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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단독 인터뷰]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아트페어란 타이틀 때문에 죽쒔다"

2015.09.2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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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 2015-09-08

부터 논란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
전시후 '작품 한점도 안팔렸다'보도후 또 논란
'작품 샀다'는 구매자 등장… '왜 거짓말 하나'
김 관장 "처음부터 판매엔 관여 안해 몰라"

뉴시스가 23일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화랑협회에'아트페어'사과' 기사를 내보내자 24일 미술계가 들썩였다. '사과'와 더불어 '작품이 한 점도 안 팔렸다'는 기사내용 때문이었다. 작품을 구매했다는 당사자는 '기자가 거짓말을 하는 건지, 시립미술관이 거짓말을 하는 건지 사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이 구매자와 통화 내용을 공개한다.

‘2015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4~13일)에서 작품을 구매했다'는 사람의 전화가 왔다. 그는 자신이 "분명히 미술관에서 연 아트페어에서 회화 작품을 55만원을 주고 샀다"며 기사가 잘못됐다고 했다. "원래는 두 점을 샀는데 한 점은 반품했다"며 은행 계좌를 복사해 문자로 보내왔다. 9월14일 '(주)엠티시스템코리' 1,050,000, 9월15일 500,000이 찍혀있었다. 전시는 13일까지였다. 자신을 회사원이라고 밝힌 이 사람은 "9월13일 미술관에서 구매 접수증을 작성했고 14일에 송금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 말고도 "다른 사람도 작품을 구입한 것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확인한 결과 그 사람은 이 아트페어서 2점을 구입했다.

이 구매자는 "이 전시 자체가 박원순 시장이 직접 작가들을 살리겠다고 한 거 아닌가. 판을 넓혀주자는 좋은 취지인 것으로 아는데 보수 쪽에 쏠린 기자들이 미술관과 박 시장을 깨기위해 기사를 쓴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제보자는 기사가 보도된 후 24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측이 작가들에게 외부인사나 기자들이 문의를 하면 '작품이 팔리지 않았다고 하라고 전화했었다"고 전했다. 이 제보자는 "작가 두 어명한테 들은 것"이라며 "작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모 작가는 김홍희 관장이 화랑협회에 사과를 했다는 기사를 본 후 "홍성담 작가 그림 한 점이 떼어지던그 날 나도 내 그림을 뗐어야 했다"며 "치욕스럽게 막을 내린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는 전시경력에 넣지 않겠다"고 페북에 썼다. 이 작가는 "시립미술관에서 내일(25일) 오후 작가들을 모이라고 했다"며 "왜 김 관장이 화랑협회에 가서 사과를 했는지 따지겠다"고 했다. 미술관 수장이 끝까지 작가들을 챙기지 않고 사과까지 하는 바람에 참여 작가들만 '이상한 작가'가 됐다고 했다. 다른 작가들도 뜻이 같다고 했다.

23일 기사는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시립미술관 초유의 아트 페어로 논란이 됐던 전시여서 실제로 작품이 팔렸는지 궁금했었다. 23일 미술관 홍보 담당은 한 점도 안 팔렸다고 전했고 아트페어를 총괄한 서울시립미술관 최관호 수집연구과장도 "한 점도 안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 이 전시에 아시다시피, 쉽게 팔릴 작품이 없지 않느냐"는 말도 덧붙였었다. 24명이 참여한 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상당수가 설치 조각이었다.

24일 작품을 샀다는 구매자의 등장과 함께 다시 사실확인을 시도했었다. 홍보 담당은 한점도 안팔렸다고 들었다고 재차 전했고, 수집연구과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홍경한 전시감독은 "작품 구매 내역은 미술관에 있을 것"이라며 자신은 잘 모른다"고 했다. 알고보니 홍 감독은 홍성담 작품 철수이후 전시장을 떠나 지방에 내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2015-09-25

그렇다면 미술관측에선 왜 작품이 거래된 사실을 부인하는 걸까. 24일 밤 10시가 넘어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 관장은 '작품 판매는 우리(미술관)가 관여 안했다'고 강조했다.

- 미술관에선 '작품이 한 점도 안팔렸다'고 하는데, 구입했다는 사람이 나왔다. 어떻게 된건가.

"전시기간 중엔 거래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미술관)는 작품 판매엔 관여 안하는 걸로 되어 있었다."

-전시 기간 중에 작품을 구매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건 작가하고 컬렉터간의 얘기가 아닐까? 우리는 전시만 하고 처음부터 (작품거래엔) 개입을 안한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거래에 대해선 보고 받은 게 없다."

-그렇다면 모른다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담당과장은 한점도 안팔렸다고 했다.

"본인은 팔렸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다. 팔았다고 누가 보고하거나 그런 시스템이 아니니까."

- 그런데 왜 갑자기 내일 작가들을 소집하나.

"그건 우리가 도록을 내야할지 말아야 될지 작가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려는 것이라고 들었다. 미술관에선 전시 끝나고 후기 비평도 하고 그런다. 갑자기가 아니라, 추석이 지나고 하면 늦은감이 있겠다 싶어서… 도록 제작하는 사람 사정도 있으니까.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 처음엔 (도록)을 하는 걸로 되어있다가, 팜플릿이 잘 나왔는데 낼 필요가 있을까 그랬는데, 내자는 작가들이 있나보더라. 의견을 취합해서, 작가들 원하는 방향으로 한다고. 그래서 잘됐다 그랬다. 작가들이 통합된 결론을 가지고 있는 게 편할 것 같아서."

- 내년엔 아트페어를 못할 것같다고 했는데.

"아직 불투명하다. 그래서 작가들 의견을 들어보려고. 하고 안하는 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페어'라는 이름 때문에 문제가 많이 됐기 때문에. 사실은 '예술가 길드'가 메인이다. '페어'는 우리가 작품을 팔 수 있게 판을 깔아주고 화랑이 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쓴 거다. 그런데 나중에 '예술가 조합'은 싹 빠지고, 아트페어가 불거졌다. (느닷없이) 내가 가서 (화랑협회에)사과를 한 게 아니고 미안한 마음에 '페어'라는 말을 우리가 경솔하게 쓴 거를 이야기 한 거다. 좋은 취지로 했는데 화랑계에 심려를 끼치게됐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계속한다면 화랑과 교감하면서 서로 공생하는 방향으로 해야되지 않겠냐고 했다. 유감을 표한 정도인데, 사과하고는 다르지 않나. 일방적으로 가서 사과하는 거하고 다른 분위기였다."

홍성담의 작품 '김기종의 칼질' 2015-09-08

(김관장은 "이렇게 된 게 안타깝다. 정말 순수한 취지였다"며 "작가들의 99%는 화랑도 없고, 재창조할 여지가 없지않나"라고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

- 왜 굳이 '아트페어'라고 타이틀을 달았나.

"그러니까, 신개념이라는 말을 앞에 쓰고 페어는, 화랑이 와서 작가 작품을 산다는 의미로 한 건데…"

- 너무 앞서갔다.

" (웃음) 그러게, 아주 후회막급이다. 시행착오인데, 이번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범으로 했다. 그런데 너무 크게 깨졌다. 이제는 페어라는 말을 안쓰고, 화랑과 교감을 통해 해야 하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정말 알아줘야 될 것은 이건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덕수궁 돌담길 프로젝트하고, 신개념 아트페어하고 투트랙으로 나간 작가지원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전시과가 안하고 수집과가 한 거다. 수집과는 그동안 찾아가는 미술관, 신소장품전시를 해왔고, 몇가지 전시 중에 하나가 이 '아트페어'로 기획된 거다."

- 아트페어인지 모르고 참여한 작가도 있었던 것 같다.

"아니다. 홍경한 감독이 기획전에 방점을 두다보니 '페어'보다는 기획전에 참여한 걸로 작가들이 인식하게끔 일이 꾸며졌다. 앞뒤를 맞춰보면 '페어'라는 말을 잘못 쓴 거 외에는 정말 순수한 취지였다는 걸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모 화랑 회장에게 '작가 발굴 좀 하세요'라고 초대장을 주기도 했다. 그럴 정도로 떳떳했다. 이거 때문에 화랑가가 상처받고 이럴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 홍성담화백의 작품은 파장이 클줄 몰랐나?

"그건 완전히 돌출사건이었다. 미술계에서는 그것을 왜 내리느냐, 반대쪽에서는 그걸 왜 걸었느냐 하는데, 나는 관장으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미술인이니까 '그림을 내려달라'고 처음엔 부탁을 했지만 강압적으론 못한다."

-그 내용이 '김기종의 칼질'이라는 건 알았나?

" 에이, 나중에 알았다. (개막) 3일전에 작품을 죽 보는데 그게 있어서 내려달라고 했다. (아무리)표현의 자유래도 관객은 여러가지 시각인데. 홍감독은 그것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은 있다. 미리 내렸으면 사건이 번지진 않았을텐데. '홍성담건'은 의견이 많이 갈린다. 아무리 작품이 그래도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 않냐는 등등."

2015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 전시장면. 2015-09-25

-관장의 의견은

"내 입장은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공공미술관에서 무리를 일으키는 건 가급적 안하는 게 좋기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갑질하는 식으론 안했다. 알아서 내려주길 바랬던 거지."

-작품 팔린 것도 모르고, 감독도 미술관도 상처가 심해서 전시를 방치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다. 판매에 대해서만 그렇다. 우리가 내일 작가들을 소집해서 도록을 어떻게 할거냐, 내년에 이 전시를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놓고 작가들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할 건데 이건 방치가 아니지. 우리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적극적으로 수합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을뿐이지. 방치를 한다면 왜 작가를 내일, 추석 전에 부르겠는가."

- 익명의 제보자가 시립미술관에서 작가들에게 작품이 팔렸다고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던데.

"그건 잘못된 것 같다. 작품을 파는 것을 몰랐던 상황이지. 제보가 가끔은 틀릴 수도 있잖나. 내가 알기로는 판매에 대해 신경을 못 쓰는 상황이었던 것 뿐이지. 아마 도록 관련 이메일을 보냈을 거다. 그걸 가지고 오해를 했을까?"

-왜 굳이 그렇게까지 전화를 했을까.

"우리가 판매에 개입하는 걸로 비춰지면 우리 취지하고 다르고 화랑협회하고 우리가 풀어나가는 거하고 다른방향으로 나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선을 긋는, 그런 거였을 거다. 그런데 작가들이 잘못 받아들였겠지."

김 관장은 '페어'라는 말을 쓰지 말았어야했다고 거듭 후회했다. "아트페어라는 타이틀 때문에 죽쒔다"고 말했다. 신개념 페어로 추진했는데 의도하고 다르게 됐다며 "실패가 거울이 돼서 더 잘할 수 있고, 변화는 아프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술관이 변해야한다"며 "팀버튼전과 드래곤전은 대중적 지평을 넓히고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등 눈에 안보이는 효과들이 있다. 회화만 90% 인 소장품에 미디어 설치작품을 5%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김홍희 관장 임기는 오는 2016년 1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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