예 작품을 선보인다. 자신이 선택한 매체(도자)에 탐닉하는 태도는 같은 작가의 입장에서 존중할 만하다.”
현대미술가 이은영(여·34)은 자신이 인정하는 동료 작가인 유의정(35)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유의정은 발굴 현장에서 갓 출토된 유물처럼 윗면이 조금 깨진 청자 그릇을 만든 다음 ‘청자상감운학스타벅스문대접’이란 작품명을 붙였다. 재질, 채색 기법, 문양, 용도 순으로 붙는 유물 명칭의 형식이 준수된 작품이다. 밑면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벅스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가 유물의 양식에 동시대성을 혼합해 반향을 일으킨 ‘유사 유물’ 연작 가운데 하나다.

“어릴 적 경복궁에 있던 국립중앙박물관에 자주 들러 유물을 봤어요. 그러다 유물이 어떤 경로로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갔을까. 어떤 맥락에서 유물로 규정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함께 생기더라고요.”

유의정은 홍익대 도예과에서 공부해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이런 그는 도예를 배우면서 전통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고 말했다.

유의정의 '2014년의 기록'. /사진제공=유의정

“도자기에 대한 믿음이 깨져 나갔어요. 미술사는 곧 양식의 역사이지만, 오롯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양식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생긴 거죠. 일례로 우리 예술품에 있던 당초무늬는 중동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온 문양입니다. 지역적인 구분, 시대적인 구분을 ‘지우는’ 방식으로 유물의 정체성을 묻게 된 것입니다.”

2011년 작인 ‘청자상감운학스타벅스문대접’은 그가 이와 같은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개척하게 된 계기다. 그는 이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유물이 지닌 의미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에 의문을 제기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2014년의 기록’을 통해 2014년 ‘전 세계 100대 브랜드’에 선정된 브랜드 로고를 서양과 동양적 양식이 혼재된 도자기 양식과 섞었다. 코카콜라, 페이스북, 갭(GAP)과 같은 상표가 표면에 박힌 이 작품은 금, 동이 혼합됐다.

유의정의 '백자금칠수복강녕문 태항아리'. /사진제공=유의정

최근엔 진짜 박물관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가 생겼다. 충북 음성의 한독의약박물관 생명갤러리에서 연 ‘수복강녕’ 전을 통해서다.

이 전시회에서는 박물관이 소장하는 조선시대 의약 유물인 ‘백자 태항아리(탯줄을 보관하는 항아리)’와 이를 모태로 유 작가가 제작한 ‘백자금칠수복강녕문 태항아리’ 등 15점을 전시했다.

“태항아리는 왕의 자손이나 귀족 자손의 탯줄을 보관하기 위한 것으로, 생명의 탄생을 아끼는 관념 못지 않게 ‘신분’과 ‘차이’를 얘기하는 양식이지요. 이런 태항아리를 완전히 금칠해 차이를 극대화한 양식을 수면 위에 올리고 싶었습니다. 원래 태항아리에 ‘달항아리’같은 양식은 존재하지 않지만, ‘달항아리’가 한국미의 대명사처럼 굳어진 세간의 인식에도 문제를 제기해 봤어요.”

관객 호응이 좋아 이달 말까지로 계획했던 전시를 8월 2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유의정을 추천한 이은영은 평면인 드로잉, 입체인 조각 등 서로 다른 형식의 조형 언어를 섞어 한 전시공간에서 은유적인 작품을 선보인 현대미술가다.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