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Trouble"'사전검열' 지탄받은 외국인을 왜 국립현대미술관장 후보로? "

2015.11.16

[뉴스1] 박정환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관한 미술인의 입장' 끝장토론 현장 © News1

미술인 80여명 끝장토론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관한 미술인의 입장' 지난 14일 개최.

"외국인이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유력해져서 미술인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I·49) 세계현대미술관협의회(CIMAM) 회장은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사전검열을 지시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전시 자체를 취소시켰습니다. 그는 큐레이터가 지켜야 할 현장윤리를 저버렸기 때문에 세계 미술계에서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행정가로서 숨이 끊어질 인물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주려고 합니다."

세계 무대에서 마리 회장의 현재 위상이 자세히 소개되자 미술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박찬경·정서영·양혜규·정은영·김현진 등 미술인 80여 명이 심야에 모여 끝장토론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즈음한 우리의 입장'(국선즈)을 열어 마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 관련기사
-"국립현대미술관장 유력 외국인후보 과거 전시 파행, 비윤리적 처신"
-국립현대미술관장 외국인 후보 스페인 '바르토메우 마리'

이번 토론회는 성명'국선즈'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난 14일 밤 10시부터 15일 새벽 5시까지 서울시 중구 을지로 작업실 '신도시'에서 열렸다. 성명에 참여한 미술인은 총 718명(14일 저녁 7시 현재)으로 공성훈, 권순관, 노순택, 임옥상, 임흥순 등 유명 작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미술인들은 토론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장 공석 사태와 마리 CIMAM 회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으로 재직 당시 '짐승과 주권'(The Beast and the Sovereign)을 전시 직전에 취소한 상황 등을 공유했다.

지난 7~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CIMAM 총회에 참석한 김현진(41) 전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찰스 에셔 등 CIMAM 이사 3명이 마리 회장의 불신임을 언급하며 사퇴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CIMAM은 국제박물관협회(iCOM) 산하에 있는 현대미술 전문기관으로 63개국의 460명으로 구성됐다"며 "마리 회장이 CIMAM의 윤리적 기준을 수호하는데 적합지 않다고 이사들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치작가 양혜규(45)는 "당장 시급한 문제는 검열에 관한 마리 회장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행되는 검열과 투명성을 상실한 관료주의가 미술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술계가 일련의 사태에서 침묵했던 만큼 이번 성명을 계기로 공론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술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박찬경(50)은 "서명에 참여한 718명이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실질적 제도 개선을 이뤄내려면 미술계 전반으로 공감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선 SNS에 맞는 짧은 글부터 깊은 사유가 담긴 비평까지 다양한 형태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인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짐승과 주권'전 파행에 대한 마리의 공식적 입장 ▲국립현대미술관 신임관장 선정과정 및 기준에 관한 공청회 개최 ▲예술계 인사가 참여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혁신위 설치 ▲공공 미술기관에 대한 실질적 독립성 확대 ▲예술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검열·감시' 반대 등을 밝히며 앞으로 단체 행동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김현진(41) 전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마지막으로 "예술계 전반으로 검열 의혹이 퍼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지배권력의 체제 유지와 관계가 있다"며 "지배권력이 기관 수장들을 압박하고 체제순응적인 기관장들을 세워 미술 현장의 자율성을 위협할 때, 이때가 바로 우리 미술인들이 하나의 공동체가 돼 모습을 드러내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세계현대미술관협의회(CIMAM) 회장

◇ '짐승과 주권' 검열 사태
마리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이 전시'짐승과 주권'(The Beast and the Sovereign)를 개막 전날에 취소시킨 사건이다. 이 전시는 MACBA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미술관이 공동 기획했고 2015년 3월 열릴 예정이었다. 전시작 중에는 오스트리아 작가 이누두 두약(Ines Doujak)이 전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와 나체 상태로 볼리비아의 노동운동 지도자 도미틸라 충가라를 성적으로 희화해서 묘사한 조각품 '정복하기 위한 발가벗음'(Not Dressed for Conquering)이 포함됐다.

마리 관장은 두약, 정금형 등이 포함된 참여작가 20여 명의 명단과 작품 목록을 검토 후 승인했으나 개막 주 월요일에 두약의 조각작품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큐레이터와 작가가 지시를 거부하자 마리 관장은 개막 전날에 전시를 취소시켰다. 공동 기획한 독일 미술관 측에서 반발하는 등 큰 파문이 일어났고 결국 취소 결정 5일 만에 번복돼 문제의 작품을 포함한 상태로 일반에 공개됐다. 이후 마리 관장이 사임하고 전시에 관여한 큐레이터 2명이 해고 처리됐다. 스페인에서 전시를 마친 '짐승과 주권'전은 독일로 장소를 옮겨서지난 10월17일부터 슈투트가르트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CIMAM 이사 3명 사퇴전문 © News1

박정환 기자(art@)

최상단으로