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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보컬 조문기의 유쾌한 '가족' 비틀기

2017.06.08

[머니투데이]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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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문기는 가족 구성원 간 느껴지는 모호한 애증을 캔버스에 담았다. 벨기에 작가 알렉스 베르헤스트와 함께 바라캇 서울서 '기묘 가족' 2인전을 연다. /사진=박다해 기자

바라캇 서울서 '기묘가족' 2인전, 가족 간 '애증'담아…"선택할 수 없는 가족은 업보 같은 존재"

"석봉아~"를 부르는 밴드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보컬 '조까를로스'의 유쾌한 모습에 대한 기대는 살짝 빗나갔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바라캇 서울에서 만난 '서양화가 조문기'는 조금 수줍은, 하지만 작품 이야기할 때만은 진지한 모습이었다.

화가는 본업, 밴드는 취미에서 시작된 일이다. 조문기는 벨기에의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 알렉스 베르헤스트와 함께 '기묘 가족:가장의 부재' 2인전에 참여했다. 한국과 벨기에, 회화와 미디어아트라는 생경한 조합이지만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가족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알렉스가 '인터랙티브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가장의 죽음 이후 소통이 사라진 가족에 주목했다면, 조문기는 가족 구성원 간 느껴지는 모호한 애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는 '가족'을 '업보'에 비유했다. 선택할 권리가 없이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이기 때문에 부모-자식 간에는 원망도, 아픔도 예약돼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작품 '대물림' 속 어머니의 눈물은 그가 안고 있는 딸의 눈물로 이어져 흐른다.

조문기의 작품 '대물림' /사진제공=바라캇 서울

"자식에게 아무리 좋은 환경을 물려준다고 해도 원망을 하잖아요. 저요? 전 아버지랑 닮은 게 원망스러워요 (웃음) 가족의 좋은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주목하지 않은 점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조문기는 전통 성화(聖畵)의 상징을 주로 차용한다. 전시 대표작 '상주와 함께' 역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떠오른다. 언뜻 보면 한국의 평범한 장례식장 같지만 애도하는 분위기는 없고 유산을 두고 싸우는 상주들의 몸싸움만 남았다. 그림 한 편엔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소녀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은 SNS 친구를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느낄 것"이라며 "세대 간의 벽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가족에 대한 그림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 "저희도 원래 제사를 많이 지내던 집안이었는데 큰 어른들이 돌아가신 뒤 점차 안 하게 됐어요. 이제는 가끔 친척들이 '남'보다도 멀게 느껴지기도 하죠. 변화한 가족사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어요."

조문기의 작품 '상주와 함께' 애도는 사라지고 싸움만 남은 장례식장의 모습이다. /사진제공=바라캇 서울

조문기는 남성들이 요구받는 전통적인 남성성을 뒤트는 작업을 펼쳐왔다. 가부장제의 모순을 꼬집고 이로인해 일상에 만연해진 폭력을 작품을 통해 재치있게 지적한다. '남성성'에 대한 고민 역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피해의식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비리비리하고 운동을 안 좋아했어요. 그렇다고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집이 부유했던 것도 아니었죠. 학교나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적인' 분야에 주류는 아니었던 거예요."

피해의식의 원인이나 인간의 갈등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캔버스로 옮겨진 셈이다. 조문기의 그림 속 인물들은 무언가 불균형한 느낌을 준다. 얼굴은 크지만 이목구비는 작고 몰려있다. '성화'에서 영향을 받아 보수적인 성향의 남성을 비트는 표현이다.

"군대문화나 가부장적인 문화가 우리나라 사회에 워낙 깊숙이 들어와 있잖아요. 제가 본격적인 고발을 한다거나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런 부분을 과장하거나 비틀어서 현상을 표현하고 싶었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와해된 부분에 주목해 온 그는 올해 초부턴 '신'에 관한 작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신'의 형태를 띤 이념이 인간을 싸우거나 갈등하게 만드는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류가 전통적으로 계속 싸우는 원인도 종교잖아요."

조문기와 알렉스 베르하르트의 '기묘가족'전은 8월 6일까지. 그는 "유머를 많이 작품에 깔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둡게 보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면서도 "작품은 관객들이 판단하는 거지만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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