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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한국화가 김호득 "한지는 단순히 회화의 재료가 아니다"

2017.03.28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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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이하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제공) © News1

장충동 '파라다이스집' 전관서 대규모 개인전


"한지는 단순히 회화의 재료만이 아닙니다. 한지 자체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공간과 호흡합니다."

오는 30일부터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사장 최윤정)이 운영하는 서울 장충동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 집'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여는 한국화가 김호득(67)이 28일 기자들과 만나 "15년여 전부터 한지를 단순한 평면작업의 재료를 넘어, 물, 조명 등을 함께 이용한 공간작업으로 확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화의 확장을 지속적으로 실험해 온 김호득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지난 30여 년간의 작업들을 총망라하는 평면 및 입체 작품 17점을 신작 위주로 선보인다. '김호득.ZIP- 차고, 비고'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주로 다뤄왔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토대로 '차다'와 '비다'의 반대되는 두 개념을 병치해 공간에 대한 확장된 사고를 제시한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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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넘은 오래된 주택을 건축가 승효상이 새롭게 디자인해 지난해 9월 문을 연 파라다이스집은 노출 벽돌 형태의 공간에 온통 하얀색 칠이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간 그 자체로도 강렬하다.

김호득 작가는 흑과 백을 주색으로 한 한국화의 정서를 3차원의 공간에 풀어놨다. 한지에 수묵으로 획을 그은 평면 작업이 판넬이나 액자 없이 전시장 벽면에서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는가 하면, 한지 원료를 닥풀과 함께 뭉쳐 한지의 또 다른 물성을 보여주는 오브제 작업도 있다.

전통 벼루를 연상케 하는 사각 프레임의 구조물 안에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듯 깊이를 알 수 없는 설치 작업은 천정에 매달아 놓은 가느다란 목실과 어우러져 사뭇 동양적이고 명상적이다. 온통 하얀 전시장 공간 곳곳에서 각기 다른 백색과 먹의 강렬함이 조화를 이룬다. 그럼에도 작가는 "공간이 워낙 세다 보니 아무래도 내가 진 것 같다"며 웃었다.

김호득 작가 © News1

김호득 작가는 전통 한국화를 기반으로 한국화의 확장을 꾸준히 꾀하고 있다. 그는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며 도를 닦듯 그리면 뭔가 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마음이 비워지는게 아니고 그림 그리는 손재주만 늘더라"며 "정신적으로만 파고드는 게 공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재료의 물질(물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적인 것도 물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하다"며 "다만 물질이 앞서는 게 아니라 물질을 이용해 정신적인 측면을 강화시키는 작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득 작가는 "채워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채운 곳이 비어 보이고, 비어 있던 곳이 도드라진 실체처럼 보이는 역설적인 상황을 작품에 표현하려 했다"며 "채울수록 공허해지거나, 비울수록 한편으로 꽉 차오르는 순간을 저마다의 경험으로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호득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1993년 제4회 김수근문화상 미술상, 1995년 제2회 토탈미술상, 2004년 제15회 이중섭미술상, 2008년 제22회 금복문화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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