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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폴란드 작가 보디츠코 "백범 김구·촛불집회서 영감얻어"

2017.07.05

[머니투데이]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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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신작 '나의 소원' 복제된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에 한국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투영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한국서 첫 회고전…김구 '나의 소원' 주제로 신작 선보여

"백범 김구의 글('나의 소원')을 보면 그가 생각했던 국가는 기쁨의 국가이자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나라로 굉장히 민주적이다. 강한 힘을 가진 제국주의적인 국가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아름다움, 문화에 초점을 맞춘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글 '나의 소원'이 폴란드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작품을 통해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져왔던 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가 이번엔 복제된 김구 동상에 그가 꿈꾸는 민주주의를 투영한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난민, 외국인, 노숙자, 가정폭력 희생자 등 상처받고 억압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공공장소로 끄집어낸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다.

지난해 5월부터 한국을 오가며 약 1년 간의 제작기간을 거친 작품 '나의 소원'(My wish)에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프로젝션 맵핑'(대상의 표면에 빛으로 된 영상을 투사하는 것) 방식으로 담겼다. 세월호 유가족, 탈북 예술가, 해고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성직자 등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담아온 폴란드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보디츠코의 신작 '나의 소원'은 5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 첫 개인전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에서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주요 작품 90여점을 총망라했다. '나의 소원'은 이번 개인전을 위해 새롭게 제작했다.

그의 프로젝트 목표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다른 곳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는 공적인 공간에서 작품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준다. 공공장소가 보디츠코 작품의 가장 중요한 모티프인 이유다.

지난해 겨울 한국을 방문한 그는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도 주목했다. 보디츠코는 "한국, 특히 서울에서 공공장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고 큰 감명과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한국전에서는 별도의 공공장소를 이용하지 않고 미술관 자체를 공론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보디츠코는 "(미술관을) 단순히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가 아닌 각자가 자신의 이슈를 가져와서 함께 공유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기억하기 위해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 원폭 돔에 설치된 보디츠코의 작품 '히로시마 프로젝션'. 피폭 피해자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구성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보디츠코의 작품은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예술의 전형을 보여준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 혹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가 예술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문화를 통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사회는 정치나 법, 규정에만 의존해선 안돼요. 문화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런 제도는 한낱 '종이'에 불과할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아티스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를 겪으면서 공적인 공간과 담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며 "그런 장소를 깊이 고찰해 온 작가의 작업이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미술정보전문사이트 '아츠넷'이 지난 5월 말 선정한 '섬머 아트 프리뷰'에서 '여행을 가서라도 볼 만한 전시 19선' 중 하나로 소개됐다. 전시와 연계된 강연, 워크숍 등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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