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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베니스의 세 남자' 2017 베니스비엔날레를 말하다

2017.01.10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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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완, 코디최와 이대형 한국관 예술감독(왼쪽부터)이 6일 서울 성북구 코디최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고 있다. 2017.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대형 예술감독, 코디최·이완 작가 공동 인터뷰.

이대형 예술감독(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43)과 코디최(본명 최현주, 56)·이완(38) 작가는 올해 5월13일부터 11월26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격년제 미술전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로 나가는 이른바 '베니스의 세 남자'다.

이들은 동시에 지금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욕 많이 먹는' 세 남자이기도 하다. 우연찮게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과 참여작가 발표가 있기 전후로 번갈아 미술계 안팎에서 입길에 올랐다.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미술계 주류 인맥이 없는 이대형 감독이 선정되면서 그의 자질을 놓고 '뒷말'이 돌았고, 20년 넘게 외국 생활을 하다 돌아 온 코디최가 한국관 작가가 됐다는 소식은 곧 '최순실 게이트'라는 정국의 돌풍에 휩쓸려 갖가지 의혹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완 작가 역시 앞서 명품 브랜드 디올과 협업한 '한국여자'라는 작품으로 여성단체들이 쏟아내는 비난의 표적이 된 바 있다. 무엇보다도 베니스비엔날레라는 계기가 마련되기 전까지 이들은 서로의 '인맥'도 아니었다.

현대미술이라는 경계없는 울타리 안에서 치러지는 세계적인 축제, 혹은 '국가대항전' 같은 경쟁을 위해 이 감독을 중심으로 이 같은 조합이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건, 한국 미술계의 '고질병'과도 같은 지연, 학연 따위의 인맥이 이 조합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니스비엔날레 개막을 넉 달여 앞둔 지난 6일, 세 사람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코디최 작업실에서 만났다. 세계적인 권위의 미술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이미 링에 오르기 전부터 배 부르게 욕을 먹은 이들은 링 위에 오른 후에도 욕을 먹을 것을 각오한 듯 보였다.

이대형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과 코디최, 이완 한국관 작가(왼쪽부터)가 6일 서울 성북구 코디최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고 있다. 2017.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왜 이대형, 코디최, 이완인가

여러 이유들로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과 두 참여작가는 화제가 됨과 동시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일단 이대형 감독이 2008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트페어 '블루닷아시아'의 성공으로 2009년, 2010년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코리안 아이’전까지 열게 한 장본인이지만, 국내 유수의 미술관보다는 아트페어 기획자로 먼저 이름을 알린 데다, 현재 국내 대기업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위 선정위원회는 이 씨에 대해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면을 함께 엮어 한국 작가들의 우수성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기획자"라고 만장일치로 그를 예술감독에 선정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코디최의 활동은 국내보다 해외에 더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독일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를 시작으로,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스페인 말라가대학 미술관, 독일 켐니츠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유럽 순회전이 현재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 전시는 폴 매카시, 마이크 켈리, 존 발데사리, 짐 쇼 등 현대미술 거장들과 같은 미술사적 맥락에서 코디최를 20년 넘게 연구하고 이들의 세계 순회전을 기획한 존 웰치먼(John C. Welchman, 마이크켈리재단 이사장)이 총괄, 기획한 전시라는 점에서 유럽 내에서는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재학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전공한 코디최는 당시 스승이었던 마이크 켈리가 직접 평문을 써 줄 정도로 주목 받았던, 그러나 또래들로부터는 '왕따'를 당해야만 했던, 동양인 작가였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제프 쿤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정작 국내에서 그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가 하면 이완은 국내에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다. 2014년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첫 회 수상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동국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서울대와 홍대로 양분되는 국내 미술계 주류 인맥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데다, 아직까지 그 흔한 해외 유학 한번 가지 않은 토종 작가다.

한국관 참여 작가에는 이완이 먼저 낙점됐다. 이후 코디최와 함께 하는 걸로 결정이 된 데에는 이 감독의 해외 미술계 지인들의 평가가 작용했다.

"한국관 참여에 대해 이완 작가에게 먼저 전화를 드렸어요. 그리고 여러 미술계 관계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코디최 작가를 함께 선정했죠. 이완에 대해서는 '오쿠이 엔위저가 총감독을 맡은 지난 베니스비엔날레 때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라는 반응이 있었고요. 코디최에 대해서는 '올해 총감독인 크리스틴 마셀(파리현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이 딱 좋아할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죠." (이대형)

그는 두 작가를 선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오쿠이 엔위저와는 확연하게 다른, 이번 베니스베인날레 총감독에 부여된 '미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은 다양한 경험과 해석을 담아내야 해요. 엔위저는 이러한 측면에서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어요. 사회의 분노와 좌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 예술보다는 보도의 영역에 가까운 것이기도 하고요. 시대의 한 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준 게 엔위저였다면, 좀 더 여성적이고 섬세한 감각의 큐레이터인 마셀은 시대의 여러 요소들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예술 본연의 역할을 요구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마셀을 공부하면 할수록 코디최의 작업과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대형)

이 감독은 "그런 면에서 이완 작가가 오히려 불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이 작가의 기존 작업에 이러한 고민들을 담아내기 위한 조율이 있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대형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과 코디최, 이완 한국관 작가(왼쪽부터)가 6일 서울 성북구 코디최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고 있다. 2017.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미스터K, 프로퍼타임, 베네치아 랩소디, 그리고…

한국관에 참여하는 두 작가는 같은 전시 제목 아래 각자의 작업을 펼쳐 보이게 된다. 물론, 두 작업의 맥락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하는 건 이 감독의 몫이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였던 전준호·문경원 작가는 한 팀이었고요. 이번에는 2001년 한국관에 참여했던 마이클 주, 서도호 작가처럼 남·남 작가가 별개의 작업을 보여주는 거라고 보면 돼요. 안 어울릴 것 같다고요?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이대형)

이 감독은 두 작가가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는 것도 "콘셉트상 불필요하다"고 했다. 공간을 나눈 상태에서 두 작가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하나의 기획전에 뿌리를 두되 각자의 개성을 펼치는 방식으로 한국관을 꾸밀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주제는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다. 스페인어로 '만세, 예술 만세'라는 뜻이다. 이 속에서 이 감독이 잡은 한국관 주제는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다. 인권, 빈부, 세대 간 불균형에 관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이완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인 '메이드인' 시리즈와 함께 '미스터 K', '프로퍼타임'(Proper time) 등 신작을 선보인다. 근대화가 불러 온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의 사회적 현상들을 파고 드는 작업을 해 온 그는 1936년 태어난 무명씨 '미스터 K'의 인생을 사진, 영상, 설치작업으로 풀어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고 나아가 세계를 들여다 본다.

코디최 작가는 기존 대표작들과 함께 '베네치아 랩소디'(Venecia Rhapsody)라는 주제의 신작에서 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한 환상 혹은 과대망상을 고발한다. 문화적 격차와 그로 인한 갈등을 평생 작업의 주제로 삼아왔던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라는 "과장되고, 허탈하고, 말 안되는 공작새 같은" 또 하나의 문화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베니스라는 바로 그 장소에서 풀어낼 예정이다.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완, 코디최와 이대형 한국관 예술감독(왼쪽부터)이 6일 서울 성북구 코디최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고 있다. 2017.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베니스비엔날레 같은 허상에 현혹되지 말라 그리 강조했던 선생인데, 정작 한국관 작가가 되었고, 또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비엔날레 개막하고 나면 '겨우 이거냐'며 또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텐데요." (기자)

"'받을 수도 있을텐데'가 아니라 반드시 받게 될 겁니다." (코디최)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등 세계적인 스타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현대미술에 대한 문화이론적 측면의 비평에서는 당장 강연 무대에 올라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막힘 없는 코디최는, 정작 자신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만큼은 미리부터 선을 그었다. "겉으로는 힘든 척 안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엉망진창"이라면서도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이미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초월한 듯 보였다.

이 감독 역시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관 작가들이 줄곧 그래 왔다"며 이번 작가들 역시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뜩이나 한국 활동이 뜸했던 코디최 작가는 사실 '최순실-차은택 국정농단'에 연루 의혹을 받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같은 패서디나 출신이라는 이유로 한국관 참여 과정에서의 의혹이 제기되며 마음 고생을 단단히 했다. 베니스비엔날레와 유럽 미술관 순회전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심적, 물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그와 함께 한국관에 참여하게 된 이완 역시 "젊은 작가들에게는 전설적인 존재인 코디최 선생과 함께 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했지만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아 보였다.

"처음 알았어요. 코디최 선생이 한국 미술계에서 이토록 배척, 경계되는 대상이라는 걸요. 클래식 음악계도 그렇고 우리 문화예술계가 해외에서 먼저 커서 국내로 들어오면 그렇게들 배타적인 것 같아요." (이완)

그는 "세간의 의혹대로라면 코디최는 굉장한 권력자여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것들"이라고도 했다.

이완 작가 역시 큰 국제 무대에 처음 진출하게 된 것에 대한 설레임과 부담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심판받는 분위기라 부담이 크죠. 또래 작가들은 부러워 하면서도 걱정도 해요. '베니스 갔다 온 작가들이 엄청 욕을 먹는다던데 너는 괜찮느냐, 너무 빨리 나가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10년 후에 나가고 싶다고 그때 나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게 큰 기회인 건 맞아요. 저로선 최선을 다할 수 밖에요. 다만 우리 미술계 풍토랄까. 칭찬이나 격려보다는 그 반대가 더 많고, '금메달' 못 따오면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죠." (이완)

논란이 된 작가와 경력이 짧은 젊은 작가, 두 '문제적' 작가와 함께 한국 대표가 된 이대형 감독이 정말 보여주고 싶은 건 뭘까. 특히 '황금사자상'이나 2015년 임흥순 작가가 받은 '은사자상' 같은 '성적표'를 못 들고 온다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말이다.

"어떤 예술감독이 선정되느냐에 따라 어떤 작가가 함께 가게 될지 예측이 되요. 그런데 베니스비엔날레라는 '시계추'가 움직이면서 그때마다 해야 할 이야기가 달라져요. 저는 어느 지점에서 어떤 작가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거에요. 후배 큐레이터들에게 이것만큼은 롤 모델이 됐으면 좋겠어요. 나와 친분있는 작가가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 전략 분석을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개념을 끄집어 내는 기획 말예요. 비엔날레가 한 큐레이터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국가 대표로 뽑혀서 가는 거니까 '게임의 룰'을 알고 가야하는 거죠. 자기를 비우고 비엔날레라는 큰 판 위에서 자기 색깔을 만드는 것,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미술계 후배들에게도 전염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대형)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완, 코디최와 이대형 한국관 예술감독(왼쪽부터)이 6일 서울 성북구 코디최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고 있다. 2017.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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