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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뉴시스 인터뷰]유병완, 파킨슨병과 친구돼 ‘♡사진가’로 거듭났다

2018.11.05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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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유병완(56)은 ‘하트 작가’로 불린다. 사진에 하트와 종이비행기가 있다.

노골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잘 들여다봐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사진도 있다. 모두 책장으로 만든 하트, 종이비행기다. 지난 달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미완의 설렘’ 전시를 성료했다.

동작이 느리고 둔하다. 10년 전 갑작스레 찾아온 파킨슨 병 탓이다. 그는 ‘파킨슨’을 영어이름의 친구라고 부른다. 약을 먹는 것은 ‘파킨슨’에게 밥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생활의 변화들로 힘들었다. 장애 3급 진단을 받고는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옭죄었다. 모든 게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이런 그에게 취미로 사진을 찍는 어느 후배가 사진을 해보자고 했다. 사진을 찍으며 많이 돌아다니면 건강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해서다.

집에서 혼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독학했다. 책을 보던 중 펼쳐진 책의 두 장을 책의 갈라진 가운데로 둥그렇게 말아 넣었더니 하트 모양이 보였다. 여기에 플래시를 비추니 상상도 못할 예쁜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 예쁜 하트 모양을 보며 밤새도록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삶에 출현한 ‘희망’의 첫 표지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이유다. 모두 빛을 잘 쓴 예쁜 사진들이다. ‘대체 어찌 찍은 것인가’ 궁금하게 만드는 사진들이 많지만 ‘합성’은 없다. 모두 오랜 시간 여러 차례 촬영해 얻어낸 ‘스트레이트’ 사진들이다. “포토샵 없이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는 “카메라를 가져오라”고 답한다.

이어 시범을 보인다. 가방에서 플래시 두 개를 꺼내더니“조명을 비출테니 한 번 찍어보라”고 한다.

책 2권을 가져와 설명을 잇는다. 한 권은 작가가 직접 제작한 촬영용 책, 다른 한 권은 화려한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한다는 꽃 도감이다. 비춰준대로 찍어보니 작가의 작업만큼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사진이 찍혔다.

“지금은 내가 조명을 비춰주지만, 내가 플래시를 비추면서 사진까지 찍는다면 손이 모자라겠지?”

야외 촬영 몇 장을 빼고는 대부분 발로 찍은 사진들이다. 삼각대를 세워놓고 한 손으로는 렌즈를 잡는다. 또 다른 손으로는 고급 조명장비 대신 휴대용 플래시를 든다. 한 개의 플래시로는 빛이 부족하므로 입에도 플래시를 하나 더 문다. 셔터를 누를 손이 없어지는 순간이다. 궁즉통,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엄지 발가락 바닥에 카메라와 연결된 셔터 릴리스를 테이프로 붙여놓고 발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나는 팔이 세 개다. 발로 셔터를 누르니 내 한쪽 다리는 ‘다리’가 아닌 ‘팔’이다.”

“파킨슨병 때문에 다리를 절거든. 내 몸으론 많은 장비를 들고 혼자 야외 촬영을 다니기 힘들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실내에서 촬영 할 수 있는 수조다.”

바닷가로 가서 종이배를 띄워놓고 사진을 찍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집에서 촬영한다. 아크릴로 만든 수조에 물을 받아놓고 잉크를 풀어 바다를 만든 다음 플래시로 라이팅을 한다. 집에서 바닷가의 일출과 일몰, 모두 연출해 찍는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유병완 작가가 라이트를 비추며 작업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018.11.02. [email protected]

하트, 종이비행기, 나비, 우주의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연작한다. 늘 피사체를 의인화하는데 박주가리 씨앗이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한 작품을 ‘우주에서 종족 보존을 위해 지구로 도착하는 박주가리’(작가는 박주가리 씨앗이 매우 작아 혼자 어디 갈 수 없으니 신이 날개를 달아줬다고 설명했다)라고 하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이 서로 만났을까? 30년 가까이 헤어졌다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들까?’라는 생각으로 촬영한 ‘지구에서 바라본 우주의 사랑이야기’ 등 무한한 상상력이 독특한 사진으로 표출된다.

사진 수익금은 모두 백혈병·소아암·심장병·화상 어린이를 위해 기부한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집에 돈 한 푼 가져다주질 못했다. 아내가 직장인이기에 먹고 사는 아주 기본적인 건 해결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내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유병완 작가가 라이트를 비추며 작업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018.11.02. [email protected]

그에게는 꿈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랑의 거리’, ‘사랑의 공원’을 조성하고 싶다. 2017년 가을부터 대구 날뫼골에 자신의 사진을 벽화로 의뢰해 작은 벽화 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세 번째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이곳이 꼭 연인의 사랑 만을 위한 곳은 아니라고 한다. “다툰 친구사이, 오래된 부부 등 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치유의 감정을 느끼고 꿈과 희망을 마음속에 넣고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 것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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